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

by 에벌띵

키보드에서 뗀 손으로 눈두덩이를 꾹 누르는 희수의 얼굴은 피곤으로 가득했다. 감기로 하루 종일 보채던 딸을 겨우 재우고 밀린 일을 붙잡고 있던 참이었다. 지난 사흘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럴 때 남편이 함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의 부재가 아쉬웠다.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던 희수는 결국 덮어버렸다. 몸은 고단했지만, 더 버거운 건 생각이었다. 문장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머릿속은 많은 말들로 복잡했다.


‘희수 씨 혹시 그거 알아요? 우리 아파트 엄마들 모임에서 희수 씨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다들 희수 씨가 어렵대요. 말 걸기가 힘들 정도로…. 그래서 내가 희수 씨 그런 사람 아니다, 알고 보면 차갑지 않고 이야기도 곧잘 하는 사람이라 했어요. 나야 희수 씨를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니까…. 이해하죠?’

산책 길에 에 마주친 지영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떠올랐다.


자신에 관한 뒷말이 낯선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큰 교류는 없었지만 뒷말이 나올 만큼 잘못한 일이 있었던가. 지영은 희수의 냉랭한 표정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했다. 희수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양 볼을 감쌌다.


‘당신 성격이 문제야. 나이 많은 어머니가 뭐라 하든 간에 그러려니 해야지. 따박따박 따지고 들면 되겠어? 좀 부들부들하게 살아.’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갈등을 키우는 시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희수가 문제라던 남편의 목소리가 덧입혀졌다.


‘정말 내가 문제라서 가는 곳마다 갈등을 일으키는 걸까?’ 거실창에 흐리게 비치는 자신을 마주한 희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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