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앙요 May 29. 2022

신기한 것들

(11)

재요에게.


활성산소라니, 완전 처음 들었어.

방법은 찾아봐야겠지만, 언제든 함께 뺄(?) 의향은 있어!


'신기한 것들' 대해 적어달라길래,  말에 대해 생각해봤어. 신기하다는 표현은 긍정적인 의미일 수도, 부정적인 의미일 수도 있는  같은데 나에게 신기함은 4.5:5.5 정도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살짝  강했던  같아.  단어가 쓰이는 많은 상황에서 상대를 대상화하고 있다고 느끼거든. '낯설어서 눈길이 간다'  관심이 순수한 호기심으로만 끝나지 않고 무례한 시선이나 폭력적인 질문과 같은 일방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


그래서 순간의 신기함을 느끼더라도, 조금은 의식적으로 그 감정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 마치 신기한 모양의 구름을 보면 오 신기하다! 하고 지나가듯이 대부분 그냥 그렇게 흘려보냈어. 무례하거나 폭력적이지 않게 관심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 혹은 그러기 위해 내 에너지를 들일 자신이 없고 막막해서.


근데 최근의 나에게 가장 신기한 것 중 하나인 너에게는 조금 달라. 마음 한편에 신기함을 품고 천천히 들여다보고 있어. 같이 시간을 보낼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낯설어하고 놀라워하고 궁금해하면서, 이 끝없는 신기함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울 수도 있음을 깨달아. 모든 신기함의 끝이 완전한 공감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최선의 관점, 풍부한 이해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고.


너를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신기함에 담기는 애정을 체감하니까, 요즘의 나를 어렵게 하는 다른 존재들에게도 조금 더 이런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득해져. 나와 달라서 엇, 하고 뒷걸음질 치더라도, 그 신기함을 마주하는 과정에서의 우여곡절이 눈에 훤하더라도, 조금 더 용기내고 충실히 관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활성산소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몰라.


다음에는 '질문'에 대한 글을 적어줘.


2022.05.29.

기요.



작가의 이전글 체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