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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Jun 20. 2022

영화

(13)

재요에게.


20대가 되기 전의 나에게 ' 영화=(멀티플렉스)영화관'이었던 것 같아. 친구랑 야자를 째고 나가서 성신여대입구 CGV에 가서 당시 흥행하던 영화를 보는 게 소소하지만 거의 유일했던 일탈이었고, 그렇게 본 게 내가 접하던 영화의 전부였거든. 영화보다는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소비했던 거였으니 어떤 영화를 보는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당연히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감상도 단편적이었고.


근데 더 이상 영화관으로 탈출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기 시작한 뒤로는, 선명하게 영화를 콘텐츠로 인식하게 되었어.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었고 그렇게 내 의지로 선택해서 본 영화가 어땠는지도 더 중요해졌고. 그러면서 조금씩 영화가 나에게 갖는 의미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아.


처음에는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매력적이었어. 2시간 안에, 눈으로 들어오는 이미지를 통해 말을 건넨다는 게 꽤나 강렬했고, 제한적인 시간과 감각에서 오는 몰입감이 좋았던 것 같아. 어떤 얘기를 하는지, 그래서 어떤 인물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어떤 장면을 선택했고 어떻게 집어넣었는지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어. 막연하게 나도 영화를 통해 뭔가를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조금씩 관객이 아닌 제작자의 입장으로 영화라는 콘텐츠를 생각해보기 시작했어. 근데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영화를 보니까 막막하더라. 엔딩크레딧을 볼 때면, 뭐랄까 영화가 굉장히 대기업 같은 거야. 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운 한편, 마음 한편이 이상했어. 이렇게 보이기까지 스크린 뒤에서는 상상 이상의 노고가 필요했다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그 현장이 궁금한데, 그런 동시에 알고 싶지 않기도 했어.


너와 보내는 일상에서도 종종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는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영화가 의미하는 바를 고민하고 있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해봐야 아는 편이고  해본  해보는 편인 나는 아마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영화조금  가까이 만나게   같기는 . 역시나 내가 만들어내게  결과보다는 그렇게 내딛는 발걸음이 재미있고 소중하길 바랄 뿐이야.


다음에는 '위로'에 대한 글을 써줘.


일주일의 방학을 끝낸 2022.06.19. 밤

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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