다정한 그녀

by 에벌띵

친구 지희는 예쁜데 착하다. 겸손하고 따뜻하기까지 한 사기캐다.

한 달 만에 만난 지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고민을 털어놨다.

여러 해 알고 지내며 가족끼리도 가까운 C에 관한 말 못 할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C는 좋은 집안에 태어나 결혼도 잘했다 칭찬받는 사람이었다. 남매를 키우면서도 자시의 커리어를 야무지게 이어가는 C를 지희는 내심 부러워했다. C가 자신에게 열등감을 갖거나 부러워할 만한 일은 결코 없을 거라 지희는 장담했다.

하지만 지희는 C와 만나거나 통화를 하고 난 뒤에 매번 알 수 없는 피곤함을 느꼈다. 기가 쪽 빨려 집안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지희는 속내를 털어놨다.


“C 가족이 갑작스레 우리 집에 방문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 시간이나 뭐 이런저런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아 통화하다가 그냥, 정말 안부를 묻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조로 ‘자기네 ㅇㅇ이가 그때 악기 배운다 했잖아. 어때? 재밌게 하고 있어?’라고 물었어. 난 C의 아이를 판단할 마음도 비하할 마음도 없었어. 아침에 마주친 사람에게 ‘아침 드셨어요?’라는 인사를 건넨 것과 다름없었어. 그런데 갑자기 C가 자기 아이가 공부머리가 있다느니, 공부를 시켜야겠다느니 하면서 급발진인 거야. 마치 내가 그 집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흉이라도 본 것처럼, 내게서 사과라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기세로 말이야.

어버버 하다 전화를 끊었는데 기가 쏙 빨려서 옴짝달싹 못하겠더라. 그러다 문득 내 말투에 문제가 있나? 싶더라. 내가 질문하는 방법이 잘못돼서 C를 불편하게 하는 뉘앙스를 풍긴 건 아닌가 싶고….

나 정말 질문하는 방법을 배워야 될까? 내가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질문을 하는 건 아닐까?”


어떤 비난과 비판, 조언과 충고도 겸허히 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 지희는 예쁜 미간을 일그러트리며 간절함을 쏟아냈다.




이유 없는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앞뒤를 뒤집고 안과 겉을 까서 면밀히 살펴도 모르겠다 싶은 부정적 아우라를 풍겨대는 사람이 있다.

선한 사람의 대부분은 적대감과 부정적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못한다. 자신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거라 짐작하고 자책한다. 자기 검열에 들어간다. 자아비판을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는 상대방에 있다.

지희와 C의 경우, 안부를 묻는 질문을 건넨 지희가 아닌 그 친구 C의 내면에 숨겨진 갈등이 있는 것이다. 악기를 시키긴 했지만, 자녀가 공부를 더 잘하길 바랐던 마음이 더 컸다. 지희가 아닌 C의 다른 주변인들이 악기 무용론론 펼쳤을 수도 있다. 자격지심을 자극한 일련의 에피소드가 있을 수도 있고. 그 갈등을 C는 지희의 다정한 질문을 빌미 삼아 자녀의 공부머리를 방어적으로 쏟아내지 않았을까?


“네 다정한 질문에 방어적이고 공격적 대답을 했다면, 그건 C의 어려움이고 C가 탐구해야 할부분이야. 네 다정한 질문이 C의 불편을 건드렸다 하더라고 그건 지희 네 일이 아니야.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 ‘우리 애가 악기 배운다는 걸 기억하고 있구나? 어머, 기억해 줘서 고마워. 여전히 재밌게 배우고 있는데 공부도 뒤처지지 않게 신경 쓰고 있어.’라고 할 거야.

난 네가 C의 반응에 신경 쓰기보다 불편한 사람이지만 다정하게 대하려 노력한 지희 네 선의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 C와 편안한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던 네 욕구를 알아줘고 다독여줘야 할 순간인 것 같아.”



Jill Wellington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3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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