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a–Trilhas dos Pinehiro
Extrema 코스는 평소 가던 곳보다는 거리로는 짧으나 갈 때는 내리막 길인데 돌아올 때가 오르막 길이기 때문에 내려갈 때 에너지 조절을 해야 한다고 팀원분이 Tip을 알려주시는데...
지각하면 안 된다고 귀가 따갑게 듣기도 했지만, 지난 두 번의 나의 산행 경험으로 볼때, 늘 정각에 어김없이 떠났는데, 이번에는 지각하신 분들이 계셨고, 심지어 오시지 않은 분들까지 있어 서로 연락을 취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먼 곳으로 가기에 다른 때보다 더 일찍 모이라는 준비 위원들의 당부가 머쓱하게 그리하여 조금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그러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가는데 가끔씩 이런 착오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게다.
벌써 연산회에서의 3번째 산행이다. 이번 산행 목적지는 Extrema–Trilha dos Pinehiro.
나의 첫 번째 산행은 Pedra de Sapo에서였다. Sapo 코스는 힘들었지만 첫 산행이라 민폐 되면 큰일이라는 긴장 속에 쫓아다녀서 그런지 유격훈련처럼 진행된 난이도 3급의 어려운 코스였지만 기특하게도 잘 쫓아다녔다. 비록 그 후 일주일을 근육통으로 기어 다니긴 했어도 말이다.
두 번째 산행은 Águas do Vale였다. Pedra de Sapo보다는 덜 어려운 코스였지만, 의외로 내겐 힘든 산행이 되었다. 전날 저녁 역시나 일어나지 못할까 봐 잠을 설치고는 새벽 2시에 깨어서는 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Café da Manhã 때 제대로 먹지를 못한 것도 한 몫했을 게다.
첫 산행처럼 험하진 않았지만 길게 이어지는 코스는 내게는 벅찼고, 게다가 간식 시간에 허겁지겁 먹은 탓에 체하기까지 했으니 걷는 내내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참다못해 중간에 가져간 침도구로 열 손가락을 모두 따고 나서야 속이 좀 내려갔고, 불안해서 점심도 샐러드로 간단하게 하고는 지칠 대로 지쳐서 돌아왔다.
앞서 두 번의 산행 경험을 토대로 이번 세 번째 산행은 나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잠을 못 자면 또 힘들까 봐 요셉 아저씨의 조언대로 Melatonin을 먹고 잤다. 덕분에 잠을 잘 수 있었고, 알람 시계에 맞춰 일어나 여유롭게 준비를 하고는 약속 장소인 돈 보스코 성당 앞으로 향했다.
반가운 마리아와 아나스타시아 언니가 보였고 우리는 지각 않고 도착했다고 좋아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번 목적지는 Extrema–Trilha dos Pinehiro로 상파울루 주에서 벗어나 Minas Gerais 주로 가기 때문에 신분증 검사가 있을 수도 있기에 효과적인 진행을 위해 두대의 차에는 명단이 붙어 있었다. 해서 아나스타시아 언니와 우리는 떨어져 서로 다른 차를 타게 되었다.
이번 산행에는 소피아 언니의 어깨 시술로 언니와 요셉 아저씨는 함께 동행하지 못하셔서 아쉬웠다. (요셉 아저씨는 ‘아저씨’라는 표현을 아주 싫어하시지만, 나는 끝까지 ‘아저씨’라 부른다는. ^^;;)
지각하면 안 된다고 귀가 따갑게 듣기도 했지만, 지난 두 번의 나의 산행 경험으로 볼때, 늘 정각에 어김없이 떠났는데, 이번에는 지각하신 분들이 계셨고, 심지어 오시지 않은 분들까지 있어 서로 연락을 취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먼 곳으로 가기에 다른 때보다 더 일찍 모이라는 준비 위원들의 당부가 머쓱하게 그리하여 조금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그러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가는데 가끔씩 이런 착오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게다.
드디어 우리를 태운 차는 떠났고, 한 시간쯤 갔을까, Café da manha 하는 곳이 나왔다. 지난 주와는 달리 Pão na Chapa도, Pão de Quijo도 Café 까지 환상적이었다. 친절한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산행에 앞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는 드디어 Extrema로 떠났는데 한참을 갔을까 살짝 경사진 곳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웬걸, 앞차는 신나게 올라가는데 우리가 탄 차는 부릉부릉 하더니 뒤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게 아닌가.
‘아~ 이거 뭐지~?’
지난번, Caminho da Fé 순례 여행 기억이 떠올라 살짝 놀랐다.
몇 번을 시도하더니, 운전수 아저씨가 아무래도 우리가 내려줘야겠다는 게다. “엉덩이를 좀 들까요?”말하려다가 농담할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아 속으로 삼켰다. 우리 모두는 내려서 앞서 걸어가고, 밴은 몇 번을 부릉부릉 헛기침을 하다가 위험스러운 상태로 올라갔다.
