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사세요~

by 에벌띵

겨울바람이 잦아든 요즘이다. 바다에서 슬슬 샛바람이 불어와 아침저녁으로 몸을 떨게 하지만 낮에 따뜻해진 볕이 만족스럽다.

겨울바람이 한창일 때면 엄마는 만두를 빚었다. 김장김치는 맛이 들어 흰 밥에 얹든, 라면에 걸치든, 어디에나 어울리고 묵은지를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올 겨울은 아버지의 수술, 동생의 심장 시술 등으로 혼이 빠져 만두고 뭐고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내가 혼자서라도 빚어볼까 했지만, 그걸 마음 아파할 엄마를 알기에 올 겨울은 그냥 넘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술 후유증으로 심리적 어려움에 봉착한 아버지는 입맛을 잃었다. 언제 어느 때고 입맛 돌게 하던 짬뽕도 제 역할을 못할 정도였다. 산해진미를 다 앞에 갖다 바쳐도 한 술이면 끝이라 온 가족의 애가 녹아내렸다. 엄마는 특히 더 그랬다.


“정아, 만두 빚어 먹자. 그게 먹고 싶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오후 아버지 입이 떨어졌다. 손도 품도 많이 드는 만두, 겨울바람도 끝물인 지금에 그것도 내일모레면 설음식이 차고 넘칠 때였다. 아버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는 밀가루를 후렸다. 여러 번 치대고 숙성해야 제 맛이 들 만두피를 위한 작업이었다.


엄마의 만두는 이북식과 우리 집식이 짬뽕된 형태다. 다진 돼지고기, 삶은 당면, 파, 두부, 달걀, 잘게 썬 묵은지는 기본이다. 나머지는 집 냉장고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부추와 숙주가 그렇다. 썰고 다진 속재료를 큰 볼에 넣어 손목이 나가도록 치대야 한다. 대충 얼렁뚱땅 해서는 맛있는 만두 소가 안된다. 엄마의 특제 간장 양념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라 간은 좀 심심하게 한다.


만두피는 하루 정도 숙성하면 맞춤이다. 피가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탄성도 좋아 터질 우려도 줄어든다. 길게, 뱀처럼 늘어뜨린 밀가루 덩어리를 지름 4cm, 두께 2.5cm 정도로 토막 낸 후 밀대로 동그랗게 모양을 낸다. 이건 막내 동생이 선수다. 일정한 두께로 동그랗게 만드는 솜씨는 막내를 누구도 따라잡지 못한다(아쉽게도 이번엔 막내가 참전하지 못했다).

이렇게 만든 만두피는 커피잔을 바치는 접시만 하다. 거기에 속을 야무지게 채워 넣어야 하는데 그건 또 아버지와 우리 부부가 한 몫한다. 결혼하고 십칠 년 가까이 만두를 빚은 남편의 솜씨는 감탄스럽다. 가장 예쁜 주름이 잡힌 만두는 모두 남편 손에서 탄생한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내 것이 크네, 네 것은 작네 하며 만들다 보면 만두가 백 개 정도 쌓인다. 접시만 한 만두피에 꾹꾹 눌러 채운 속까지, 그 크기는 열 살 된 조카의 주먹 두 개를 맞댄 정도다. 나는 보통 세 개 먹으면 나가떨어진다. 잘 먹는 남편과 제부도 여섯 개가 한계다. 왕만두? 대왕만두다.


그렇게 만든 만두는 펄펄 끓는 물에 퐁당 빠트려 튀겨낸다. 이 과정이 또 핵심인데 이건 엄마를 따를 자가 없다. 터지지 않게, 제 때에 건져야 한다.



뜨끈뜨끈, 야들야들, 갓 건져낸 만두를 오직 엄마만 아는 특제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곳이 천국이 된다. 온통 밀가루 범벅을 하고 호호 불어가며 먹는 가족들 얼굴에 미소가 만연해진다. 그 덕에 도망간 아버지 입맛이 화들짝 놀라 돌아온다. 두 개째 만두를 집어드는 아버지 앞에 엄마는 말없이 세 번째 만두를 밀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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