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를 사랑하는가? 그가 있기 때문이고 내가 있기 때문이다.
“기억력에 대해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은 없지만,
내게는 기억력을 찾아볼 수 있는 흔적이 거의 없다.
나만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기억력이 부족한 사람은
이 세상에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P103)
“내가 왜 그를 사랑하는지 말하라고 내게 강요하더라도,
나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도리가 없다.
그가 있기 때문이고, 내가 있기 때문이다.” (P140)
“뭔가 하겠다는 충동이 일어나면, 그는 정력을 쏟을 수 있었다. “나는 힘든 일도 잘 견뎌낸다.
그러나 나 스스로 그 일에 관여할 때만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열망을 느끼는 만큼만 견뎌낸다.” (P249)
“나는 수판이나 펜으로 계산할 줄 모른다. 우리가 쓰고 있는 돈의 종류도 대부분 모르고, 밭에 있는 것이든 헛간에 있는 것이든 아주 확실히 차이가 나는 곡식이 아니면 곡식을 구분할 줄도 모르고, 마당에 심은 양배추와 상추의 차이도 거의 구별하지 못한다. 나는 집에서 쓰는 주요 연장의 이름이나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는 가장 기초적인 농사의 원리도 모른다.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 교역과 상품 판매, 다양한 과일, 포도주, 식품의 종류와 특징, 새를 길들이는 법, 말이나 개를 치료하는 법도 모른다. 어차피 부끄러운 일을 다 털어놓은 마당에 숨길 것이 뭐 있겠는가. 빵을 만드는 데 이스트를 쓴다는 걸 몰라서 창피를 당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P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