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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에게.
지난번 글을 쓴 시기가 그래서 그런지, 혹은 일부러 그런지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내게 글감을 안 줬네. 이 글은 지금 가장 자유로우면서 가장 묵직한 주제를 내게 던져준 것 같아.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자면 방금 너와 나는 네 달간 떨어져 지내는 삶을 시작했고, 길게 설명하자면 그 네 달 동안 나는 부산에서, 너는 경기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겠지. 이 삶을 오래전부터 예상해왔고, 머리로는 수없이 떠올렸는데도 막상 헤어지는 날이 오니까 마음이 쓰라리고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다.
사랑은 뭘까. 사랑은 우리가 붙어있을 때 완결되는 걸까? 물리적으로 붙어있지 않아도 사랑을 느끼고,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건 물리적으로 붙어있음을 언젠가 기약하기 때문일까? 도대체 우리는 왜 떨어져 지내는 기간이 아쉽고 슬픈 걸까. 사랑하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마음이 아파할 걸 알기 때문일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최근 일주일은 우리가 만난 이래로 가장 집약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낸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들을 일부러 만든 건 미리 떨어져 지내는 우리를 위해 보상을 한 건 아닐까. 함께 종일 붙어있는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숨 쉬고, 느끼고, 향유한 모든 것들이 나중에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기억을 휘감싸겠지, 그리고 이내 아련한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마음을 적실 거야. 그때 우린 다시금 사랑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겠지.
우리가 떨어져서 지내는 네 달, 서로 사랑이 어떤 것인지 더 깊게 알아가 보자. 우리가 사랑을 하기 때문에 붙어있고 싶은지, 붙어 있어서 사랑을 하는지도 고민해보자.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날 때, 더 깊은 사랑을 하자.
사랑해.
2022.11.9.
재요.
다음 주에는 너도 쓰고 싶은 주제로 글을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