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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쌤 Mar 23. 2023

2023.03.23.

# 제 사진이 별로 없는 날은 둘중 하나예요


1) 아이들 깊숙히 들어가서 하나하나 직접 또는 개별로 지도해야하는 날일꺼예요

그건 아마도 갈등이나 장기적인 지도가 필요한 부분을 포착하고 아이들 옆으로 바짝 붙어 들어간 날을 말하겠지요.

2) 그것이 아니라면 제가 하는 수업이 많은 날이예요. 수업을 하면서는 사진을 찍을수가 없어요. 앞에서서 수업을 할때 아이들의 눈빛이 얼마나 초롱초롱한지 그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서 그 모습을 찍어두고 싶은 마음을 굴뚝 같지만...  수업의 흐름이 끓기기 때문에 참아요.^^


오늘은 수업이 끝나고 나오니 사진의 양이 작네요?

어떤날일까요? ^^

안알려줄랍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중요한 사안은 아니므로!!  ^^

두가지 모두 저에게는 필요한 날이고 저의 일이니까요^^




# 어? 선생님이 수업을 직접하는게 좋으거 아닌가?


하실수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아이들에게는 '놀이 총량의 법칙'이라는게 있어요. (제가 아이들을 보며 만들어낸? 말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하루를 아이답게 놀아야하는 그 시간의 총량이 있어요. 그런데 그걸 확보해주지 않고 어른들 입장에서 놀이를 준비하고 이끌면 그건 놀이가 아니라 '일'이 되어버려요. 그것이 아무리 놀이라고 할지라도요. 그러면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지요 '선생님 우리 언제 놀아요?' 놀이안에서 즐거움만이아니라 해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않으면 그게 어디에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그대로 남아있지요? 그걸 바로 우리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 선생님 우리 언제 놀아요 vs 더 놀꺼예요


선생님 우리 언제 놀아요? 와 더 놀꺼예요는 너무 다른 말이예요.  저희 유치원의 자랑입니다만 아이들이 집에가기 싫어요라는 말을 하는 일이 많은것이요. 교사에게는 아이들이 주는 최고의 선물같은 말이기도하지요^^ 선생님 우리 언제 놀아요?는 아이들의 놀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고요 선생님 더 놀꺼예요는 그 놀이가 즐거워서 멈출수가 없다는 말이자 아이들의 놀이를 충분히 밀도있고 몰입감있게 지원해주었다는 말입니다.  그럴때 아이들 모습은 폭풍과 같아요. 제가 자주 표현하는 말중에 정말 역.동.적.이라는 표현이 딱이예요. 폭풍인데 파괴적인 폭풍 아니고요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폭풍이요.




# 한글 지도 계획의 기본틀


아이들이 등원을 하고 수첩정리하는것을 지도하면서 아이들 하나하나의 현재 글자 인식정도와 흥미도, 수행정도의 차이를 파악합니다. 


저는 유치원 교사의 이런일이 좋아요. 다른 학급들은 수.업.이라는 형식으로 펼쳐지지만 저에게는 일과의 모든것이 수업이고 (저는 '침투'라는 표현을 쓰는데) 특전요원이 들키지않고 '침투'하듯 교육인걸 들키지 않으면서 시험인걸 테스트인걸 들키지 않으면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이 참 재미있어요^^ 그러다가 적진의 한가운데서 선두를 잡고는 전체를 나에게 빠져들게 하는 수업! 흥미롭지요?^^ 이미 모두 나에게 빠져있고 그들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한몸에 받으며 ^^


그렇게 아이들의 손가락 소근육 발달정도와 글자인식정도, 흥미도, 수행능력의 정도의 차이등을 파악하니 눈에 보입니다.  아~ 너는 이런 아이구나. 너는 이런정도이구나^^ 

어느정도 어느수준이던 저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너희들의 속도대로 너희들의 관심대로 각각의 개별적으로 지도할겁니다^^


제가 졸업하기전에 한글을 떼!!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리지 않아요. 한글을 떼는것이 저의 최종목표가 아니기 때문이예요. 저의 최종목표는 아이들이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줄 아이로 자라게하는것. 책을 읽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위로를 받기도하고 때로는 그 속에 빠져서 환상의 세상에 빠져들기도하는 그런 듣고읽고쓰는 능력을 길러주는것이 최종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늘 아이들의 교육은 big picture 을 그려야합니다.



# 한글이라는 초단기적인 목적


한글이라는 초단기적인 목적으로 시각을 제한시키지 말아주세요. 아이들은 지금 읽어야만하고 써야만하는 시기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지금 느끼고 표현해야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느껴야합니다. 자연을...예술을... 찾아오고있는 봄의 구석구석을요...    더욱이 지금은 아이들은 읽고써야만하는 시기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들어야하는 시기입니다. 강력히 강조합니다. 아이들이 들을줄알아야하고 느낄줄알아야합니다. 특히 느껴야합니다. 오감으로 느껴야합니다. 인생중 가장 풍부한 감수성과 민감성을 가지고 있는 지금. 아이들은 느껴야합니다. 오감으로 흡수해야합니다. 아이들의 방식으로 세상을 흡수해야합니다.



# 봄비를 느껴봅니다


살아있는 교육과정.(늘 무언가를 준비해둡니다. 언제든지 때에따라 적재적소에 최선을 것을 제공하기위해) 때마침 내린 봄비를 그냥 지나칠수없습니다. 출근길 내리는 봄비와 촉촉해진 땅들 그리고 팝콘 터지듯이 터지는 꽃봉이들. (아이들 수준으로 민감성이 높은 저 입니다^^ 자랑자랑) 아이들과 함께 느껴봅니다. 봄비의 향기와 자연의 변화를 포착해봅니다.  봄비를 맞으며 기뻐하는 나무와 꽃들의 이야기가 어떨지 나누어보고 꽃과 나무가 되어봅니다. 얼어붙었던 땅속의 벌레들이 푹신해진 흙의 변화에 뭐라고 이야기할지 상상해봅니다. '봄비는 달라' 동화를 함께 보고 봄비를 맞으며 한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 아주머니 아저씨의 옷을 꾸미고 자신만의 우산으로 꾸며줍니다.  봄비와 어울리는 음악을 배경음악 삼아. 색칠하는 단순한 과정속에서도 아이들은 번제맞은 구멍난 우산이라며 키득키득. 무지개가 핀 봄들판이라면 키드키득. 즐겁기만합니다.




# 어제는 첫 대집단 성공. 오늘은 첫 활동 성공


유치원에서는 수업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활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요. 교사가 준비한 교사주도의 수업을 의미해요. 긴~ 시간의 놀이시간을 제공하고 선생님 시간은 아이들이 저를 존중하여 따라주어야하는 시간이지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몇몇 시도를 하였어요.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았지요. 하지만 이제 아이들도 적응을 어느정도하였기에 교사의 단호함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제시간을 지켜주어야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멋지게 '활동'을 하였습니다. 

귀염둥이들. 저와 아이들 사이에는 사랑과 신뢰가 있기때문에 단호한 선생님 모습에 위축되고 무서움이 아닌 글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존중'이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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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 끝나고 나오면 원무실 컴퓨터에 '쪽지'가 엄청 떠있어요

그말인즉, 오늘 해야하는 업무인거지요.  아주 긴급한 사안들만 먼저 처리하고 

전부다 넣어둡니다.  왜냐!!! 수업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이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오늘도 저의 긴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멋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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