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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요에게.
너에게 글감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너의 글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어.
경황이 없었나 보아.
오늘은 이어폰에 대해 써보려고 해.
너가 떠나기 전에 선물해준 에어팟 프로 2세대를 쓰면서 느낀 건,
1.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꽤나 무섭다.
2. 역시 난 (특히 대중교통에서는) 커널형 이어폰이 좋다.
3. 커스터마이징 된(예를 들어 각인처럼) 선물은 정말 소중하다.
이 정도였어.
1. 노이즈 캔슬링
처음 왼쪽 귀에 하나를 꽂으면 귀가 먹먹해지면서, 내 한쪽 귀 혹은 한쪽 뇌가 분리되는듯한 낯선 감각을 느껴. 오른쪽 귀에도 마저 꽂으면 좀 괜찮아지지만, 한쪽만 꼈을 때의 그 어색함이 하도 신기하고 어색한 나머지 약간 무서울 정도야. 내가 고작 이 쪼꼬만 물체를 귀에 꽂았을 뿐인데 다른 시공간에 떨어진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을 느낀다는 사실에 말이야.
2. 커널형 이어폰
일단 귀가 좀 많이 작다 보니 웬만한 귀로 하는 것들이 어렵고, 특히 오픈형 이어폰은 더더욱 불안하게 느껴지나 봐. 반면, 커널형은 고무를 귀 안에 끼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정적이고 바깥소리도 더 잘 차단된다는 점에서 선호했어. 고무가 너무 크면 그 역시 귀에 들어가지 않거나 넣어도 금방 빠지기 일쑤이지만, 요즘에는 고무가 다양한 사이즈로 나와서, 이번에도 기본은 M으로 되어 있던 것 같고 이틀 정도 써보고 XS로 갈아꼈어. 오픈형보다 깊숙이 착용하다 보니 귀에는 더 안 좋을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더한 만큼 음량을 잘 조절해봐야겠다 싶어.
3. 각인
나에게 큰 애착이 있는 문구를 새긴 에어팟 케이스를 선물 받은 건 정말 소중한 일이었어. 사실 에어팟 프로를 언젠가 사려고 했었기 때문에 기능적으로도 훌륭하고 유용한 선물인 건 맞지만, 그 문구가 새겨진 무언가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선물 받은 게 아마 처음인 것 같아. 너가 먼저 물어보고 확인해줘서, 그리고 이렇게 세 가지 단어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어서 참 감사해. 한 쌍의 에어팟 콩은 잃어버리더라도 이 케이스는 꼭 잘 지켜낼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는 '외국어'에 대해 글을 적어줘.
2022.11.13.
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