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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Aug 20. 2023

수영

(70)

기요에게.


수영을 한지 네 달 정도 되었나? 이제 자유형은 아주 쬐끔 편안하게 하고, 배영은 초급반에서 제일 잘하고 평영은 열심히 배우고 있어. 접영의 세계는 아직 머나먼 선배들의 세상이야. 이 육중한 몸뚱이로, 근육이 잘 붙고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은데도 네 달째 초급반에서 열심히 수영을 하는 이유는 모두 출석을 잘 안 했기 때문인데, 첫 세 달 동안 9시에 등록해서 잘 나가지 못해서 그래.


정말 웃긴 건 말이야, 지난달에 등록연장기간을 놓쳐서 9시 반 연장을 하지 못했어. 정말 짜증 나더라. 8월에 계획한 모든 일들이 다 어그러지는 그런 느낌말이야. 울며 겨자 먹기로 10시 반을 등록했어. 그리고 출석을 거의 대부분 하게 됐어. 아, 내 몸은 9시가 아니라 10시에 수영을 하도록 맞춰져 있구나! 그런 거구나!!!! 심지어 집으로 가는 셔틀까지 알게 되면서 훨씬 여유롭게 수영을 다니게 되었어.


슬픈 건 말이야, 이제 9월부터 개강을 하면 수영 자체를 하기 어려울 것 같아. 정들었던 선생님도, 이모님들도, 모두들 갑작스레 못 보게 되는 거겠지. 아! 맞아, 수영은 너무나도 들어왔다 나왔다가 자연스러우니까 딱히 작별인사나 그리움이 없다고 느껴졌어. 운동을 하면서 휴대폰을 쓰지도 못하니까 자연스레 번호나 인스타 교환도 하지 않아서, 사생활이 의외로 잘 보장되는 운동 같아. 다르게 말하면 수영장에선 정말 다른 삶을 살 수 있달까...?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수영장에서 '늦잠 자는 재우'로 살아왔어. 아, 최근에는 선생님이 한잔하고 왔냐고 물어보는 걸 보니, '한 잔 하고 늦잠 자는 재우'였을지도. 그런 면에서 삶에서 무엇인가를 책임지고, 끝까지 붙들고, 고민하고, 웃고, 내 의지와 관련 없이 해야 하는 것들과 다르게 수영은 오직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인 듯 해. 내가 수영을 네 달째 늦게 오고, 잘 못 하고 해도 아무도 날 재촉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챙겨줘. 내가 힘들어서 옆에 빠져있으면 뒷사람이 자연스레 내 앞으로 와서 수영을 해. 난 그 사실에 주눅 들지 않고!


어쩌면 내게 도피처일 수도 있겠다. 수영이라는 행위가 내게 새로운 안전지대를 만들어주고 있나 봐. 한 단어로 방대한 생각들을 나열한 것 같네, 이 모든 건 수영을 하다 보면 그 어떤 정보로부터 차단당하고 오직 나 혼자 생각만 할 수 있어서 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서 연락이 되지 않아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는 걸 증명해 주는 수단 같기도 하고. 나와 연락 안 되는 한 시간 동안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짜증 날까 싶으면서도, 매일 그 시간에는 아무 연락도 안 와 있는 휴대폰을 볼 때면 세상 내가 편한 대로 살아도 되겠다 싶기도 해 :)


앞으로 수영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마치 영화를 전공한 사람들 중에 영화를 하는(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듯이, 초급반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 고급반까지 가는 사람들은 기껏 해봤자 한 두 명이래. 고급반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또 못 가면 어때! 싶기도 해. 


다음 주에는 '나이 듦'에 대해서 적어줘!


2023.08.20.

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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