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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Jul 18. 2022

거울

(16)

기요에게. 


나는 종종 거울을 무서워해

정확히는 물리적인 거울을 무서워한다기보다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게 될 때의 그 감각을 무서워해.

그렇게 된 이유 두 가지를 적어볼게.


1. 거울 속으로

10년도 더 전에 '거울 속으로'라는 공포영화가 개봉했어. 유치원생이었는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즈음의 어린 나는 이 영화의 예고편을 봤고, 거울 속에 비친 공포스러운 모습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뇌리에 길이길이 그 공포를 박아버렸어. 그래서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거울 속에서 날 쳐다보는 어떠한 존재에 대한 공포감이 있어.


2. 이태원에서 살 때, 그러니까 낮과 밤이 정 반대로 돌아가던 시절에 매일매일 피곤에 절어서 쓰러지듯이 잤는데, 그때 전신 거울이 내게 있었어. 5년이 지난 지금도 집에서 쓰고 있는 거울이야. 당시에는 내가 자는 매트리스 앞에 거울을 세워뒀지. 그리고 어느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는데, 내 앞에서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더라. 정말 무서웠어. 겨우 가위에서 벗어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하얀 와이셔츠가 거울에 걸려있었던 거더라고. 그날부로 당장 거울 각도를 바꿨지.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거울과 마주 보고 자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물론 미신이겠지만 그날 이후로 절대 지키는 원칙이 되었어.


여전히 종종 거울을 무서워하지만, 일상에서는 대부분 편히 사용하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해.

거울은 내게 아무것도 한 적 없어. 내가 거울을 보고 다양한 생각을 했을 뿐.


다음에는 '태양'으로 글을 써줘!


2022.07.18.

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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