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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쌤 Aug 28. 2023

교사는(1)

민아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등원을 한다.

등원맞이 선생님을 지나 원무실에서 일과 준비를 하는 나에게 눈도장을 찍는다.

말은 하지 않지만 들린다. 


'선생님, 저 지금 마음이 좋지 않아요. 들어주세요'


얼른 불러 손을 잡는다.


"민아야 무슨일이이야. 무슨일이 있었어? 표정이 편안해 보이지 않는데? 무슨일이야?"


뭐라고 소곤소곤 말을 하는데 들리지 않는다.

귀를 바짝 대고 아이의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고 온 집중을 한다.


"사과 받고 싶어요"


"어? 사과?"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빠르게 머리로 재생시켜본다. 

사과라..  민아에게 있었던 어떤일이였을까...  

크게 생각나는 일이 없다. 


조심스럽게 다시 물어본다


"민아야 선생님이 지금 번뜩 떠오르는 일이 없는데 어떤 일이 민아 마음에 떠올랐는지 조금만 설명 해줄래?"


소곤소곤 축처진 몸.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소곤소곤 말을 한다.

말자체보다 온몸으로 말한다. 

'내가 지금. 마음이 좋지 않아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라고...


"지난번에 수호가 00이라고 놀린거 사과받고 싶어요"


힌트를 주었으니 다시한번 머리속으로 빠르게 필름을 돌려본다.

수호가? 00이라고 놀린거? 사과? 무슨일이였지? 뭐지? 뭐였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난번에 선생님이 사과 받고 싶으면 말하라고 했잖아요"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나 역시 온몸으로 들으며 

기억속에서 찾아냈다.


아~ 아~ 아!!!! 



사건이 내용은 이러하다.

일주일 전쯤? 10일정도된거 같다.


민아와 수호가 놀이하며 서로 의견차이가 있었고 그러던중 수호가 00이라고 놀린일이 있었다.

민아는 크게 울음을 떠뜨렸고 수호와도 말의 힘에 대해서 지도가 이루어졌다.


수호는 민아가 한 행동에 대해서 저항을 하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고 억울함을 표현했다.

조금더 쉽게 말하면 아이들이 흔이 하는 말인 '~이가 먼저 그랬다고요'이다.


우리교실의 대 원칙. 

"싸울수도 있고 갈등이 있을수도 있지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은 안되는거야

그 상처는 몸으로도 줄수있지만 마음으로 주는것도 해당해. 그런데 말은 몸보다 더 티가 나지 않게 아파."


수호는 평소에 신체적으로가 아닌 언어적으로 공격을 하는 아이라 이 부분에 집중하여 지도하고 있는 아이이기도 하다. 


그렇게 민아를  다독이고 일방적인 놀림이 아니라 갈등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면서 

'너의 마음이 옳다'라고 충분히 읽어주었고 


수호  또한 '너의 마음이 옳다'라고 충분히 읽어주며 내가 나를 지키기위한 여러가지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긍정적인 방법이 있는가하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서 나를 지키는 방법이 있는거 같아. 

너는 어느쪽을 선택하고 싶니? 등등.  그 아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하는 언어적 표현등에 대해서 오랫동안 지도하였다. 아이들마다 어느 부분을 지도함에 있어서 속도와 필요한 시간은 다 다르다. 교사의 시각으로 어느 시점까지 지도하겠노라고 정해놓고 아이를 바꾸면 안되는것이다. 


늘 강조하지만 아이를 이해시켜야한다. 

아이가 납득되어야 진짜 변화가 이루어진다.



1) 표면의 행동 이면의 마음 지도가 본질

아이의 언어에 날이 서있지만 그 표면적인 표현만에 집중해서는 안된다. 

우리 유아기 아이들에게 '적대감'이란 상대방을 해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나를 지키기위한 '적대감'이 더 맞다. 그 행동이 옳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면의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리고 방향이 맞지 않다면 지도해야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2) 사과에 대한 나의 생각

A했으니 사과해 라는 지도를 많이 한다. 결과적으로 주먹을 쓰고나 상대방에게 해를 가하면 그 사람은 사과를 해야하는것이 맞다.  조심스럽지만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두 아이가 지도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가라앉고 일부 납득이 되어 서로 현 상황에 대해서 어느 상황인지 이해가되어 사과를 주고 받을수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사과해야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어른들이 어떠한 의견차이로 격하게 싸움이 일어났다. 

누군가 중재하여 싸움이 멈추었다. 

그러나 각자의 마음은 여전히 분노가 가득하다 

그럴때 중재자가 이행동은 잘못되었으니 사과를 요구한다

가능할까? 


우리아이들은 가능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기계적으로 말한다.

미안해. 라고 기계적으로 말한다.

그 이유는 모른채....


그런데 이게 맞나? 

나는 그렇게 가르쳐야할까?

사과를 해야하는 상황에 대해서 분명히 설명은 하지만 사과는 마음에서 우러나야한다.

온전히 우러나지 않더라도 적어도 사과해야하는 상황이라는것이 이해는 되어야한다.


둘다 지도한다


먼저 사과를 해야하는 입장인 유아에게는 사과해야하는 행동에 대해서 그리고 그러한 행동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한다는 점

그리고 사과를 받아야하는 입장인 유아에게는 사과는 상대방의 진심에서 받을때 진짜야. 그런데 시간이 조금 필요할수도 있어. 라는 점



모든 과정에서 교사는 아이가 온몸으로 말하는 언어에 온 몸으로 레이더를 세우고 집중하여

함부로 단정짓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말하는 세밀한 말을 들어 반응해야한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오늘 민아가 등원하며 온몸으로 표현한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판단해야했다. 


