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소음은 꺼지지 않는다. 책을 읽다, 드라마를 보다, SNS를 살피다 꽂히는 단어, 문장 하나로 시작된 생각은 천 갈래, 만 갈래로 흩어진다. 한 마디로 속 시끄럽다.
ADHD를 의심하기도 했다. 차라리 ADHD 이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내 안의 소음을 그렇게라도 이해하고 싶었다.
소음공해를 막으려 다른 소음을 밀어 넣는다. 음악을 듣고, 재밌는 사연을 귓구멍에 밀어 넣는다. 하다 하다 책도 오디오로 펼친다. 윙윙 왱왱,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러다 풀썩 쓰러지는 건 아닐까, 뇌가 멈춰버리는 건 아닐까 두렵다. 그래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글은 내 안의 소음을 비우는 작업이다. 천 갈래, 만 갈래로 뻗어가는 사유를 ‘에끼 이놈!’하고 호통쳐 모으는 효율적 방법이다.
한 번은 앉은자리에서 A4용지로 스무 장 가까운 글을 쏟아냈다. 아니, 토해냈다. 사유라는 이름을 붙인 욕이 한가득이었다. 죽일 놈, 빌어먹을 년…. 한쪽 가득한 욕의 향연에 속이 시원했다. 내 안에 쌓인 원망, 억울함, 분노, 애증, 그리움, 돌아 돌아 결국 사랑이 그렇게나 많았다.
스무 장 되는 글을 인쇄했다. 집에 둔 프린트기가 고장 나 십여 분을 걸어 가 주민센터 것을 이용했다. 새하얀, 규격 편지 봉투에 받는 사람 이름을 적었다. 돌아가신 조부모부터 이사 간 후 뒤통수를 친 친구까지, 프린트된 종이를 접어 각각 넣었다.
겨울이었고, 1층엔 화목 난로가 타고 있었다. 애쓴 티가 역력한 편지를 몽땅 불구덩이에 던졌다. 활활, 하얀 뭉치에 붉고 검고 노란 불이 달라붙었다. 먹잇감을 먹어 치우는 포식 동물처럼 불은 삽시간에 그것을 한 줌 재로 삼켜버렸다. 속 시끄럽던 내 속이 탈탈, 비워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