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들어가며...
이 글은 비전문가의 재테크에 관한 기록이다.
_01. 들어가며...
나는 '그' 세대다. 어릴 적 '주식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을 흔히 들었고, 집안끼리 친한 어느 집이 주식에 투자해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들려온 후 주식 얘기를 아무도 입에 담지 않는 세상에서 자랐다. 편향적인 기사와 어른들의 말만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주식을 갬블과 동일시하며 그저 외면했다.
성인이 된 이후, 대사관에 다니던 똑소리 나는 선배가 어느 날 '펀드'얘기를 꺼냈다.
'얼마를 넣어놓고 몇 년은 그냥 놔두는 거야. 그럼 수익이 나 있어. 적금보다 훨씬 낫지...'
선배에 대한 신뢰와 은행에 대한 맹신으로 자세한 내용도 알지 못한 채 덜컥 펀드에 가입했다.
2년 정도 지났을까? '몇 년은 그냥 놔두라는' 언니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방치해 둔 펀드는 -70%였다.
'아... 어른들 말이 맞았구나'.
20대 후반,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는 걸 알 만한 나이였으니 자세한 내용도 모른 채 적금을 들듯 펀드에 가입한 나의 무지를 탓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나는 당연하다는 듯 '주식=도박'이라는 옛 어른의 말씀에 나의 무지한 경험을 대입하며 백 프로 동의해 버렸다. 다시는 주식이니 펀드니 거들떠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주식, 펀드보다 더욱 크나큰 아픔을 남긴 단어는 '연금'이다.
이모처럼 친절하게 대해주던 아는 동생의 어머니는 대기업 금융컨설턴트(보험아줌마)였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이들도 모두 가입했다고 거짓말(추후에 알게 됨)을 하고 가입시킨 '연금보험'은 당시 뉴스에도 자주 나왔던 사악한 조건의 보험상품이었다.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딸이 엄마가 이십 년 혹은 삼십 년은 더 행복하게 살다가 선물처럼 주고 가셨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안 쓰고 몇십 년 후에 찾고 싶다'라 말했고, 그 아줌마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사악한 연금보험에 가입시켰다. 자신의 아들, 딸도 가입했다는 말을 여러 번 언급하며... 딸 같다고 더 신경 쓰겠다고 말하며...
단 두 번의 경험으로 나는 금융,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단어와 더욱 멀어졌다.
단기간의 공부로 인사이트를 가질 수는 없다. 수십 년을 업계에서 보낸 애널리스트들도 각각의 전문분야 이외의 질문에는 말을 아끼고 겸손하다. 주린이 1년 차인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게 터무니없이 많지만, 지금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마음이다.
주제넘지만 나는 내 주변을 계몽하는 중이다.
제일 먼저 우리 가족, 직원,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미국인 K, 모두 다른 직업을 가진 친한 동생들로 시작됐다.
이제는 10년 넘게 알고 지낸 동네 사람들(헤어숍 식구들, 병원 언니들 등)과 2020년을 기점으로 대화 중 자주 등장하는 금융 이슈와 함께 궁금증을 물어오는 지인들로 그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나같이 새가슴을 가진 사람들에게 스파르타식 단기 교육을 진행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
좋은 건 같이 알면 더 좋다.
by 엔젤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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