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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o Jan 12. 2021

싱어게인의 '초아'에게서 Rocky를 보다


59호 가수.


활동하는동안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그에 대한 보답을 해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지는 무대에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그녀의 이름은 초아.




그녀에 대한 팬심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출현한 가수들 중에서

누구 하나 사연 없는 사람은 없지만

유독 그녀의 사연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예뻐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록키 발보아.


실버스타 스탤론이 연기한

배역을 가장한 본인의 복싱선수 버전.


외모와 장르가 다름에도 나는 어쩌다

초아에게서 록키 발보아를 떠올렸는가.


초아와 록키가 걸아온 삶의 궤적을 찬찬히 따져보면

그래프의 모양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랜 기간 무명생활을 하는 걸로 커리어를 시작.


록키는 사채꾼의 어깨 노릇을 하며

허름한 체육관의 샌드백을 두들기며 꿈을 키웠고

초아는 영세한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

동대문 야외공연장에서 행사를 뛰며 꿈을 키웠다.


세상은 록키에게나 초아에게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리뺏기 싸움처럼 치열하고 한정적인 무대에서

나이 어린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이미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인내와 노력 끝에 기회가 찾아왔고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여 마침내 그들은

본인이 속한 세계의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


록키는 아폴로 크리드와의 복싱경기를 통해

자신의 강함과 존재를 증명했고

초아는 크레용팝의 메인보컬을 맡아

어느 걸그룹에도 꿀리지 않는 후렴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들의 영광은 계속되지 않았다.


록키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나갔지만

결국 전 재산을 사기당한 후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고

초아는 사실상 해체돼버린 걸그룹을 뒤로하고

연기와 뮤지컬에 종사하게 되었다.


복싱계에는 또 다른 신인이 데뷔하고 챔피언이 탄생하고

연예계에는 '월' 단위로 새로운 걸그룹들이 데뷔하며

2014년을 기점으로 크레용팝은 소리소문없이 잊혀지고 있었다.




"이 세상은 따스한 햇살과 무지개로만 채워져 있지 않아.

엄청나게 살벌하고 끔찍한 곳이지.

네가 얼마나 강한지는 상관없다.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널 두들겨 패서

평생 무릎 꿇고 살아가게 만들 거야.


너,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세상만큼 강한 펀치를 날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얼마나 세게 치느냐가 중요한 게 아냐.

얼마나 심하게 맞고도 버틸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거야.

얼마만큼 이겨내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야.

승리란 건 그렇게 얻는 거다!

네 가치를 안다면 가서 너의 가치를 쟁취하거라."


록키 발보아는 자신의 아들에게 일갈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자신에게도 향한다.

세월과 비아냥을 극복하고

록키는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발휘한다.


초아 역시.


과거의 성공에 비해 눈에 띄는 행보를 걷지 못한 그녀가

'무명가수전'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오디션에 출연하기까지

많은 각오와 용기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려와 논란을 불식시키는

'빠빠빠' '한바탕 웃음으로' '환희' '소녀'

무대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역경을 극복하는 인간드라마를 지켜보면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끼는 게 인간의 본성일지 언데

록키의 경기에, 초아의 무대에

어찌 환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젊은 한숨 한숨이 사라지는 날

세상은 진정 아름다울 거야

젊은 상처 상처가 사라지는 날

세상은 진정 아름다울 거야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체 하기엔

이 세상 젊은 한숨이 너무나 깊어

한바탕 눈물로 잊어버리기엔

이 세상 젊은 상처가 너무나 커"



물론 알고 있다.


심사위원의 취향과 대중의 선호도가

그녀에게 썩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걸.


하지만 록키 발보아의 결말이

챔피언을 때려잡고 내가킹왕짱임ㅋㅋ 가 아님에도

진한 감동을 주었듯이


결과가 어찌 되더라도

초아가 보여준 무대는 충분히 아름답고

응원과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시 날갯짓하는 그녀가 오래도록 비상하기를.


초아의 무대와 재회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상, 감성적인 팝저씨가.


하나, 둘, 셋, 넷

팝!팝! 크.레.용.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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