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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Jul 31. 2022

당연함

(18)

기요에게.


살아가면서 당연하다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


"&&으로 태어났다면 당연히 %%해야지"처럼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고정관념을 표현할 때도 당연함을 쓰고, "당연한 사실을 왜 물어봐"처럼 판단의 근거에 믿음을 부여하는 기능으로도 사용해. 더 찾아보면 '당연함'은 훨씬 많은 기능으로 사용되고 있을 거야.


나는 어릴 적부터 당연함을 최대한 당연하지 않게 살고 싶었어. 너와 대화를 하면 느껴지는 '안 당연함'을 나도 아주 오래전부터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해왔달까. 그리고 당연함은 여기서 또 하나의 기능을 선보이는데, '확장되지 않음'의 반대 의미로 사용된다는 거야. 좀 더 쉽게 말해보자면, 사고의 확장, 관점의 확장, 인지의 확장은 '당연함'이 없어야만 좀 더 효율적으로 적극적으로 행할 수 있다는 거지.


반대로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것의 확장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모든 것의 확장이 일어나기 때문에 당연하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뭐가 먼저냐는 크게 중요하진 않아 보이지만, 삶의 태도를 어떻게 가지냐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도 생각되고. 우리가 세상의 많은 이야기와 의견, 그리고 목소리를 받아들임에 있어서 당연하지 않음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 혹은 그냥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당연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될지 정도로 비교해 볼 수 있겠다.


다시 어릴 적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어릴 적에는 '안 당연한' 사람이 먼저 되고 싶었어. 세상의 이야기를 많이 받아들이는걸 먼저 한다기보다는 그냥 내 몸을 먼저 바꿔버리는 시도(?)를 했던 거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주목받는다는 걸 알게 됐어. 내가 1등을 못 해도 1등만큼 주목받을 수 있는 법을 터득한 거야. 그 무기는 '당연하지 않음'에 있었고, 나는 어릴 적부터 아이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행동과는 아주 다른 행동과 선택을 했어. 옷 입는 것도 그랬고, 노는 것도 그랬고.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살다 보니 나처럼 살아온 친구들로 둘러 쌓이게 됐고, 자연스레 '안 당연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더라. 네가 얼마나 느끼는지는 가늠이 안되지만 나는 꽤 '안 당연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다만, 다른 '안 당연한'삶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적을 뿐이지만.


내가 느끼는 너는 반대의 경우인 것 같아. '안 당연한' 몸을 먼저 만든 게 아니라, 좀 더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들과 삶을 바라보기 위해서 관심을 가졌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안 당연한' 삶을 살게 된 것 같아. 결론은 비슷한데, 과정은 완전 정 반대인 우리의 모습이 꽤 귀엽고 바람직하네.


내가 짐작한 모습이 맞는지 궁금하네, 너는 어느 시점에 '안 당연한' 삶을 살고 있다고 인지하게 됐어?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어?


다음 주에는

위의 질문에 더불어서, '당연하지 않음'에 대해서 적어줘!


2022.07.31.

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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