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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mpkin Jun 06. 2020

자신의 영혼을 지켜낸 칼리 피오리나의 <힘든 선택들>

나는 승리하기로 선택했다. 나의 영혼은 내 것이다.



칼리 피오리나는 어렸을 때 스스로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아녔다. 두드러진 재능을 갖고 태어난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자신은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칼리는 오로지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는,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 열심히 공부한 아주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내게는 아주 특별해 보이는 그녀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릴 때 부모님들 중 한 분을 잃었던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온 칼리는 행여나 그것이 자신에게도 현실로 닥쳐올까 봐 늘 마음속엔 불안이 함께 했다. 그런 불안은 행여 엄마가 돌아가셨을까 때때로 엄마 방 앞에서 숨을 조이며 때때로 밤을 새우게 했다. 그 부분을 읽다가 아빠가 돌아가실까 봐 주무시는 아빠 코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숨을 쉬시는지 확인하고는 안심해 하던 내가 떠올라 울컥했다. 아빠는 내게 그렇게 큰 존재셨다. 


부모는 칼리가 행여 당신들을 잃을까 그토록 마음을 조여했는지 모르셨을 것이다. 그녀의 부모는 ‘모두 매사에 탁월함을 추구하셨다. 그녀는 고백한다. 부모님들의 높은 기대치가 자신에게 더 높은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하셨음을.


칼리의 부모님은 인간적인 됨됨이의 가치를 우선하셨던 분들이셨고, 그것이 그 당시 여자가 대학 가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 칼리가 우수 교육을 받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피오리나가 겪게 될 삶을 든든히 준비시켜주는 든든한 반석이 되어주었다. 


공부는 단순히 수단이 아닌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이렇듯 칼리는 학창 시절엔 자신의 삶을 온전히 공부에 임했다. 그녀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단지 전공만을 공부, 점수만을 위한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끝없는 탐구심을 채워줄 중세 역사,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철학까지 두루 섭렵했다. 특히 ‘헤겔’이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하고 있다. 교수였던 아빠를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생활했던 그녀는, 그러한 환경 속에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될 상황들을 빠르게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의 레슨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것 같다.


그렇게 학구열, 탐구심이 많던 그녀도 한때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칼리는 법학 교수였던 아빠의 뒤를 이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법대’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선택은 그녀에게 그다지 열정을 느끼게 해주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법대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작하며 조금씩 사업과 조직에 입문하게 된다. 


무엇에든 열심이었고 온 능력을 다 발휘했던 그녀는 당연한 결과겠지만 자신의 계단을 차곡차곡 밞아 올라가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그 거대한 조직인 HP의 CEO 가 되리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멋지게 해냈다. 아름다운 피오리나.





칼리 피오리나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굴하지 않았던 어머니 매드런 몬트러스 저진스 (Madelon Montross Juergens)의 유전인자가 그대로 전해졌음이 느껴진다.


딸(칼리의 어머니)이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바랐던 어머니(칼리의 할머니)가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시고, 상황이 뒤죽박죽 된 상황 속에 고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던 어머니는 여자가 무슨 공부냐며 일하다 시집이나 가라는 아빠와 계모로부터 도망쳐 공부가 하고 싶어 가출하여 여군으로 들어가 부대장의 비서가 되었다. 그리고 60세가 되어 예술사로 석사학위까지 받으셨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온몸으로 뛰어들어 이뤄냈던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은 피오리나였기에 그 외로운 싸움을 그렇게 잘 견뎌 내지 않았을까 싶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떠올려진 것은 칼리의 어머니가 아닌 당당하게 정면으로 싸움을 맞서는 피오리나였다. 외모도 엄마를 쏙 빼닮은 지적이고 아름다운 칼리 피오리나...


성공의 기준은 개인의 품성과 인격이었다. (…) 성품은 모든 것이었고, 성품이란 솔직함과 고결함과 진정성으로 정의되었다. 솔직함은 진실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었고, 고결함은 원칙을 지키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었다. 진정성은 믿는 것을 아는 것, 본래 모습대로 되는 것, 그 둘을 위해 싸우는 것이었다. 부모님에게 성공이란 겉모습이 아닌, 내면으로 평가되었다. 부모님이 내 정신이나 성격에 대해 기대를 버리지 않으리란 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았다.


