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ji das Cruzes - Pedra de Sapo
“이제 안젤리카도 좀 걸으니까 연산회 한 번 가볼까?
“제가 잘 따라갈 수 있을까요?”
“이 정도면 충분히 함께 할 수 있어, 내가 초대할 게”
연산회 산악회 참여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토요일, 소피아 초대로 연산회에서 가는 산 등반에 함께했다. <연산회>는 연합 교회 신자분들의 산악회 모임으로, 아마도 ‘연합 교회 산악회”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피아 언니의 권유로 언니와 Sr. Hong와 함께 Cantareira를 따라다닌 지 1년이 되었고, 처음엔 Cantrareira (연산회에서는 언덕으로 취급되는 ^^;;)도 제대로 오르지 못해 헐떡 거렸는데, 나 자신도 미처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1년이란 기간을 열심히 쫓아다닌 것이 훈련이 되었던 모양이다. 지난번에 다녀왔던 Paraisopolis 20km 도보여행이 쉽진 않았으나 별 무리 없이 걸었다는 것은 나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는 사건이었다. 그렇다 보니. 언니의 연산회 초대에 “가볼까?” 귀가 솔깃 해졌음은 당연한 것이었을 게다/
초대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연산회>. 언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모임이다. 여러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지만,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강력하게 와닿았던 것은 ‘철저한 조직력’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여러 연령이 함께 하는 산행이 어떠한 사고도 없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리더들의 노고와 준비가 철저하다는 말씀이었다.
산행 목적지는 매번 바뀌는데, 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항상 리더 측에서 목적지에 미리 답사를 하신다고 한다. 이민 생활에서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한 노고와 정성이 있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이어오면서도 사고 한 번 없이 지금까지 함께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함께 떠나보니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종교를 떠나 운영된다는 것이 감사했다. 덕분에 카톨릭 신자인 우리도 참여할 수 있었음이니. 이런저런 규칙은 있으나, 모두 조직 운영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이니, 당연히 지켜야 할 것들이었다.
어쨌거나 언니의 <연산회>에 초대에 “넹~!!” 답을 드리고는, 일주일 내내 기대와 설렘과 불안과 긴장 속에 보
냈다. 행여나 잘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거의 다들 프로신 데 가서 민폐나 되는 것은 아닌지, 등등. 그래도 설렘과 기대가 불안과 긴장보다 컸던 듯 들뜸이 함께 하는 일주일이었다.
머리를 시끄럽게 어지럽히는 수많은 걱정과 불안 중 압도적으로 나를 짓누른 걱정은 바로 '내가 그 새벽에 일어날 수 있을까?’였다. 다른 분들께는 이른 아침의 시간이 나에게는 ‘새벽’의 의미다. 6시 15분까지 Don Bosco 성당 앞에서 모여 정확하게 출발하니 절대 늦으면 안 된다. 행여나 못 일어날까 긴장하다 밤을 꼬박 새우고는 겨우 한두 시간 눈을 붙였을까. 5시 10분에 맞춰놓은 알람에 눈이 번쩍 떠졌다. 오래 살고 볼일이다.
