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앙요 Jun 07. 2022

질문

(12)

기요에게.


너에게 애정 어린 고백을 받는 건 언제든 신나는 일이야.

사랑한다는 말을, 애정 한다는 말을 굳이 그 단어를 안 쓰고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네가 쓰는 표현들을 보면서 아주 많이 느껴. 너의 문장들과 말들은 내게 단순한 설렘은 아닌 것 같아. 확실히.


그럼 질문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볼까,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좀 더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평소와 다르게 행동해보기로 했던 게 우선 기억나. 평소 내게 질문을 많이 하던 너는 너 얘기를 많이 해보는 연습을 하고, 평소 내 얘기만 주구장창 하던 나는 네게 질문하는 연습을 하는 거. 그렇게 해보자고 한 지도 몇 달이 지났네. 잘 지켜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몇 달 전 우리의 모습과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의도적으로 네게 질문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깜빡해. 덕분에 네가 내게 질문해달라고 말하는 일들이 발생하지만, 그때마다 내게 알려줘서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해. 아직 아주 자연스레 질문이 계속 나올 만큼 누군가의 인생 자체에 근원적인 관심을 가지지 못하나 봐. 어쩌면 죽을 때 까지도.


내게 질문은 두 가지 정도로 나뉘어. 첫째는 의도된 질문이야. 고등학생 때부터 영상을 만들면서 수도 없이 인터뷰를 하고 다녔고, 그 과정에서 준비된, 그러나 목적이 뚜렷한 질문을 아주 많이 했어. 그런 질문을 의도된 질문이라 부르고 싶어.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내가 원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야 해서 물어보는 질문. 근데 이 질문을 계속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내가 진짜 원해서 물어보는 건지, 아니면 학습된 '의도된 질문'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


두 번째는 궁금한 질문이야. 정말 본능에서 나오는 질문인데, 이전 글에서 쓴 너의 말처럼 어쩌면 무례하고 속상한 내용을 던질 수도 있는 질문이야. 반대로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이기 때문에 더 진심 어리고 알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기도 하고. 궁금한 질문은 살면서 잘 나오지 않는데, 대부분의 질문은 내면에서 발현돼서 나무 위키에서 끝나기 때문이야. 굳이 내 입으로 꺼내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표현하지 않게 되는 거지.


네게 의도된 질문을 꺼내고 싶지는 않아. 어렵더라도 궁금한 질문을 네게 많이 하고 싶어. 그러려면 너 얘기를 많이 많이 들어야 할 거고. 아직은 사람 자체에 궁금한 질문을 연속적으로 많이 해본 적은 없어서, 여전히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조금씩 궁금한 질문은 네게 하는 연습을 해볼게. 너도 지금처럼 '궁금한 답변'을 많이 많이 알려줘! 


그러다 보면 우리가 서로 눈빛만 봐도 궁금한 것과 그것의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주에는 '영화'에 대해서 적어줘! 


2022.06.07.

재요. 

작가의 이전글 신기한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