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앙필 리뷰

이익 추구 시대 '낭만' 외치는 의사가 살아가는 법

by 앙필


"무조건 살린다!"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김사부(한석규)가 언제나 하는 말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지난 시즌 1, 2에 이어서 얼마 전부터 시즌 3을 방영 중이다.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진짜 닥터 이야기를 담았다.


시즌제로 벌써 세 번째 방영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높은 시청률과 함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순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극 중 낭만닥터인 김사부의 확고한 소신과 활약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사부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각박한 현실 속에 어느덧 낭만을 잊은 채 이익만을 좇고 있는 지금 우리 모습과 다르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에서도 여전히 낭만을 대하는 김사부의 단단한 의지가 드러났다. 지난 3회에서 전공의 장동화(이신영)가 국가대표 스키선수를 뒤로한 채 방화범으로 몰린 할머니 환자를 먼저 수술하는 것에 강력하게 반기를 드는 모습이 담겼다. 이때 김사부는 장동화를 향해 "죽어가는 환자 앞에다 눕혀 놓고 나쁜 놈 구분하고 차별하고"라며 "야 그럴 거면 판검사를 해 병원에 있지 말고."라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동화가 계속해서 불만을 토로했고, 이에 김사부는 "실력도 하나 없으면 의사 가운 하나 달랑 걸쳐 입었다고 잘난 척하는 놈들, 지 할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불평불만 늘어놓는 놈들, 아주 대놓고 조지는 게 내 전공이거든."이라고 덧붙였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발생하는 응급 환자들 반면에 턱 없이 부족한 인력 그 속에서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위급한 환자부터 "무조건 살린다!"라는 김사부만의 확고한 소신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한편 누군가는 의료기관 역시 무자본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이익과 실리를 외면하고 오로지 '낭만'만 좇는 김사부를 허상 또는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이는 지난 6회에서 담긴 김사부와 보수적인 원리원칙주의자이자 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차진만(이경영)과의 대치 장면에서도 담겼다.


돌담병원 외상센터에 천식과 폐섬유증, 폐동맥 고혈압을 앓고 있는 교통사고 환자가 들어왔던 상황. 서우진(안효섭)이 환자가 기저질환으로 인해 살아날 확률이 희박한 것을 감안하고 무리하게 응급수술을 감행하려고 하자, 차지만은 "살아날 확률이 1~20% 안 되는 환자를 수술할 필요가 있겠나"라며 가망 없는 환자를 포기하라며 반대했다.


뒤늦게 상황을 알고 온 김사부 역시 해당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 서두르자, 차진만은 "네 눈엔 환자만 보이고 의사는 안 보여?"라고 격노했다. 이어 김사부에게 서우진이 돌담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무리한 수술 진행으로 경찰 조사받았던 것을 거론하며, "네가 아끼는 제자라면서 왜 의사한테만 리스크를 떠안게 하냐."라고 소리를 높였다.


수술이 끝난 후 환자가 사고 아닌 자살 시도였을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렸고, 자살 시도가 사실이라면 수술을 한 의미가 없을뿐더러 폐 기증까지 불가한 상황. 이에 차진만은 김사부를 향해 환자가 살아날 희박한 확률과 환자 가족이 떠안게 될 병원비 이야기를 꺼내며 "네 희망이 빗나가는 순간 이렇게 혹독한 현실만 남는 거야. 알아?"라고 김사부만의 '낭만'이 갖는 무모함을 꼬집었다.


차진만의 말도 이해가 가는 말이다. 원리원칙을 따지는 차진만과 현실 속 우리는 어쩌면 같은 신념과 태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환자를 살리는 게 의사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 누구도 의사에게 그것만을 위해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김사부가 추구하는 '낭만'이라는 것을 따르기엔 현실은 보다 각박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과 체계,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굳건하고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았던 김사부의 '낭만' 가치관에도 흔들림이 일어나는 듯하다. 이러한 모습은 6회에서 드러났다.


김사부는 앞서 차진만이 했던 말들을 되뇌였다. 또한 무리한 수술 일정을 소화하던 서우진과 빡빡한 병원 일정 때문에 가족들에게 소홀해지면서 급기야 별거까지 하게 된 정인수(윤나무) 모습을 번갈아 떠올리며 고심했다. 이는 김사부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후 김사부는 차진만에게 환자의 폐 이식 수술 집도를 부탁하면서 자신의 진심을 털어 놓았다. "네 말대로 나는 하나밖에 몰라. 그래서 누군가의 눈에 무모해 보이고 그래도 난 괜찮았어."라며 "그랬는데 그게 다른 녀석들한테도 괜찮은지 솔직히 모르겠어."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낭만'은 언제나 '현실'이라는 것과 상충하기 마련이다. 현대 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낭만이라는 것을 잊고 지낼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의 낭만은 그저 허상일 뿐인 것, 실현할 수 없는 로망같은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혼란을 맞이한 김사부가 계속해서 '낭만'을 사수하며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가치관의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의 남은 에피소드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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