AT&T를 거쳐 거대한 HP의 CEO가 된 칼리는 그녀가 말하듯 ‘빅 리그’에서 뛰었던 프로 선수다. 그녀에게 일단 옳다고 시작한 일에 ‘포기’란 없었고, 어떤 어려움이 그녀를 가로막아도 ‘방향 바꿈’이란 없었다. 그녀는 냉철한 이성을 가졌지만 또한 따뜻한 가슴도 가진 여성이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감정에 치우치는 선택이 아닌, 총괄적인 데이터 분석과 상황 분석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옳다고 생각되는 결정’을 내렸다. 거기에는 소수의 희생이 따랐을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대의를 위해서 소수를 희생해야 하는 것은 리더로서 피할 수 없는 역할임을 스스로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좁은 시야를 가진 편협적인 시각의 ‘관리자’들을 ‘리더’로 키우는데 전념했다. 그 모든 것들은 내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조직의 목표를 위해서였다. 여러 영역으로 나뉘어있던 HP를 하나로 합치려고 노력했던 것도 바로 ‘조직의 목표’를 직원들에게 깨우쳐주고 하나가 되어 그 목표를 위해 일하기를 바랐던 때문이었다. 


모두가 반대했고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컴팩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주도했고, 그러는 가운데 생각지 못한 음모를 받았음에도 그녀는 당당하게 일어섰고 자신의 조직을 지켰으며 그녀는 HP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문득 궁금하다. 그녀를 축출한 이사회 사람들은 지금 어떤 느낌 속에 있을까?


그날 밤 오랫동안 울고 나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울지 않겠노라고. 물론 남이 나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것에도 마음을 다치겠지만, 그들의 좁은 마음이나 편견을 내 짐으로 떠안지 않으리라, 인생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리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만한 이유가 있는 옳은 일에 매진하리라.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혹은 하면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 아니. 많을 거야. 그건 그들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야. 그런 사람들이 다시는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하리라. 내 인생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 마음 역시 내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나는 피오리나를 ‘아름다운 그녀’라고 수백 번을 얘기해도 또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그녀는 외면에서 내면에서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아름다운 여전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온전히 갖다 바치며 자신이 몸 담은 조직을 키우고 또 그 조직의 목표를 위해 일했던 그녀가 바로 그 조직으로부터 배신을 당했을 때 조차도 품위를 잃지 않은 그녀. 정말이지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래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인 칼리 피오리나.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온전히 자신의 것을 지켜냈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들을 삶 속에 실천해 나갈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벽에 부딪히며, 반대하는 이들을 만나고 나를 상처 받게 하는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켜낼 때 내 영혼은 온전히 내 것이며, 내 삶은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다는 것을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싸한 통증 속에 배웠다. 


칼리 피오리나, 나는 그녀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그녀가 무엇을 하든 존경과 사랑이 가득 담긴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며 함께 응원할 것이다. 아름다운 영혼 피오리나. 늘 주님의 축복과 우리의 사랑이 그녀와 함께 할 것이다.


칼리 피오리나에 관한 저자 조사는 그냥 내 느낌 표현으로 대신한다.




칼리 피오리나의 <힘든 선택들>은 참으로 읽고 싶은 책이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여성으로서 일과 가정 속에서 그리고 자신의 꿈속에서 어떻게 ‘힘든 선택’들을 지혜롭게 해 나갔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는 좀 더 자유로운 ‘미국’이란 사회에 속해 있고, 나는 아직도 봉건사상이 짙은 보수적인 ‘한국 문화’ 속에 살고 있지만 그건 외적인 조건이고 ‘여자’로서 지켜내야 하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들은 모두 같은 것. 그리고 그 외에 더 주어진 것이 있다면, CEO로써의 역할. 


