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언

by 에벌띵

놀이터 한쪽 벤치에 앉아 희수는 딸의 신발을 다시 신겨주고 있었다.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아이의 발에 모래가 잔뜩 묻어 있었다.


“저… 안녕하세요, 희수 씨 맞죠?”

고개를 들자 지영과 함께 다니는 무리 중 한 사람이 서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저 현미라고, 지영이 친구예요.”

현미의 설명에 희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현미는 자신의 아이를 그네에 앉히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지영 씨가 희수 씨 얘기 자주 해요.”

희수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아, 그래요?”

“네. 되게… 마음 써요. 희수 씨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그 말에 희수의 손이 잠시 멈췄다. 자신의 ‘상황?’ 무엇을 말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번역 일 하면서 아이 키우는 거, 남편이랑 떨어져 지내는 것도 그렇고요. 지영 씨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희수 씨가 이해는 되는데…”

현미는 말을 고르듯 잠깐 멈췄다.

“… 가끔은 너무 자기 세계에만 있는 것 같다고.”

희수는 그제야 현미를 제대로 보았다. 조심스러운 말투와 달리 결론을 내린 얼굴이었다.

“예를 들면요?”

“사람들한테 벽을 좀 치는 거요. 본인은 조용한 성격이라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어렵잖아요.”

현미는 웃으며 덧붙였다.

“지영 씨가 그래서 늘 말려요. ‘희수 씨는 원래 그런 사람 아니야’ 하고.”

희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라기보다, 말을 끝까지 듣겠다는 표시였다.

“아무리 이해해도요,”

현미가 말을 이었다.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는 조금은 맞춰줘야 하는 부분도 있지 않겠냐고… 그건 지영 씨도 솔직히 힘들다 하더라고요.”

희수는 잠시 말을 고르다 답했다.

“제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다면, 그건 직접 말해주셔도 괜찮을 텐데요.”

현미는 잠깐 당황한 듯 웃었다.

“아, 그런 뜻은 아니에요. 험담 같은 것도 아니고요. 그냥… 걱정이라서요. 동네가 워낙 말이 많잖아요.”

현미의 설명이 이어졌고 희수는 더 묻지 않았다.

“그렇군요.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현미는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 씨가 알면 제가 이런 얘기했다는 거 싫어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저는 희수 씨가 알 권리는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들이 헤어진 후, 딸이 탄 그네를 밀어주며 희수는 현미와 나눈 대화를 생각했다.

‘이해는 하지만 힘들다.’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어쩐지 지영이 떠오르는 말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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