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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에게.
지난 네 달은 내가 살아온 방식과는 너무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고, 경험하고, 다시 내 것으로 만들어내는 시간이었어. 지난 몇 년간 하지 않았던 공부를 했고, 하루의 많은 시간을 영어를 사용했으며, 원 없이 미래를 꿈꿀 수 있던 나날들이었어. 역시 공부가 제일 재밌고, 제일 행복한 것이라는 말은 나이를 먹어야 깨닫는 것인가 봐. 많은 20대 후반이 나의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가 가장 재밌는 것이라고 알려줬듯, 나도 지금 고등학생들을 만나면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재밌고 행복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큰일이야. 꼰대가 되어가나 봐.
영어공부를 하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았어. 특히 '로버트 그린'의 영상들을 보면서 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 로버트 그린은 내가 오디오북으로 한 번 들었던 '인간 본성의 법칙'을 썼고, 다른 여타 '법칙' 시리즈들을 많이 만들면서 인간의 행동과 심리, 그리고 당위성을 찾아가는 학자야. 그가 한 얘기들 중에 나에게 아하 모먼트가 왔던 얘기는 단연 '메멘토 모리' 였어.
카이사르는 유럽의 국가를 하나씩 제패할 때마다 승전보를 울리며 자신의 백성들과 소리 지르며 축배를 들었는데, 그때 카이사르의 귀에 항상 "메멘토 모리"를 외치는 노비가 한 명 있었대. '죽은 자를 기억하라'라는 뜻인데, 좀 더 의역해보자면, '죽은 자를 기억하고, 너도 신이 아니기에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너의 목숨과 힘은 무한하지 않다. 유한하다' 정도가 될 것 같아. 결국 영원히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난 생각해. 결국 우리는 신이 아니니까.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더욱 내 능력이 보잘것없고, 큰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유학을 가야겠다고 크게 결심했어. 네 달간 내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너무 많이 보았고, 내가 가지지 못 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더 넓은 세계에서 만나서 함께 재밌고 큰 무엇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정말 세상의 '돌아이'들을 만나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어. 나는 유한한 힘을 가졌으니까!
이 인사이트와 꿈이 네 달간 내가 쌓아 올린 하나의 줄기야.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 하나 바뀌지 않는 건, 결국 메멘토 모리 한 문장 안에 있달까. 앞으로 노력하는 모습 지켜봐 줘!
다음 주에는 '정리'에 대해서 적어줘!
2023.03.05.
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