그녀는 어떻게 그 많은 역할들을 그렇게 성공적으로 해냈을까. 그녀의 삶을 통해 나는 ‘용기’라는 이 괴물을 과연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확실한 자극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기대 속에 이 책이 그렇게도 읽고 싶었다. 그녀는 삶 안에서 어떤 마인드로 대처해나갔는지. 성공하는 여자들은 어떤 면이 다른 건지 그것을 분명히 느끼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배울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와 함께 확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진 속의 외모에서부터 줄줄 흐르는 그녀의 지적이고 세련된 아름다움, 그럼에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분위기가 우선적으로 나를 매료시켰다. 그런 매력은 절대로 인위적으로 꾸민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삶을 삶으로서 자연스럽게 풍기는 연륜에서 오는 것임을 잘 알기에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삶 속에 자신의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지켜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그녀의 성공을 말해주는 듯한 사진이 나오고 보란 듯이 가족과 일의 성공을 모두 이룬듯한 사진들을 보며 ‘어릴 때부터 참 똑똑해 보였네.’, ‘참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다.’ 하며 이어지는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 내 영혼은 나의 것이다’라는 프롤로그의 제목이 나의 숨을 멎게 했다. 


나의 영혼은 나의 것이다. 

마치 무슨 마술에라도 걸린 듯, 한참을 그렇게 멍하게 있다가 프롤로그를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그녀에게 빠져드는 나를 발견한다. 그녀가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작업이 결코 행운이 아녔고, 그냥 굴러 떨어진 복이 아녔음에 그녀가 느꼈을 희열마저 느껴진다. 그렇게 하나하나 자신의 노력과 나의 성실함과 치열함으로 자신 다가오게 만든 기회들.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애. 정말이지 아름다운 그녀다.





그녀에게서 가장 먼저 관심이 끌렸던 부분은 새로운 곳으로 갈 때마다 그녀는 아랫사람들과 나누는 개인적인 면담이었다. 개인 면담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가까이서 알아보며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계획했다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경험이 없고 모르는 부서를 부러 신청해서 옮겨 다녔고, 그런 새로운 배움을 즐겼다. 그녀는 ‘모름’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다. 그녀의 탐구심은 ‘모름’은 ‘도전’으로 느끼게 했고 그녀는 그런 상황 속에 배움의 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충실히 임했고 멋지게 해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에 깊은 반성이 됐다. 나는 내가 잘 알고 잘하는 것만 하기를 좋아한다. 물론 단언컨대 20대 때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의 나는 안주하길 원하고 무언가 변화를 원하면서도 실상은 대충 얼버무리려 한다. 모르는 분야는(특히 사업 쪽에서)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도전 의식이 결여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업’이라는 그 자체가 내게는 버거운 것임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공부라면 분명 즐겁게 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분야를 배우며 느껴지는 희열 쾌감, 그것은 나를 들뜨게 한다. 아마도 내가 리뷰를 쓸 때마다 표현했던 것 같다. 새로운 책을 읽을 때의 설렘과 두근거림, 그리고 행복감은 지금 역시도 느껴진다. 새로운 책을 읽기 위해 첫 페이지를 넘길 때의 두근거림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그 느낌을 나는 얼마나 사랑하는지. 사업도 그렇게 두근거림과 희열 속에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내가 칼리에게서 느낀 그녀의 놀라운 능력과 재능과 도전 의식과 탐구력 중 가장 놀랍고 부러운 것은 그녀의 예리한 분석력과 방향 설정 능력이다. 어떤 상황에 놓여도 심지어 그녀가 경험이 없는 새로운 분야에 놓여도 그녀는 전체적인 ‘숲’을 보고 그 안에 있는 나무를 보며, 어떤 나무가 있는지, 어떤 나무가 건강한지, 쓰러져 가는지를 분석해내고 전략을 세워 그 숲이 아름다운 숲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능력이다. 전체 그림을 보고 파악하는 능력. 물론 내게 부족한 면이라 더 크게 와 닿았겠지만 그녀의 그 능력은 놀랍다 못해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그녀가 휴렛 패카드의 CEO가 된 것은 그녀의 나이 45세 때였다. 부끄러웠다. 내가 HP CEO 가 못되서가 아니 라 그녀가 온몸으로 보여준 삶이. 나의 것을 되돌아보게 했고 나를 깊이, 아주 깊은 곳까지 나를 끌어내려가 나 자신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디서부터 고쳐야 하고, 어느 부분에 변화가 혁신이 필요한지를 표현 그대로 ‘아프게’ 느끼게 했다. 그러나 내가 느낀 아픔은 ‘고통’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게 희망이었고 용기였다. 내가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동기부여 그 자체였다.  