그렇게 걸어 올라가다 보니, 차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더러 타란다. ‘이제 됐구나’ 하는 마음으로 탔는데, 한 5분쯤 달렸을까? 이번에 아주 급경사진 곳이 나오는 게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차는 낑낑거리다가 우리더러 다시 내려달라고~ -_-;;
우리는 다시 내려서 걸어 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앞서 갔던 차가 내려오고 있었다. (만보기 앱으로 보았더니 2.64km를 걸었다.) 우리 팀이 오지 않으니 무슨 일인지 대장 리더께서 보내신 모양이다. 우리는 너무 반가워 신난다고 그 차를 타고 지정장소에 도착하니 먼저 오신 분들이 무슨 일인지 다들 걱정하고 계셨다.
이래 저래 시간이 많이 늦어진 상황이라 우리는 곧 산행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 운동을 시작했는데 아나스타시아 언니가 한 분이 안 보인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정말 한 분이 안 계셨다. 화장실에 가셨나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정말 안 계셨다. 어느 분 말씀이, 차가 온 것을 보고 뒤에 계시는 어르신들께 알려드린다고 내려가셨다는 게다. 뒤에 오시던 어르신 세분은 이미 차에 타셨는데, 서로가 엇갈렸던 것이다.
그래서 또 부랴부랴 그분을 찾으러 팀 리더 분과 함께 차가 또 내려갔다. 그분을 모시고 오니 시간이 또 그만큼 지체되었다. 힘들게 오르막 길을 걷다가, 우리를 데리러 오는 차를 보니 반가운 마음에 경황없이 차에 올라타다 보니, 서로를 잘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를 챙겨야 했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배우게 되었다. 꼭 인원수 확인하기! 시간은 지체되었으나 아무도 다친 사람도 없었고, 서로 미안하다고 괜찮다며 위로와 배려 속에 우리의 산행은 드디어 시작되었다.
Extrema 코스는 평소 가던 곳보다는 거리로는 짧으나 갈 때는 내리막 길인데 돌아올 때가 오르막 길이기 때문에 내려갈 때 에너지 조절을 해야 한다고 팀원분이 Tip을 알려주시는데...
‘에너지 조절? 그거 어떻게 하는 거지?’
‘에너지 조절’이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알지 못하는 나는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따랐다. 이번에는 잠도 잘 잤고 아침도 잘 먹었고 컨디션도 좋으니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음이다. 게다가 거리도 더 짧다지 않은가. 그리고 1차 2차 산행 경험이 있으니 이번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은근 자신이 있었다. 이 교만을 우짜란 말이냐!! 주제 파악은 이래서 중요하다!!
산행을 시작하고 보니, 이곳이 왜 Extrema인지 알 것 같았다. 첫 산행이 ‘유격 훈련’이었다면 이번 산행은 ‘극기 훈련’이었다. 나의 수학 실력이 바닥이 아니라면, 내려가는 경사는 75도쯤이었다. 게다가 발을 디딜 곳도 마땅치 않았다. 폭이 좁고 그 사이는 도랑처럼 파여 있는 데다가 중간중간 박혀 있는 돌들은 이끼로 덮여있어 미끄럽기까지 했다.
내려가면서 소피아 언니 생각이 났다. 오늘 안 오시길 잘했다 싶었다. 어깨도 안 좋으신데 이리 급경사의 내리막 길이라니. 상황이 이렇다 보니 1, 2차 산행 때는 생각지도 않았던 돌아갈 길이 갑자기 막막하게 느껴졌다.
“아니, 돌아갈 때 이 길을 어떻게 올라가라고??”
“Tá tudo bem? (괜찮아?)” 중간중간 내 상태가 괜찮은지 살펴가며 파이팅 외쳐주는 마리아의 소리를 들으며 겨우겨우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니 화전민들이 태운 것인지 아니면 그냥 불이 난 것인지, 불에 타 까맣게 되어버린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벌거벗은 내리막 길이 나왔는데, 그곳 옆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이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내가 어디 그럴 수 있는 군번인가. 제대로 쫓아가지도 못하고 맨 뒤꽁무니에서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는 내가 아닌가. 사진을 찍을 여유는커녕 힘들어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렇게 힘이 빠진 두 다리를 힘들게 끌고 밑에 내려가고 있는데 다시 오던 길을 돌아가라고 하신다. 앗싸~!! 꼴등이 일등이 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뒤로 돌아!! 해서 올라오니 넓은 바위가 펼쳐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한 바퀴를 돌러간 A조가 오기를 기다려 기도와 찬송이 있었고, 이어서 맛있는 간식 시간으로 이어졌다.
간식 시간 때는 늘 많은 종류의 간식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놀라운 것은 산행에 참여하는 분들을 위해 매번 삶은 계란과 함께 파인애플을 먹기 좋게 잘라서 시원한 상태로 준비해오시는 부부가 계신다는 게다. 삶은 계란도. 물론, 삶은 계란은 아침 식사 때 미리 주시긴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그 새벽에 준비해 오신다는 것이 정말이지 놀랍고 존경스러울 뿐이다. 어떤 모임이든 함께 하는 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음 뒤에는 늘 누군가의 노고가 함께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감사합니다!! ^^
그렇게 우리들의 잠시의 휴식이 끝나고 나니 이제 돌아가는 시간. 우리가 내려온 곳을 바라보니 저 멀리 보이는 산 꼭대기에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한 발을 내딛기 전부터 숨이 턱 막혔다. '우찌 올라가야 할까나'
‘설마, 우리가 저기서 내려왔을까’ 믿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가 디딘 땅이 옮겨진 게 아니라면 분명 우리의 시작은 그곳이었다. ‘그래 가보자’ 뒤로 처질 것을 예상해서 앞서 걸었지만, 오래지 않은 시간에 한 분 두 분 자리를 내어 드리고 나중에는 우리 산악회의 최고 고령자이신 Sr. Salvador 어르신께까지 자리를 내어드리게 되었다. 마지막은 늘 Sr. Salvador 어르신이었는데 그분께 자리를 내어드린 것이다.
