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중독의 모호한 경계에서_Ep.5

#05. 마카오 베네시안호텔 Ep.2

by 엔젤라권

‘이곳은 베네시안호텔이다. 우리(Client)는 너희 호텔의 1급 서비스를 신뢰하기에 이 곳을 선택했으며, 거기에는 안전과 보안도 포함된다’ 등등의 기본 논리쌓기를 이어갔다.


잠자코 듣고 있던 책임자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듭 사과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오늘 홍콩에 넘어가는 대신 여기서 1박을 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숙박과 함께 3곳의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사권(Complimentary meal coupon)을 제공하겠다. 페리 일정도 변경해 주겠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이다. 미안하지만 현금 지원은 불가능하다.”


나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는 조치를 취해 놓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좁혀졌다.

내일 홍콩에 도착한 후 페리터미널-미팅장소-대사관-공항 등 이동에 필요한 비용과 임시여권 발급 비용,
그리고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면 된다.
홍콩에서 숙박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큰 짐을 계속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늘었다.
필요한 경비를 예상해 보았다. 택시비 12만원, 미팅 포함 식비 10만원, 여권사진 및 수수료 등 8만원정도?
총 30만원이 있다면 남은 홍콩 일정을 무리없이 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테이블 위에 남아 있는 칩이 눈에 들어왔다.

대략 400홍콩달러(대략 6만원정도)가 조금 넘어 보였다.

선택의 시간이다. 우선, 칩을 현금화하고 필요한 경비를 마련할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아니면 이 칩으로 슈퍼파워를 발휘해 지금 이곳에서 필요한 경비를 마련할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온 우주의 집중력을 모아 게임을 시작했다.


나의 넌센스 이론을 바탕으로 딜러의 패턴을 파악하고 신중히 베팅을 이어갔다.

3게임만에 필요한 경비 2,000홍콩달러(대략 30만원)를 마련했고, 나는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말했다.


"Cash out, please 현금화해 주세요"


당시, 나는 내가 논리적으로 잘 대응해서 호텔측으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호텔은 손해 본 게 없다.

호텔입장에서 보면
1. 남아있는 방을 하루 내주고,
2. 자신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기본 메뉴를 이용하게 하고,
3. 내가 이미 구입해 놓은 페리의 일정을 바꿔준 것뿐.

아마 이런 상황에 대한 매뉴얼도 정해져 있을 것이다.


당시 내가 구구절절 주저리주저리 논리를 펼치고 스스로 뿌듯해 했던 일장연설은 사실 효용가치가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길게 얘기하지 않았어도, 호텔은 딱 그 정도의 제안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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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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