‘칼리 피오리나’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자극이 되고, 나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 ‘나는 승리하기로 선택했다’를 되뇌게 하는 여인. 그녀의 이름은 내게 너무나도 강력한 자극 그 자체로 다가왔다. 정말 단순이 그냥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주고 동기부여가 되어주고 자극이 되는 사람. 그녀가 바로 칼리 피오리나였다. 


나는 내 삶 안에서 무엇이 되고 싶은 것 인가. 추상적인 목표가 아닌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의미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그것이 내겐 대체 무엇이란 말인지. 좀 더 적극적인 능동성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녀는 결코 혼자만의 부와 영광을 위해 그렇게 자신의 온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내지 않았다. 조직과 주주와 고객. 그것은 그녀의 목표가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였고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대로 충실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비록 상처투성이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피오리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피 흘림을 감수하면서 지켜내었다.


난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했다. 내가 믿는 것에 모든 것을 바쳤다. 
실수도 있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한 선택과 그 결과를 평온하게 받아들였다. 
내 영혼은 여전히 내 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그토록 끌렸던 또 한 가지는 ‘품위’였다. 자신의 영혼을 지킬 줄 아는 강함. ‘열심히’라는 단어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매 순간을 '치열하게' 임했고, 그녀는 그 치열함을 즐겼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절대 굽히지 않았으며, 너무나도 힘들다고 목표 방향을 돌리지도 않았고 포기하지도 않았다. 온전히 자신의 영혼이 자신의 것으로 지켜낸 아름다운 여인.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는 내내 감동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테크닉 부분이 나와도 그것은 문제가 아녔다. 그녀는 테크닉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보여주며 그 안의 관계와 어떻게 모든 일이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줌으로 자신의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자신만 두둔하고 자신만을 돋보이려는 주관적인 관점이 아닌, 객관적으로 상황을 표현하려 했다. 칼리 피오리나가 조직 안에서 추구해오던 공정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것 역시 나를 사로잡은 매력 중의 하나였다.






책을 읽으며 그녀가 따뜻한 깊은 애정을 가진 친구들의 이름이 나오면 책 앞 페이지로 가서 사진을 들쳐보며 그들의 얼굴을 함께 떠올리며 그 애정을 함께 느껴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었다. 그녀가 삶 안에서 만난 좋은 친구들, 캐롤 스페리어, 데보라 보우커 그리고 그녀의 적극적인 후원자이자 삶의 멘토가 되어준 마이크 브루너 등. 그녀의 아름다운 삶의 여정에 큰 영향을 주었고 함께 그 순간을 같이했던 이들을 사진으로 보는 것은 마치 창문을 통해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느낌이었고, 이 또한 내겐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이 사랑과 존경을 표하는 이들은 어떤 분들인지 늘 호기심을 일으킨다. 특히, 어떻게 생겼는지. 그런데 고맙게도 책에 사진이 실려있어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칼리 피오리나. 그녀의 삶은 삶 자체로 내게 자극이 되었고, 나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었고, 같은 ‘여성’이라는 부분이 더 깊이 절절히 와 닿게 하였던 것 같다. 승리하기로 선택했던 그녀의 삶. 이제 나의 롤 모델이 된 그녀를 닮아 나 역시도 내 삶을 승리하기로 선택하는 매일을 맞을 것이다. 읽는 내내 행복했고 감사했고 울고 웃고 불끈하고 그녀의 승리가 나의 승리처럼 기뻤던 시간. 마치 무슨 경기를 치르고 난 듯한 느낌이다.


내 영혼은 나의 것, 마음속의 나침반, 승리를 선택했다. 그녀의 말이 아직도 내 귀에서 쩡쩡 대고 울리는 듯하다. 

감동 속에 함께한 시간. 마치 그녀와 함께 달려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녀는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 이 순간인데, 나는 왠지 연극이 끝난 후의 객석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더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이어서일까....

 



2009.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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