소피아 언니와 마리아가 Tip으로 알려준 준비물들을 하나하나 체크하여 가방에 넣어 놓고, 행여나 뭐 하나 빠뜨렸을까 다시 점검하고. 전 날 미리 물과 게터레이트와 옷이며 스틱이며 모자며 등산 가방을 준비해 놓았다. 그러고는 Sr. Hong 가 보내주신 시간 별 날씨를 보니 온도가 많이 낮아 파카 하나를 더 넣었다. 심지어 발가락 양말까지 거실 테이블 위에 준비해 놓았더니 그나마 마음은 좀 덜 바빴다. 넘 웃겼던 것은, 트래킹에 도움된다며 마리아가 선물로 준 발가락 양말을 신는 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다. 왜 발가락들은 기어코 한 구멍으로 들어가려 하는지. 정말이지 그것이 알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혈압을 재고 약을 먹고(요즘 내게 새로 생긴 일상 루틴), 바나나와 초콜렛을 간식으로 넣고는 시계를 보니 아직 시간이 남았다. 아는 분도 없는데 괜히 나 혼자 너무 일찍 가면 뻘쭘할까 봐 좀 더 시간을 흘려보내고는 집을 나섰다. Don Bosco 성당에 도착하니 소피아 언니와 Sr. Hong가 보여서 반가웠다. 그리고 마리아도 만나고, 룰루랄라~
출석 체크와 함께 우리가 탄 버스는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가 가는 곳은 Moji das Cruzes의 Pedra de Sapo (개구리 바위). 목적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내려 먼저 Café da Manhã 를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20분쯤 들어가 내렸다. 조금 걸어가니 평지가 나왔고, 그곳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사전 준비 정보를 알려주시고 준비 운동을 했다. 그리고는 A, B, C조로 나누었다. 그리고 조별로 산행 경험이 많은 리더들이 투입되었다. 나는 소피아 언니를 따라 B조로 들어갔다.
리더들은 맨 앞과 뒤에서 조원들을 살폈고, 또 리더를 보조하는 보조 리더가 따라서 조원들을 꼼꼼히 보살폈다. 우리 B팀 보조 리더는 마리아였다. 아싸! 그리고 최고 대장 리더인 분은 수시로 앞뒤로 왔다 갔다 하시면서 전체적인 상황을 살피셨다. 나중에 그분의 연령을 알고는 허걱! 했다. 그 연세에 그 가파른 산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다니시다니. 그렇게 대장 리더님은 무전기로 계속 연락을 취하시며 너무 가파르거나 바위를 올라가야 하는 위험한 구간에서는 곳에서는 빠짐없이 그분의 리더십이 발휘됐다.
암튼, A조와 B조는 같은 길로 떠났고, C조는 다른 방향으로 떠났다. 좀 더 수월한 코스라고 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다치거나 몸이 아픈 것에 대한 준비는 모두 되어있지만, 그룹에서 떨어지는 것이 가장 위험한 거라며, 만의 하나 혼자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되면 그 자리에서 호루라기를 부르라는 지침이 가슴에 콕 와닿았다. 가슴이 쿵쾅쿵쾅~! 소피아 언니 발 뒤꿈치만 바라보며 따라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쫓았다. 스틱 사용도 어설픈데, 따라가다 보니 그야말로 ‘따라가졌다”
처음에는 산이 가파른데도 올라가는 게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아 그런 내가 스스로 신기했다. 정말 내가 많이 훈련되었나 보구나. 보조 리더인 마리아는 초보인 나를 계속 신경 쓰며 괜찮은지 물어보며 살펴주었다. 소피아 언니는 잘 걷는다며 너무 흐뭇하다며 응원 멘트를 날려주시고, Sr. Hong도 잘하고 있다며 파이팅을 보내주셨다. 이렇게 응원을 받으며 걸으니 힘들기는커녕 즐겁게 걸을 수밖에.
사실 코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오래 연산회에서 활동한 마리아도 이런 코스는 처음이라며 힘든 코스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코스는 난이도 3에 해당하는 코스라고 한다. 나는 처음 참석하는 거라 난이도 3이 얼마큼의 힘든 수준을 의미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산행 경험이 많으신 분들도 힘든 코스라 하니 나에게는 오죽했겠다 싶다.
