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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Jul 24. 2022

태양

(17)

재요에게.


더위를 잘 타고 땀이 많은 나에게 태양은 피하고 싶은 존재였어. 그래서일까 잔뜩 흐린, 구름 한 점 없는 것 같은(구름이 가득해서 그 경계가 보이지 않는) 하늘을 좋아해.


예전에는 그런 생각도 한 적이 있어. 너무 뜨겁고 눈부신, 그래서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는 태양의 빛보다 조금은 차갑더라도 어둠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달의 빛처럼 살아야지, 하고. 어렸을 때부터 달을 좋아해서 더 그랬을 수 있지만, 뭔가 태양은 좀 부담스러웠어. 열정, 에너지, 불처럼 태양과 함께 연상되는 것들도 나의 온도로 따라가기에는 벅찬 것 같았고. 나는 한껏 미지근하게 살고 싶었거나, 그냥 그러는 편이 낫겠다고 믿으며 노력했어.


근데 태양을 정말 피하고 살 수는 없잖아. 더위에 약하고 땀을 잘 흘리는 나의 특징을 인정하고, 그러려니- 해야지. 그리고 내 피부가 어두워지길 바라기 때문에 태양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거든. 그래서 평소에는 달갑지 않더라도 여행할 때나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때는 작정하고 내 몸을 맡겨. 숨 쉬기 어려운 답답함과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감수할 테니 내 피부를 태워달라고 태양에게 딜을 하는 느낌으로.


게다가 해가 쨍쨍한, 흔히들 "날 좋다", 고 하는 날씨와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공간을 좋아하는 너를 보면서, 태양의 소중함을 다시 잘 찾아봐야지 싶기도 해. 나는 웬만하면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감각에서 도망치는 편인데, 너는 그런 것에 아무렇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은 되려 즐기더라고. 그런 너를 보면서 이상한 용기를 얻을 때가 있어. 너가 누리는 것은 나도 망설이지 말고 충분히 누려도 될 것 같은 느낌.


태양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활기와 생동감을 주는  존재를 나도 좋아해 보아도 되겠다, 하고 생각해. 피하려던 마음을 조금 덜어내어 나의 방식과 나의 이유로 좋아하는 마음을 채워보는 거지. 요즘엔 해가 쨍하면 너가 떠오르고, 행복해할 너를 생각하며 덩달아  기분도 좋아지듯이 말이야.  글을 쓰며 느낀 거지만, 많은 사람들이 A 좋아할  내가 B 좋아한다고 해서  A 싫어야만 하는  아니니까. B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A 대한 불호로 증명해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살아갈수록 싫은 것보다 반가운 것을  많이 찾아낼 거야. 중요한 단서가 되어주어 고마워.


2022.07.24.

기요.


+ 다음에는 '당연함'에 대해 적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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