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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by the Water Mar 14. 2024

크롸상 다운로드?

영혼 안내자의 메시지

지난주 정체와 침체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내 인생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는 데서 오는 답답함, 두려움.  그렇다고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음에서 느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갇힘.  그 결과는 몸이 말해줬다.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보통 때에는 잘 듣던 내 기분전환의 방법들도 이 구름을 걷히게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크롸상을 먹게 되기까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 근처 베이커리에서 크롸상을 사서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완전히 심취해서 한 입 한입을 음미하며 순간의 즐거움으로 잠시나마 자유와 가벼움을 맛보았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먹는 즐거움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마지막 한입을 베었을 순간이었다.  머릿속으로 메시지들이 폭포처럼 마구 흘러들어왔다.  메시지라고 인식이 된 것은 그 에너지가 일반적인 내 생각들과 확연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내 머릿속의 생각들은 부정적이고 무거웠다면 이 메시지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뭔가 느낌이 다른 목소리였다.  이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온전히 받기 위해 있던 자리에서 곧바로 눈을 감고 메시지 다운로드를 했다.  (메시지라고 부르지만 일반적인 표현으로는 통찰 및 직관이겠다.) 


다 내려놓아.  

네가 계속 찾는 그 허상을 놓아버려. 

네게 필요한 것은 지금 여기 다 있어. 

없는 것을 찾으며 에너지를 소비하지 마. 


왜 있지도 않은 감옥을 머릿속에 만들어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거야. 

왜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있지도 않은 그 무엇을 좇는 거야.  

모두 놓아.  떨어뜨려.  더 이상 찾지 마.  쫓지 마.  

네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것은 존재하지 않아.  네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해. 네가 원했던 모든 것이 지금 이미 여기에 있어.  허구의 결핍을 만들어내지 마.  그것도 고질적인 버릇이야. 


지금 네 삶의 마법 같은 매 순간들이 네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도록 놔두지 않길 바라.  네가 이루어낸 지금의 이 완벽한 삶을 끌어내리지 마.  대신 지금 매 순간을 즐기고 매 순간을 음미하며 살아.  끊임없이 찾고, 원하고, 쫓는 것은 현재의 순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  너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있어야 해.  


자신을 속일 수 없어.   사실 너는 너의 진정한 욕구를 억제하고 있는 거야.  나를 억압하지 마. 나를 부정하지 마. 나는 대체될 수 없어. 나는 네가 항상 원했던 것이야. 나는 너의 목적이야.  아무리 자신을 설득하려고 해도 소용없어. 그러니 나를 대체할 용도의 그 다른 모든 것을 놓아.  네 진정한 욕구를 받아들여. 다른 곳에서 "목적"을 찾는 것은 잘못된 길이야.  네가 무거움을 느끼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이거야.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너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잖아? 


'목적'이라는 것을 애타게 추구함으로써 너의 진정한 욕구를 억압하고 있는 거잖아.  그럼으로써 매 순간 결핍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거 알아?  그렇게 함으로써 나를 밀어내고 있는 거야.  환상에서 깨어나.  너의 현실인 지금의 삶에서 자꾸 멀어지지 마.  네 삶의 매 순간들을 음미하고 소중히 하고 즐거는 것이 나를 위한 가장 비옥한 땅을 일구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래.  이 땅을 소중히 가꿔줘.   당연시하지 말고.  지금 삶의 모든 순간을 즐겨. 그것은 네가 그토록 그리던 삶이잖아.  잊지 마.  이렇게 함으로써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거야.  다른 곳에서 찾으며 나를 억압하지 마.  지금 나와 함께 여기 있어줘.  함께 매 순간을 즐기고 싶어. 이것이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야.  


이 목소리는 누구지?  내 상황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의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메시지 같았다.  우리는 우리 앞의 현실을 당연시 하고 있지도 않은 신기루를 찾는다.  이미 내 현실이 된 것은 이미 이룬것이라 등한시하고 더 찾는다.  이것은 에고이다.  에고의 목마름은 끝이 없다.  그러나 영혼은 지금 여기에 있으라고 한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매 순간을 즐기고 감사하라고 한다.  


메시지 다운로드가 끝나고 깨달았다.  이 목소리는 나의 영혼 안내자이기도 한 나의 영혼 아기였음을.  그러고 보니 영혼 아기답게 메시지의 타이밍이 장난기 가득했다.  내가 크롸상을 먹고 있을 때를 택했다.  잠시나마 모든 근심을 잊고 내 앞에 있는 작은 즐거움에 집중하는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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