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동갑내기 내 친구, 새언니
작년에 열심히 손뜨개로 떠 준 빨간 모자를 규효가 잃어버리고 말았다.
며칠이 지났건만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잃어버린 게 맞다.
그래서 벌로 규효에게 '잃다'와 '잊다'의 차이를 알아오라고 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더니 금세 두 단어의 차이를 얘기하는 규효.
그래서 물었다.
"효야, 두 단어 중에 어떤 게 더 중요한 거 같니?"
규효가 조금 생각하더니, "잊다"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규효는 왜 그렇게 생각했니?"
"어... '잃는' 건 그냥 물건이 없어지는 건데, 만약 어떤 물건이 있는 걸 '잊으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거니까요."
많이 큰 거 같아 한 번 안아줬다... 그리고 말해줬다.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렸거나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그리운 사람이 있어도 그 물건을, 그 사람을 마음속에서 잊지만 않으면 정말로 잃어버리는 건 아니라고.
빨간 모자도, 그리운 사람도 그런 거라고.
그런데 그 말을 듣던 규효가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잊지 않고 있던 그리운 사람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잊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하며 또 안아줬다. 이번엔 오래...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잃어버린 빨간 모자 덕분에 우리 효 더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아무래도 장롱 속에 넣어둔 뜨개 용구들 다시 꺼내고 빨간 털실도 더 주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