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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파편

꿈꾸는 나의 아이들에게

by 에벌띵

아이야,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때가 있지.

세상을 알기엔 너무 어리고, 타인이 하라는 대로 하기엔 충분히 자란.

어른도 어린이도 아닌 그 어디쯤 있는 네가 특히 그렇지.


세상이 미는 대로 나아가기도 망설여지고, 진짜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는 혼란은 당연해.

그 당연한 걸 기다려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그치는 통에 얼렁뚱땅, 되는대로 대충 그까이꺼…

그게 네 것인지 아닌지 고민할 틈도 없이 파도에 떠밀려 가다 보면,

너를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덜컥 겁도 날 거야.


아이야,

목표를, 현실을 좇아가다 보면 꿈의 파편이 어디선가 튀어나와 심장에 콕 박힐 때가 있어.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는데, 이제라도 네 꿈을 이루겠다 하기에도 늦은 것 같은데,

부모가, 선생이, 주변이 거는 기대를 내려놓기도 겁나는데.

꿈의 파편이 심장에 박히면 아무도 모르게, 너조차도 모르게 뽑아 버리고 싶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이야,

중년이 되어서야 깨닫는 게 있다면, 그 파편을 절대 버려서는 안 됐다는 사실이야.

파편은, 꿈의 파편은 나를 풍성하게 할, 내 삶을 더 빛나게 할 원석이었던 걸 몰랐지 뭐니.

애써 뽑아 자국도 남지 않게 지우려 무던히 애쓰며 산 시간과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걸 그때 알았다면 절대 버리지 않았을 거야. 목숨 걸고서라도 지켰을 거야.

이미 쓰레기 통에 처박아 버린 그 파편을 뒤늦게 찾겠다고 보낸 시간이 어찌나 허망하고 길던지… 나 같은 바보는 되지 말거라, 아이야.


꿈의 파편을 소중하게 간직하렴.

지금은 그저 심장을 아프게 하는 꿈의 조각이지만, 결국 너의 심장을 뛰게 만들 보석이 될 테니까.

꿈이란 건 지금 당장 이루지 않아도 괜찮아서 꿈이란다.

꿈은 평생 가꾸고 수정하고 깨부수었다 다시 세워 올리는 너만의 성이니,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네 성을 오래도록, 야금야금, 기어이 지어 올려라.


N포 세대라지만, N잡의 세대이기도 한 아이들아,

인류가 생겨난 이래 처음 맞이 하는 세상을 살아갈 너희에게 N잡러로 산다는 건 암담한 소식일지도 몰라.

하나도 정하기 힘든 일을 몇 개씩이나?

하지만 그건 기회란다. 타의로 애써 외면해야 했던 네 꿈을 펼칠 기회!

그러니 네 꿈의 파편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해. 꼭꼭 숨겨서라도 소중히 키워야 해.

언젠가, 세상이, 부모가, 선생이 쥐어 흔들지 못하는 날의 너를 위해서.


공상하렴, 상상하렴, 꿈꾸렴.

너를 짓누르는 손아귀에서 벗어난 날에 야금야금, 기어이, 우뚝 세운 네 꿈의 성을 펼쳐 보여줘!!!

네 성의 성주로 살겠노라 선언해 버려!


네가 꿈을 펼칠 날엔 이미 늙고 쇠약해졌을, 지금 너를 억압하는 모든 존재가 네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도록, 멋지게, 찬란하게 빛나 버리렴!

그날의 너를 만나는 날 한 줌 먼지처럼 사그라져버린대도 나는 온몸과 마음으로 너를 응원해, 너를 기대해.


네 꿈의 파편을 소중히 간직하렴, 그건 오직 너를 위한 것이니.

사랑하는 아이들아, 부디 꿈을 버리지 말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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