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도 아슬아슬해요
거의 1년 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작년 말부터 항공사의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같은 여객운송업(?)이라서 그런 건지
승무원이라는 같은 직종(?)이어서 그런 건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인 건 기차의 특성상 지상을 달리기에 위험에 대처할 시간이나 환경 자체가 상대적으로 비행기에 비해 난도가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도 식은땀 나는 순간이 있다.
갑자기 승강문을 연다거나 창문을 깬다거나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거나 흉기를 들고 위협할 때
머릿속에선 회로가 미친 듯이 돌아간다.
플랜 A부터 플랜 Z까지.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한 번도 위험한 사고를 당한 적이 없는 아주 럭키비키(!)한 입장이지만
가끔 회사 내에서 사고를 대응한 승무원들의 이야기가 돌면 저 일이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었겠다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아찔해진다.
친한 동료들 사이에서도 저 차 누가 탔다더라 그날 사무실에서 마주쳤는데 사람 몰골이 아니더라 같은 얘기를 들을 땐 애써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하면서 두 눈을 질끈 감는다.
내부적으로는
기차가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슬아슬하게 빙판길 가는 중이라며 운행률이 130%를 육박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선로가 수용할 수 있는 운행 열차 수를 일찍이 넘었다는 것이다.
정차역도 너무 많아 너무 자주 서고 계속된 매진에 민원이 빗발쳐 임시열차를 끼워 넣다 보니 정시 출도착을 맞추기 힘든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다시 재정비를 해야 하는 것인가
곧 기차 요금도 오른다고 하니
만성 적자의 늪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우리도 안전과 직결되는 운행에 관련된 것도 고쳐나갈 수 있을까
그 와중에도 현장에 있는 승무원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비상상황 대처요령, 응급처치를 교육받고 머릿속으로 회로를 돌리며 비상상황, 돌발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늘 긴장한다.
이런 노고를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보상받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혹여나 걱정하면서 기차에 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손 꼭 잡고 말하고 싶다.
저도 무사히 퇴근하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모두 무사히 집에 가게 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