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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요에게.
더위를 잘 타고 땀이 많은 나에게 태양은 피하고 싶은 존재였어. 그래서일까 잔뜩 흐린, 구름 한 점 없는 것 같은(구름이 가득해서 그 경계가 보이지 않는) 하늘을 좋아해.
예전에는 그런 생각도 한 적이 있어. 너무 뜨겁고 눈부신, 그래서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는 태양의 빛보다 조금은 차갑더라도 어둠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달의 빛처럼 살아야지, 하고. 어렸을 때부터 달을 좋아해서 더 그랬을 수 있지만, 뭔가 태양은 좀 부담스러웠어. 열정, 에너지, 불처럼 태양과 함께 연상되는 것들도 나의 온도로 따라가기에는 벅찬 것 같았고. 나는 한껏 미지근하게 살고 싶었거나, 그냥 그러는 편이 낫겠다고 믿으며 노력했어.
근데 태양을 정말 피하고 살 수는 없잖아. 더위에 약하고 땀을 잘 흘리는 나의 특징을 인정하고, 그러려니- 해야지. 그리고 내 피부가 어두워지길 바라기 때문에 태양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거든. 그래서 평소에는 달갑지 않더라도 여행할 때나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때는 작정하고 내 몸을 맡겨. 숨 쉬기 어려운 답답함과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감수할 테니 내 피부를 태워달라고 태양에게 딜을 하는 느낌으로.
게다가 해가 쨍쨍한, 흔히들 "날 좋다", 고 하는 날씨와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공간을 좋아하는 너를 보면서, 태양의 소중함을 다시 잘 찾아봐야지 싶기도 해. 나는 웬만하면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감각에서 도망치는 편인데, 너는 그런 것에 아무렇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은 되려 즐기더라고. 그런 너를 보면서 이상한 용기를 얻을 때가 있어. 너가 누리는 것은 나도 망설이지 말고 충분히 누려도 될 것 같은 느낌.
태양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활기와 생동감을 주는 그 존재를 나도 좋아해 보아도 되겠다, 하고 생각해. 피하려던 마음을 조금 덜어내어 나의 방식과 나의 이유로 좋아하는 마음을 채워보는 거지. 요즘엔 해가 쨍하면 너가 떠오르고, 행복해할 너를 생각하며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지듯이 말이야. 이 글을 쓰며 느낀 거지만, 많은 사람들이 A를 좋아할 때 내가 B를 좋아한다고 해서 꼭 A가 싫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B를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A에 대한 불호로 증명해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살아갈수록 싫은 것보다 반가운 것을 더 많이 찾아낼 거야. 중요한 단서가 되어주어 고마워.
2022.07.24.
기요.
+ 다음에는 '당연함'에 대해 적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