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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ina C Sep 08. 2022

승무원이 알려주고 싶은 KTX 이용 꿀팁

이것만 보고 타도 어떻게든 고향 간다



추석이 코앞이다.

이번 추석부터는 코로나 이전처럼 발매를 한다고 하니 뭐 열차에서 승차권만 끊다가 추석이 끝나게 생겼다.


나는 아빠의 영향으로 기억이 나는 아주 매우 어린 시절부터 기차를 자주 탔기 때문에 기차를 타는 것이 매우 익숙다. 대학교에 가서야 기차를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만났고 타본 적이 있다 해도 그마저도 무궁화나 새마을호 정도. 아직까지도 일하다 보면 KTX를 처음 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개통 20년이 되어도 아직 멀었구나 생각이 든다.


요즘 차를 잘못 타는 사람들이 늘었다.

우리 용어로 '오승'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잘못 승차한 것을 말한다.  그럴까 유추해 보자면 열차가 더 늘어서 시간 간격이 좁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 3분 정도 간격으로 계속 차가 있으면 조금만 지연돼도 잘못 타게 되지 않을까? 이런 현상은 주로 하행 광명역이나 천안아산, 오송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경부선, 경전선, 호남선, 전라선 모두 이 세 역들을 지나친다. 같이 쓰고 있다는 말이다. (지연의 이유도 여기서 나오는 거겠지)


혼란하다 혼란해 (이미지출처: 코레일 홈페이지)



그러면 이 혼란한 세 역들에서 어떻게 하면 내 기차를 헷갈리지 않고 탈 수 있을까?

제일 첫 번째로 일찍 오기.(당연한 말씀 감사합니다) 제발 일찍 오세요. 그래야 한 번이라도 더 확인하고 타지요. 잘못 찾았더라도 플랫폼 하나 옮겨갈 시간은 있어야지. 안 그래요?

두 번째로 전광판 찾기.

작은 역은 상행 하행 두줄밖에 없지만 동대구나 대전 같은 경우는 타는 곳이 무려 열 줄!! 오송이나 천안아산도 꽤 많다.

물론 기차는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이고 역에서도 몇백대의 기차를 들이고 보내려면 일정한 알고리즘이 있어야 해서 웬만해선 플랫폼이 바뀌지 않으나 그래도 그날그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대합실 전광판에 타는 곳 번호를 보고 찾아가야 한다. 가서도 기차가 들어오는 곳 위에 있는 두 줄짜리 전광판도 확인!! 이번 열차와 다음 열차 정보가 계속 뜨고 있다.

세 번째로 열차 승강문 옆에 나오는 열차번호+행선지 확인.

열차가 들어오면 승강문 옆에 있는 화면으로 열차번호와 행선지를 보자. 절대!! 열차시간을 추측해서 타면 안 된다. 열차가 지연되고 있는 걸 인지하고 있다면 괜찮지만 모르고 있을 경우는 위험하다. 생각 외로 열차 시간 간격이 매우 좁아 5분 이내 차이도 있다. 를 들어 내 차 출발시간은 12시라고 되어있는데 11시 59분에 열차가 들어왔다면 보통은 이 차겠거니 하고 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차가 5분 지연 도착했다면? 원래는 11시 55분 차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승하차 시간은 보통 1분~2분이다)


18칸짜리 KTX 승강문 옆에 어디로 가는 몇열차인지가 교차로 나오고 몇호차인지도 적혀있다


열차에 탔다면 이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몇 호차인지부터 찾아야 하는데 객실 출입문 위에 몇 호차인지 쓰여있으니 보고 이동하면 된다.

모든 객실은 다 연결되어 있고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여기는 17호차


단! 8칸짜리 산천 기종을 두 개 붙여 운행하는 복합열차가 있는데 이건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열차 두 개를 붙여서 같이 끌고 가는 방식이라 객실이 이어져 있지 않다. 특히나 복합 열차는 서울방향 상행이면 ㅅ자 모양으로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해 중간역에서 만나 붙어서 올라오지만 하행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에서 출발해 중간역에서 헤어지고 서로 다른 곳으로 간다. 예를 들면.. 하나는 포항으로 하나는 진주로.. 이런 열차를 잘못 타게 되면 헤어지는 중간역 도착 전에 빨리 옮겨 타면 되지만 중간역을 지나치게 되면 승무원도 방법이 없다. 승차권을 취소해주고 다시 중간역으로 돌려보내는 게 최선이다.

아무튼 좌석을 찾아 앉으면 도착역까지 편히 가시면 된다. 참, 안내방송을 잘 듣고 목적지에 잘 도착하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 중 하나

"콘센트 어디 있어요?"


18칸짜리 긴 열차를 탔다면 창문 옆 사이사이 벽에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USB도 꽂을 수 있다. 간혹 설치된 자리만 쓸 수 있는 줄 알고 자리를 옮겨달라는 사람도 있는데 공용이니 눈치 보지 말고 편히 쓰면 된다.

8칸짜리 산천 차나 6칸짜리 이음 같은 경우는 앉은자리 아래쪽에 설치되어 있으니 벽에서 찾지 말고 아래쪽을 잘 살펴보시길.


입석인 경우엔 객실 제일 뒤쪽에서 콘센트를 이용하면 편하고 그마저도 사용 중이라면 화장실을 이용하자. 면도기용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화장실!!

18칸짜리 긴 열차를 탔다면 두 칸마다 하나씩, 객실 출입문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면 찾기 쉽다. 1호차와 18호차는 남녀공용 화장실이 객실 출입문 앞에 있다.

통로에 안내도가 있으니 참고해서 찾아가면 시간을 아낄 수 있겠다.


현재 위치와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려주는 안내도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10년 차 승무원이 보는 열차와 익숙지 않은 승객 입장에서 보는 열차는 아주 많은 차이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눈감고도 찾아가는 열차지만 가끔 수줍게 다가와 멋쩍은 웃음으로 열차를 처음 타서, 혹은 열차를 너무 오랜만에 타서(이런 경우는 거의 10년, 20년, 더 오래는 30년 만에 탄다는 경우다)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안내가 너무 허술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플랫폼에 내려올 때 타는 곳 번호가 있지만 옆으로 주욱 선 도시락 집이나 다른 시설물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거나 혼란스럽고, 기차를 타러 내려올 때도 어느 쪽이 1호차 방향인지 보이지도 않는다. 바닥에 표시되어 있지만 철판으로 색이 바래 눈에 띄지 않고 자세히 봐야 보이니 마음 급한 사람들은 거의 투명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기차에도 큼지막하게 번호를 써서 몇 호차인지 보이게 해야 찾기도 쉬운데 승강문 옆에 조그만 전광판으로 나오니 보일 리가 있나.








또 이런 글을 쓰고 있자니

보이는 만큼 답답함이 몰려온다.

늘 말하지만 이런 개선사항은 승무원은 알아도 어디 건의할 곳이 없다. 자회사인 우리 회사에 얘기해봐야 '맞아 맞아 그렇더라'로 끝나지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답해주고 알려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답답함은 잠시 묻어두고 그저 내 일을 할 뿐이다.

그래도 좀 개선해 주면 좋겠다.

(내가 고객인 척하고 고객센터에 전화할까..)


PS. 아 그리고 일단 열차 안에서 승차권을 끊으면 부가운임을 내야 하니 매진되었다고 그냥 타서 끊을 생각은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마세요. 참고로 부가운임은 승차권 운임의 50프로, 즉 절반을 더 내야 됩니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추석을 보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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