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강원랜드
2013년 9월, 공연관련 미팅으로 강원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공연장을 둘러보고 두시간여의 미팅을 마친 후, 나는 ‘먼 길을 왔으니 카지노에서 잠깐 놀다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공식 일정은 마쳤고, 다음날은 토요일이라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담당자와 인사를 마치고 기분좋게 카지노에 들어섰다.
도떼기시장.
예상하지 못한 카지노 분위기에 충격을 받은 머리는 산소가 부족한 듯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라스베가스, 마카오, 유럽 호텔의 카지노가 떠올랐다. 특별한 날을 기념해 한껏 차려입고 놀러 온 다국의 사람들과 흥이 넘치는 관광객들이 북적이던 카지노는 즐거운 놀이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는 스스로 선택한 ‘돈을 잃는 노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공간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4~5배 초과해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산소가 부족했다.
테이블마다 이중삼중으로 사람들의 벽이 만들어져 있었다. 즐거움이란 1도 없는 공간에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압박감만이 느껴졌다.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처음 접한 한국 카지노의 상황을 인지해 보려는 의지로 한쪽 구석에 꽤 오래 서 있었다.
테이블마다 있는 4~5개의 의자는 개장시간에 번호표를 받고 뛰어 들어온 사람들이 자리를 맡는다고 한다. 이들은 화장실에 갈때에도 옷이나 소지품으로 자리를 ‘찜’해 놓고, 한번 들어오면 폐장시간까지 나가지 않는다.
강원랜드의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라고 하니, 하루에 18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는 얘기다.
룰렛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3중으로 에워싼 사람들이 베팅을 하고 있어 테이블 위의 번호는 칩에 매몰되어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손에 칩을 든 채로 게임을 하고 있었고,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로 손을 넣어 원하는 번호에 베팅을 이어갔다. 또 그 뒷줄에 서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칩을 놓으려 애썼고, 앞사람에게 어디에 놔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한번의 게임이 돌아가는 데 30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한 테이블에서 적게는 1~2명부터 많게는 7~8명까지 게임을 할 경우, 한 게임을 진행하는데 2~5분정도 걸린다는 걸 감안하면 30분은 놀라운 시간이다.
무표정한 딜러는 멍하게 허공을 응시한 채, 이 많은 사람들이 베팅하는 길고 긴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30분이나 지난 시점이라 ‘No more bet(베팅을 그만하라는)’을 알리는 종소리도 무료하게 들렸다.
지루한 30분의 베팅 후에 딜러가 돌린 구슬이 멈추기까지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딜러는 구슬이 들어간 곳의 번호를 확인하고, 테이블 위의 해당숫자Winning number에 마커Marker를 올려놓았다. 해당숫자와 관련된 베팅을 제외한 수많은 칩들은 딜러의 손에 쓸려 들어가 우수수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탄식과 욕설이 들려왔다.
사람의 심리는 거기서 거기다. 초심자의 운으로 게임에 이기게 되면 ‘베팅을 많이 했으면 더 많이 벌었을 텐데… 판돈이 너무 적었다’고 아쉬워한다. 그렇게 베팅 액수를 조금씩 키우다 보면 결국 잃는 액수도 커진다. 그러다 원금을 잃게 되면 ‘어떻게든 원금은 찾겠다’는 생각에 다시 돈을 뽑거나 빌려 베팅을 이어간다. 악순환이다.
호기심을 채우려 머물렀던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 이상은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입구로 걸어가는 나의 어깨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한 아저씨가 내 어깨를 뒤에서 밀치고는 미안하다는 인사도 없이 빠르게 걸어 나갔다. 마치 쫓기는 사람처럼 허둥대는 몸놀림에 초점 잃은 눈동자,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에는 지속적인 떨림이 있었다.
“엄마아빠가 하루 더 있다 가게 될 것 같아…”
서울로 돌아가는 길, 오전에는 보이지 않던 깊은 ‘수렁’이 눈에 들어왔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전당포의 네온이 하나둘씩 켜지고, 중고차의 산이 무덤처럼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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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