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되기 위해선 영어가 1순위였고 일본어나 중국어를 하면 약간의 도움이 된다고 여겨졌다.
지금도 그런 분위기인 듯하다.
하지만 한국사 교육의 세뇌(?)로 어찌나 옆나라들이 꼴 보기가 싫었던지 언어마저도 꼴 보기가 싫었고 다른 언어를 배운다면 저 두나라는 절대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도 중국어와 일본어는 거의 알지 못한다.
나는 6차 교육과정 마지막 세대였기에 학교에서 당연하게 지정한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배웠고 영어와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교생실습을 나온 선생님의 발음에도 정말 반해버렸다. 그때 듣기 평가에 쓰인 녹음은 교생선생님이 원어민 친구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고 했는데 나는 처음으로 언어에 혼란스러움과 짜릿함을 느꼈다. 내가 전공을 불문학과로 정했던 이유 중에 지분이 한 60프로는 되었던 경험이었다.
대학 4년을 배우고 어학연수도 다녀왔지만
결과적으로 KTX승무원을 하면서 쓰임은 단 1%도 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기차를 이용하는 외국인 중에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고 프랑스인이 아닌 제3국민이라면 대부분 영어를 쓰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프랑스어로 대화해 본 게 딱 두 번이다.
한 번은 관광열차에서 한 번은 KTX에서.
그리고 한 세네 번은 지나가면서 대화하는 것을 슬쩍 듣는 정도였다.
사실 지금은 실력이 아주 많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알아듣기도 벅차다. 돈을 쏟아부은 것에 비해 남은 것이 거의 없다 보니 아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대학 때 공부했던 서적을 아직도 갖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싸기도 했고 구매하기도 어려운 책들이라 버릴 수는 더더욱 없다.
현지에서 구매했던 DVD, 불불사전, 루브르 가이드북 같은 것들은 거의 보물처럼 가지고 있다.
학사 학위를 따려면 4학년 때 보통 논문을 쓴다.
하지만 우리 과는 또 다른 조건이 있었다.
DELF B1이상 자격증을 제출하면 논문을 면제하고 학사 학위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학사 학위가 있지만 논문은 없다.
써 본 적도 없어서 아쉽기도 하다. 그것도 경험인데.
어학 능력치가 최고조인, 어학연수를 끝내고 돌아온 바로 그 주의 주말에 자격증 시험을 치고 B1을 따냈다. 그 이후 내 어학실력은 하락세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