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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라권 Jan 16. 2021

이 글은 비전문가의 재테크에 관한 기록이다. #01

01. 들어가며...


이 글은 비전문가의 재테크에 관한 기록이다. 

_01. 들어가며...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주변의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 이야기를 수없이 듣게 된 지 일 년이 되어간다.

누군가는 느긋하게 은근슬쩍 얘기를 꺼내고, 누군가는 다급히 의견을 물어온다.


나는 재테크 전문가가 아니다.

작년 4월 모든 공연과 축제가 취소되는 과정에서 한국에(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멈춤'의 시간에 미래를 고민해 본 것뿐이다.

그리고 운 좋게도 나와는 관계없는 영역이라 생각했던 경제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공부를 시작했다.

 

공연 제작, 축제 운영 등 일에 대한 계획은 꼼꼼히 세우지만, 정작 프라이빗한 삶의 포트폴리오는 그려본 적 없던 금융 문맹인 나는 그렇게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집콕 덕분에 '사적인 계획'에 눈을 떴다.

일이라는 반쪽의 삶에 90퍼센트의 무게를 지웠던 지나치게 기울어진 나의 일상은 코로나 덕분에 밸러스를 찾아가는 중이다. 아니, 이번엔 반대쪽으로 90프로 기울어졌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나는 '그' 세대다. 어릴 적 '주식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을 흔히 들었고, 집안끼리 친한 어느 집이 주식에 투자해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들려온 후 주식 얘기를 아무도 입에 담지 않는 세상에서 자랐다. 편향적인 기사와 어른들의 말만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주식을 갬블과 동일시하며 그저 외면했다. 


성인이 된 이후, 대사관에 다니던 똑소리 나는 선배가 어느 날 '펀드'얘기를 꺼냈다. 

'얼마를 넣어놓고 몇 년은 그냥 놔두는 거야. 그럼 수익이 나 있어. 적금보다 훨씬 낫지...'

선배에 대한 신뢰와 은행에 대한 맹신으로 자세한 내용도 알지 못한 채 덜컥 펀드에 가입했다. 

2년 정도 지났을까? '몇 년은 그냥 놔두라는' 언니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방치해 둔 펀드는 -70%였다. 

'아... 어른들 말이 맞았구나'. 

20대 후반,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는 걸 알 만한 나이였으니 자세한 내용도 모른 채 적금을 들듯 펀드에 가입한 나의 무지를 탓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나는 당연하다는 듯 '주식=도박'이라는 옛 어른의 말씀에 나의 무지한 경험을 대입하며 백 프로 동의해 버렸다. 다시는 주식이니 펀드니 거들떠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주식, 펀드보다 더욱 크나큰 아픔을 남긴 단어는 '연금'이다. 

이모처럼 친절하게 대해주던 아는 동생의 어머니는 대기업 금융컨설턴트(보험아줌마)였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이들도 모두 가입했다고 거짓말(추후에 알게 됨)을 하고 가입시킨 '연금보험'은 당시 뉴스에도 자주 나왔던 사악한 조건의 보험상품이었다.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딸이 엄마가 이십 년 혹은 삼십 년은 더 행복하게 살다가 선물처럼 주고 가셨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안 쓰고 몇십 년 후에 찾고 싶다'라 말했고, 그 아줌마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사악한 연금보험에 가입시켰다. 자신의 아들, 딸도 가입했다는 말을 여러 번 언급하며... 딸 같다고 더 신경 쓰겠다고 말하며... 


단 두 번의 경험으로 나는 금융,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단어와 더욱 멀어졌다.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첫 두 달의 공부는 그동안 외계어라 생각하며 흘려들었던 경제용어에 대한 이해로 시작됐다. 연금저축, IRP, 국내 주식과 해외주식, 배당, 세금 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공부의 끝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성에 찰 만큼 공부를 다 하고, 모든 계획을 세워, 원하는 체계 안에서, 안정적으로...'를 원했지만 불가능하리라는 계산이 섰다. 계좌를 개설했다.


정책 기조,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 기업과 산업에 대한 분석, 전망 등은 벼락치기 공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이후 나의 아침은 '삼프로'와 함께 시작됐다. (*삼프로tv = 유튜브 경제방송)


단기간의 공부로 인사이트를 가질 수는 없다. 수십 년을 업계에서 보낸 애널리스트들도 각각의 전문분야 이외의 질문에는 말을 아끼고 겸손하다. 주린이 1년 차인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게 터무니없이 많지만, 지금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마음이다. 


'존 리' 아저씨가 금융 문맹인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열정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간단히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경제를 짧은 영상에서 얼마나 담아낼 수 있겠는가. 그의 말은 오해하기 쉽고, 그래서 악플을 동반한다. 어떤 말은 맞고 어떤 말은 틀리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도 꿋꿋이 행보를 이어가는 그 아저씨가 고맙다. 


주제넘지만 나는 내 주변을 계몽하는 중이다. 

제일 먼저 우리 가족, 직원,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미국인 K, 모두 다른 직업을 가진 친한 동생들로 시작됐다. 

이제는 10년 넘게 알고 지낸 동네 사람들(헤어숍 식구들, 병원 언니들 등)과 2020년을 기점으로 대화 중 자주 등장하는 금융 이슈와 함께 궁금증을 물어오는 지인들로 그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나같이 새가슴을 가진 사람들에게 스파르타식 단기 교육을 진행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 

좋은 건 같이 알면 더 좋다. 



by 엔젤라권


https://brunch.co.kr/@angellakwon/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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