중간중간 마치 우리의 담력 테스트라도 하려는 듯 펼쳐지는 가파른 오르막 길과 거의 60도쯤, 아니 75도쯤(^^;;)으로 펼쳐지는 가파른 내리막 길들,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었다. 몇몇 곳에서는 매듭이 일정하게 묶여있는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데, 완전 내가 무슨 해병대 유격훈련이라도 받는 느낌이었다. 뒤로 내려오라는데 내 마음은 뒤로 가고 싶은데, 몸은 뱅글뱅글 밧줄 사이로 돌고. 몸과 마음이 이리도 따로 놀다니 '내 몸도 내 맘대로 안 되는구나'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엉덩방아까지 찧어가면서 우리의 최종 목적지까지 다다르니, C조가 우리 B조 보다 먼저 앞서 와 느긋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C조 리더분들과 팀원들의 얼굴에 가득했던 그 으쓱함이란~ 하하하~ ^^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한쪽으론 Pedra de Sapo(개구리 바위)가, 다른 한쪽엔 산과 들판이 펼쳐져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Bertioga 바다가 하늘처럼 펼쳐져 있다. 환상 그 자체였다. 왜 산을 좋아하시는지, 산을 오르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들게 올라와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슴 벅찬 감동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것. 그와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은 선물로 주어지는 삶의 선물일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기도와 함께 찬송을 불렀고, 간식을 먹고 잠시 쉬었다. 역시 교회 산악회 모임이라 기도와 찬송이 함께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난 간식을 나 혼자 먹을 것만 달랑 가져갔는데, 다들 가져온 간식을 나눠주셔서 좀 머쓱하기도 했다. 갖고 있는 것을 서로 나눠 먹으니 배가 부를 정도였다.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을 맛본 듯한 느낌. ^^
언제까지 쉬고만 있을 수 없는 것. 이제 내려가야 할 시간. 우리는 또 A조와 B조는 함께, C조는 다른 길로 그렇게 내려와 만났다. 산을 내려가는 길 역시 올라가던 길처럼 쉽지는 않았다. 다른 길인 듯, 좀 덜 험하긴 했으나 역시 가파른 길들과 길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과 나뭇가지들은 복병처럼 숨었다가 잠시 안심을 할라 치면 순식간에 내 신발 밑으로 들어와 미끄럼을 타게 했다.
역시나 밧줄을 타고(잡고?^^) 내려오는 구간이 있었는데, 올라갈 때 한 번 해보았다고 조금은 덜 고생하면서 내려온 것 같다. 소피아 언니는 치료받은 어깨 때문에 많이 고생을 하셨는데, 역시 언니의 강한 정신력으로 산행을 잘 마무리하셨다. 그 와중에도 잘하고 있다며 나를 응원해주시며 에너지를 북돋워주셔서 감동이었다.
산에서 내려와 이미 예약되어 있는 곳에 가니 오후 3시가 다 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는 나눔 시간을 잠깐 가졌다. 오늘 산행에 대한 느낌들을 오늘 처음 초대받아 참석한 게스트들이 돌아가면서 느낌을 발표했고, C조에서 B조로 승급(^^) 하신 분의 축하 멘트와 게스트 과정을 거쳐 정식 회원들의 축하 시간이 있었다.
<연산회>에는 처음 참석하지만, 소피아 언니, Sr. Hong 그리고 마리아 모두 연산회 회원이라 그리 낯설지가 않아서 마음적으로 편히 함께 임할 수 있어서 더 재밌게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뵙는데도 다들 반갑게 맞아주시고, 함께 도와주시며 응원해시는 모습이 참 감사했고 아름다웠다. '함께 동행'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진하게 배우고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연산회>의 첫 산행, 집에 돌아오니 6시 30분. 새벽 6시에 집을 나서 오후 6시 반에 집에 도착한 것이다. 해병대 유격훈련에 버금갈 듯한 아드레날린 충만한 나의 쓰릴 만점 <연산회> 첫 산행은 이렇게 끝났다.
덕분에 오늘 나의 몸은 이곳저곳 통증으로 말이 아니지만, 이 근육 찢어지는 고통이 짜릿한 행복으로 느껴지는 하루였다.
한 줄 감상: 우리 펌킨탱이가 달라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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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있는 요즘,
What a Wonderfu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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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Wonderful World x Can't Help Falling In Love (mashup cover) Reneé Domin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