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We are
각자에겐 각자의 시간과 계절이 있기 마련이다.
각자의 것을 보편과 평범이란 틀 안에서 재단한 후, 다름이라 부르지 않고 틀림이라 부르는 걸 왕왕 겪는다.
우리 모녀가 좋아하는 <시차>라는 곡에서 가수는 그런다.
시계는 둥근데 날카로운 초침이 내 시간들을 아프게
뭐를 하든 경쟁하라 배웠으니
우린 우리의 시차로 도망칠 수밖에
인스타, 유튜브, 라디오에서 접하는 사연글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평범으로 소개한다. 평범한 학생, 평범한 회사원, 평범한 주부, 평범한 50대 등등… 수많은 평범이 넘치고 흐른다. 마치 평범하지 않으면, 비범하기라도 하면 안 되는 것처럼 강조한다.
보편과 평범이 마치 내겐 가수가 말하는 둥근 시계 속 날카로운 초침 같다.
평범 그 이상을 하라고 배웠는데 평범해야 한다고 하는 이중성이 부딪혀 갈등하니 더 날카롭게 찔린다.
그러니 다른 시간 안에 나를 둔다. 경쟁엔 잼병지만 남과 다르게 살 재능은 있는 나다운 시간 속으로.
우리 모녀는 가끔 동전 노래방에 간다. 말이 동전 노래방이지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답게 카드 결제도 가능해 놀라웠던 곳에서 딸은 노래하고 나는 힙한 리듬에 합한 몸짓으로 호응한다.
밤새 모니터에 튀긴 침이 마르기도 전에 강의실로~
여리여리한 딸의 랩실력에 매번 흠칫 몸을 떨게 된다. 평소엔 느려터진 말솜씨로 복장 터지게 하는 녀석은 어디 가고…
쟤들이 돈 주고 가는 파리의 시간을 사는 중…
니들이 꿈을 꾸던 그 시간에 나도 꿈을 꿨지 두 눈 똑바로 뜬 채로…
학교밖청소년으로 불리는 딸의 마음이 거울처럼 비친다. 낮은 학교, 밤은 학교밖, 낮은 세상의 기준, 밤은 나만의 기준이 된다. 표준, 평범, 일반, 보편의 동그라미 밖에 있으니 ‘쟤들’과 ‘니들’에 속하지 못하는 ‘그런 애’. 딸은 그런 애 중 한 명이다.
아 참, 교수님이 문신 땜에 긴 팔 입고 오래 난 시작도 전에 눈을 감았지
노래방을 나와 딸이 묻는다. 문신 때문에 긴 팔 입고 오라는 교수는 너무도 유명해진 제자의 노랫말에 영원히 박제된 후 그렇게 말한 걸 후회는 할까?라고. 젊음과 청춘의 집합소인 대학에서 그런 엄혹한 편견은 괜찮은 건가? 하고 기성세대인 나를 향해 아픈 질문을 던진다.
몇 주 전에 집으로 오는 버스 탔을 때 기억나? 온몸에 이레즈미 문신을 한 아저씨가 버스에 올랐을 때 마음이 엄청 쫄렸거든. 그 아저씨는 그 어떤 행동도 말도 않고 버스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도 그랬어. 그런데 붐비는 버스에 할아버지 두 분이 오르니까 누구보다 빠르게 자기 자리를 양보해 줬잖아. 반전은 양보받은, 멀쩡해 보였던 할아버지들이 되려 스피커폰으로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해서 모두를 불편했다는 거.
치킨 사러 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 우리 걸 기다리는 동안 팔과 다리를 문신으로 뒤덮은 아저씨가 미리 주문한 치킨을 가지러 왔는데 주인이 주문을 잘못받아 엉뚱한 치킨이 나왔어. 그때도 얼마나 쫄리던지, 화를 내거나 소란스럽게 하면 어쩌지? 하고 말이야. 그런데 누구보다 신사적으로 ‘할 수 없죠. 그냥 이걸로 주세요.’라며 계산하고 나갔을 때 내가 얼마나 편견에 찌든 사람인지 알겠더라.
사람마다 다르겠지. 우리가 본 두 사람으로 모두를 ‘그렇다’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모두를 ‘그렇지 않다’라고도 하면 안 되겠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자신의 몸에 무언가를 그려 넣는 이유를 알았다면, 물어봤다면, 강의 후 조용히 부탁했다면 분명 달라졌을 거야, 노래 가사가.
상대에게 나와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전제조차 하지 않는 거.. 그거 되게 무서운 일인 것 같아. 네 말대로 청춘의 집합소인 대학에서 그런다는 거.. 참 별로다… 미안한 일이야…
그리고 사람은 모두 각자의 시간을 사는 거야. 누군가에겐 틀렸을지 몰라도 남들은 돈 주고 가는 파리의 시간을 살기로 결정한 자신을 믿어 주는 거.. 지금은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 동방의 소음에 불과했던 그들처럼 우리도 우리가 살기로 한 판에서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우리답게 살겠지. 쟤들과 달리 말이야.
선선해진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답답하던 속이 조금은 시원하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우리 Woo가수의 시차를 다시 듣기, 반복 듣기! 응원한다. 그를, 우리를!!
David Brtan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5853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