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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라권 Nov 04. 2020

잃어버린, 그러나 잃어버리지 않은 빨간 모자.

by 동갑내기 내 친구, 새언니

그녀가 들으면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엄마'로 태어난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서 자주 엄마가 보입니다.


이제는 고2, 중2가 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큰 애가 초등학교 2학년, 둘째가 6살 때 카카오스토리에 일상을 올려주었습니다.

매일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조카들의 일상을 고모 보라고 올린 건 아니겠지만 그저 고마웠습니다.  

미팅하며 이동하는 중간중간, 트랜짓하는 긴 대기시간, 시차 적응으로 뒤척이던 호텔. 

조카들 옆에서 모든 순간을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삶의 일부라도 지속적으로 함께 하는 것 같아 그녀의 글을 읽는 시간은 온전히 행복했습니다.

  

그녀의 글을 보고 있으면 벅차오르는 사랑에 기어이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기교 없이 담백한 그녀의 글은 그녀가 얼마나 진국인지 알려줍니다. 마음의 깊이, 생각의 깊이가 글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녀는 두 아들을 키우느라 바쁜 동갑내기 내 친구, 새언니입니다.


자랑하고 싶은 내 친구의 글이 지난 8년간 묻혀있는 게 아까워 동의를 구하고 제 글에 갖다 씁니다.  

 

2012년, 9살 첫째 조카와 있었던 일화를 담은 글...

"잃어버린, 그러나 잃어버리지 않은 빨간 모자." 

작년에 열심히 손뜨개로 떠 준 빨간 모자를 규효가 잃어버리고 말았다.
며칠이 지났건만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잃어버린 게 맞다.

그래서 벌로 규효에게 '잃다'와 '잊다'의 차이를 알아오라고 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더니 금세 두 단어의 차이를 얘기하는 규효.
그래서 물었다.
"효야, 두 단어 중에 어떤 게 더 중요한 거 같니?"
규효가 조금 생각하더니, "잊다"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규효는 왜 그렇게 생각했니?"
"어... '잃는' 건 그냥 물건이 없어지는 건데, 만약 어떤  물건이 있는 걸 '잊으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거니까요."
많이 큰 거 같아 한 번 안아줬다... 그리고 말해줬다.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렸거나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그리운 사람이 있어도 그 물건을, 그 사람을 마음속에서 잊지만 않으면 정말로 잃어버리는 건 아니라고.
빨간 모자도, 그리운 사람도 그런 거라고.

그런데 그 말을 듣던 규효가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잊지 않고 있던 그리운 사람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잊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하며 또 안아줬다. 이번엔 오래...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잃어버린 빨간 모자 덕분에 우리 효 더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아무래도 장롱 속에 넣어둔 뜨개 용구들 다시 꺼내고 빨간 털실도 더 주문해야겠다.


어린 조카는 할머니를 잃었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잊지 않고 우리의 매일을 살아갑니다.



by 동갑내기 내 친구, 새언니 (feat. Angella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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