Salvador 어르신은 당신 뒤에 꼬리가 생겨서 좋으셨단다. 그래서 더 열심히 걸으셨단다. 나는 나대로 어르신도 저리 오르시는데 젊은 내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분의 뒷모습을 보며 힘을 내었다.
하지만, 얼마쯤 지나자 어르신의 뒷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고, 뒤에 대책 없이 많이 처져 있는 나를 챙겨주기 위해 마리아가 내려와 “오른발, 왼발”하며 구령을 붙여주었다. 모든 걸 잊고 그 소리에 맞춰 발을 한발 한발 옮겨보지만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두세 걸음 가다가 스틱에 기대어 머리를 숙여 숨을 고르고, 또 몇 발자국 가다가 또 쉬고. 아나스타시아 언니는 그런 나를 돌아보며 혈압이 올라 쓰러지면 어떡하나 겁이 나셨단다. 그 건강하던 내가 요 근래 혈압이 장난 아니게 높아져 주위에서 많이들 걱정을 해주신다.
암튼, 그 가파른 오르막 길을 회원분들은 ‘깔딱 고개’라고 부르셨다. 정말 숨이 깔딱 넘어가게 가파른 고개였다. 이제 마지막 고개라며 앞에서 기운 내라고 큰 소리로 외쳐주지만, 그 고마운 외침이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은데 이게 마지막 깔딱 고개인 게 무슨 소용인가 싶은 마음.
‘난 오늘이 아무래도 마지막 일 것 같아.’ 정말이지 나의 마지막 산행이 될지도 모른다고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내가 미쳤지. 미친 거야” 하면서 올라왔다. 그야말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 고백이 절로 나왔다. “이거 내가 그동안 지은 죗값 치르고 있는 거야” 심오한 성찰까지 하면서 말이다.
마지막 깔딱 고개를 올라와 보니 정말 ‘마지막 깔딱 고개’였다. 오르막 길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에 에너지가 살짝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차가 있는 곳 까지는 제법 완만한 길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앞의 분을 따라가다 보니 차가 나오고, 먼저 도착하신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배낭과 스틱을 차에 넣고 오는데 손과 다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B조 리더 중의 한 분이었던 자매님이 그 모습을 보시고는, “정말 많이 힘드셨나 봐요” 물으신다. “네~ 죽을 것 같아요!!” 내 답을 듣고는 막 웃으신다. “우리도 처음엔 그랬어요” 위로를 해주시지만, 내 눈엔 그분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잘 걸으셨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B조 리더였던 자매님을 포함하여 A조에서 걸으시는 분들은 지금까지 178차로 이어진 산행 중 적어도 120~30의 산행을 하신 분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어쩐지 나는 죽을 것 같았던 이 끔찍했던 산행이 그분들에게는 마치 동네 한 바퀴 돌으신 듯한 여유로운 모습들이었으니. 그분들이 우러러 보였다.
정말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물론 나도 130번 산행을 하면, 아니 적어도 100번 산행을 하면 그럴 수 있겠지. 그런고로 관건은 ‘잘 걷느냐’가 아니라, ‘열심히 참여’하는 것일 게다. 그러다 보면 나의 이 저질 체력도 고급스러워질테고.
발표 때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했다고 기운 빠지는 말씀드렸지만, 집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등산화를 좀 더 좋은 것으로 구입해야겠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기분이 다르다더니 딱 그랬다. ^^
산악회 회장님 말씀이 이번 코스는 난이도 7에 해당하는 어려운 코스였단다.
“아~ 그랬구나~!!
그 말씀을 들으니 위로가 되었다.
호박탱이 참 수고했다. 잘 해냈어~!! (*쓰담쓰담*)
신기한 것은 지난번에는 그렇게 가파른 곳을 오르내리면 내 허벅지 통증이 말이 아니었는데, 이번엔 그런 통증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몸이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모양이다.
앞으로 3-4주는 연속 참여를 하지 못하게 된다. 결혼식에 가족 여행에 중요한 계획들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다시 산행 가는 날, 나는 또 어떤 산행을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기대와 함께 다음 산행이 기다려진다. ^^
두 줄 요약:
- 앞으로는 겸손한 마음으로 매 산행을 처음 참여하는 마음으로 잘 임하자.
- 배움이 있었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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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만질 듯 높이 올라갔던 그 날을 떠올리며...
Somewhere Over The Rainbow
Aselin Debison의 목소리로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