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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May 22. 2023

(59)

재요에게. 


'나'의 역사라니, 과제 덕분에 꽤나 방대한 주제를 기록했구나! 

평소 우리의 글에 비해서는 길었지만 재밌어서 잘 읽힜다:) 


나는 조금 간략하게 두 개의 시기로 구분해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 

1. 기억나지 않는 시기부터 교환학생에 갔던 때까지
2. 비영리 분야에서의 본격적인 일 경험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앞의 시기는 내가 주로 다른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던 때이고, 뒤의 시기는 조금 더 스스로의 주도권을 갖기 시작한 때인 것 같아.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환경에서 줄곧 살아왔어. 하지만 그게 곧 내가 나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뜻은 아니더라. 어렸을 때는 물론 성인이 되고 난 뒤에도 한동안은 이 사회의 보편성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들의 눈치를 살피는 시간이 지속되었어. 내 주변에는 나와 비슷한 모습들이 가득하니,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던 시기였지. 나의 선택이라고 믿었을 뿐 선택의 맥락에 담긴 수많은 작용들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못했어. 


하지만 2016년 하반기부터 비로소 나에게로, 나의 내면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로 시선을 옮기게 돼. 어떤 하나의 결정적인 계기를 통해 한순간에 내가 완전히 달라지거나 그런 건 아니고 다양한 강도의 자극들을 꽤 오랜 시간 동안 적절한 속도로 만났던 것 같아. 마음속에 품고만 있던 것들을 천천히 마주하며 잘 꺼내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할 수 있었고, 그런 전환의 시기 덕분에 지금 나의 모습에 다다르게 되었네. 


근데 사실 요즘의 나는 2보다는 3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한 발짝 떨어져야 더 선명하게 보일 것 같아서, 이 세 번째 시기를 소개할 말을 찾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테지만 아무래도 그래. 

내가 나의 주도권을 찾기 시작한 지 어느덧 거의 7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는 조금 더 나를 '제대로' 파고들고, 그러다 종종 고개를 들어 나를 두둥실 띄워 흘려보내주고 있는 이 물살이 향하는 곳을 바라볼 때가 되었을지도 모르니까. 


두려움이 줄어든 자리에 기쁨 혹은 설렘이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세 번째 시기를 잘 지내봐야지. '나'에 대한 기록, '나'와의 대화도 조금 더 성실하게 지속하고.

이곳에 쓰인 글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종종 너에게 공유할게. 


2023.05.22. 

기요. 


다음 주에는 '사진'에 대한 글을 남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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