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마카오 베네시안호텔 Ep.1
2009년 1월, 마카오 베네시안호텔에서 공연이 있었다.
토요일 공연을 마친 배우와 스텝들은 먼저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는 일요일에 홍콩으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월요일 홍콩 프로모터와의 미팅을 마치면 저녁 비행기로 귀국하는 조금은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일요일 오전, 한시간동안 느긋하게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도 페리탑승까지는 2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주말 이른 시간이라 한산한 카지노에는 테이블마다 한두명의 관광객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인상 좋아 보이는 중국인 딜러아줌마가 있는 룰렛테이블로 다가갔다. 테이블 중간에는 미국인이 앉아 있었고, 한 쌍의 중국인 부부가 테이블 끝에 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휠 가까운 쪽에 앉아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다.
"내일 밤이면 한국에 돌아가니까…"
월요일 저녁까지 사용할 홍콩달러를 지갑에 넣어두고 나머지 달러를 칩으로 바꿨다.
게임은 휴일의 나른함이 느껴질만큼 여유롭게 진행되었다.
모두가 편안해 보이는 이곳에서 나의 크로스백만이 자꾸만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테이블 반대편의 높은 번호에 베팅하기가 어려웠다. 베팅을 하려고 팔을 길게 뻗을 때마다 사선으로 매고 있던 크로스백은 대롱대롱 매달려 옆사람과 테이블을 건드렸다.
나는 거추장스러운 크로스백을 벗어 의자 위에 올려 두었다.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 나는 의자에 엉덩이를 반쯤 걸친 채 게임에 집중했다.
십분정도 지났을까? 옆에 있던 미국인이 나의 어깨를 빠르게 두드렸다.
"네 가방 누가 가져 갔어! Someone just took your bag!"
이게 무슨 말인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의자 위를 보니 텅 비어 있었다.
옆사람이 가리키고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가방을 들고 날랐다는 사람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쫓아가서 잡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고는 가까운 기둥에 서 있는 보안요원Security을 불렀다.
상황을 설명하니, 한 사람은 출입구 쪽으로 뛰어갔고, 다른 한 사람이 남아 상황을 자세히 물어보았다.
가방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CCTV를 확인해 보겠다’며 자리를 뜨려는 보안요원에게 나는 ‘책임자와 얘기하고 싶어. I’d like to talk to someone in charge.’라고 말했다.
잠시 후, 갈색머리에 덩치가 큰 남자가 테이블로 빠르게 걸어왔다.
그는 강한 호주 엑센트로 정중하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건넸다.
나는 잠시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크로스백에는 해외여행자에게 가장 중요한 여권과 지갑이 들어 있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나는 페리를 타고 홍콩으로 넘어가 큰 짐을 감안해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월요일 저녁 비행기이니, 일요일 점심과 저녁, 월요일 점심과 저녁을 해결해야 한다. 홍콩에서의 호텔은 신용카드로 결제할 계획이었으며, 호텔-미팅 장소-호텔-공항 등 소요되는 교통비도 생각해야 한다. 임시여권을 발급받으려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으며, 여권사진도 필요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나는 사람 좋아 보이는 책임자에게 나름의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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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라권
#04. 마카오 베네시안호텔 E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