거의 10일이 된 일을 수호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이게 과연 맞은까?

수호가 기억은 할까?


자! 나 역시 표면적인 부분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하고 있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하자.

만약 나라면...   나 어른.이라면 어떤 상황일까? 이 아이는 어떤 상황일까?


과연 이 아이가 살아가며 이런일에 계속 마주할때 이렇게 해결하도록 하는것이 이야기를 위한 일일까?


자. 최근에 시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다시한번 언급하자면 

교사는 이부분에서 이러한 판단을 할수있다.  민원대비용으로 윤이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여 수호가 기억을 하든 못하든 사과를 지시할수 있다.  이러하면 만약에 있을수 있는 민원은 철저히 대비될것이다. 

만일 민원이 발생하더라고 나는 즉각적으로 대응했고 아이의 요구에 반응하였습니다. 라는 나를 지키는 방법은 될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말을 진솔하게 기록하는 이유는 현상황에서 교사와 가정과의 생각차이와 발생할수있는 문제에 대해서 해결점과 서로의 생각을 이해해볼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이다.


별일이 아닐수있지만 가정과 유치원의 신뢰의 문제로 이어질수있는 상황이다

유치원 현장에서 빈번하게 있는 상황이다.


각 가정에서는 아이의 말을 1차적으로 들을수 밖에 없고 

그 말을 들었는데 부모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나 역시 아이를 유치원(6세)과 학교(8세)에 보내는 학부모로 특히 큰아이를 1학년에 올려보내고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며 여러가지 상상을 하고 온갖 염려를 마음 한구석에 있으니 말이다


부모는 그렇다. 이것은 생존본능이다. 

조금만 더 내 식대로 표현해보면 이러하다


애미라 그렇다 내가 애미라 그렇다. 내가 애미라. 내 새끼를 지켜야한다는것이 내 온몸 세포마다마다 저장되어있어서 약간의 위험을 감지해도 온 세포는 이 아이를 지켜야한다는 비상사태로 시스템을 전환하게 된다


내 아이를 키우고 알았다. 

나는 교사이기에 늘 현장의 교사들 편이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되는 부분과 온 세포가 작동하는 부분이 불일치를 여러번 경험하였다. 

하물며 내가 이러한데 교사의 입장을 살아보지 않는 학부모님들을 오죽할까. 


조금만더 이해해보자. 

두려울것이다. 두려움이다. 자녀를 키우며 힘듬 어려움의 이면에는 두려움이 있다.

이건 나의 이야기이다.  자녀를 키우며 힘들때 어려울때 나의 마음에 집중해보다 무엇이 힘드니 무엇이 어렵니 지금 가정 힘든것이 무엇이니? 스스로 셀프코칭을 하며 내면으로 계속 들어가보면


내 마음속에 말은 한마디다


"무서워. 이 아이를 지키기 못할까봐 무서워..."이다.


위의 내 말이 현상황에서 교사들에게 불난집에 기름붓는 꼴이 될수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아이가 불편한 행동을 하면 그 행동 이면의 마음을 인정해주니 그 행동도 먼저 읽어주어야한다고? 

최근에 일어난 많은 일들에서 학부모님들이 요구하는것이다.


자. 여기서 학부모와 아이를 분리해서 생각해야한다.


'교사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지도방법을 생각하는것은 맞다'이다.

하지만 '학부모가 이것을 요구하는것은 틀리다'이다


교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해오고 있고 

그것이 교육의 일부이다. 엄청난 아이에 대한 집중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는에 온 마음을 집중해야한다. 나의 의사결정이 이아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거룩한 사명감을 가지고 

말한마디 행동하나하나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

이 과정이 얼마나 에너지를 쏟아야하는 작업인지 알아야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의 결정에 따라 지도했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관찰하고 바라보며 

나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는지 스스로 끓임없이 점검한다. 

이 과정 또한 스스로의 내면에 직면하고 잘못된부분은 인정하고 고쳐야하는 아픈과정이다

교사는 이러한 과정을 삶에서 계속하는 직업니다.


때때로 이 과정이 너무 힘이들다

아무도 몰라주는데 아무도 모르는데 

이 과정에 애를 쓰다 보면 온정신이 지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하는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교사이기때문이다. 그 아이이를 바라보면 난 그렇게 해야한다

아이의 삶. 아이의 영혼과 함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직무에는 이것이 포함되고 이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가지 애를쓰고도 99가지 아픈말을 듣더라고 

단 1명의 긍정적인 변화와 피드백이면 이 일이 가치가 있다고 나를 지켜야하는 일이 나의 일이다

그리고 단 1명의 피드백만으로도 99가지 아픔은 내면에서 해결하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나는.

각자의 입장을 본질적으로 이해해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는것이다.

그리고 각자가 대적해야하는 상대가 아니라 소중한 나의 아이의 행복을 위해 함께해야하는 두 사람들이 

서로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이해할수있지 않을까? 


날이서서 방어막을 세우는 것이 답이 될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결국 둘은 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내 소중한 아이를 위해 나의 모든것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님들은 어떻게해야하냐말인가


무서운데.. 걱정이되는데..  실체를 확인하지 않으면 

뉴스에서는 매일 무서운 소식만 전해오는데... 선생님을 믿지 못하는게 아니라 

혹시 내가 안일한거면 어떻하나 싶은데 어쩌라는 말인가


드러나는 현상. 그러니까 아이의 말로 인한 자신의 걱정을 전하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원에는 일단 나를 보호해야한다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발동하는게 교사인지라 (이또한 생존을 위한 시스템이다.) 처음부터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글에 양쪽의 내 마음을 모두다 전해보려 한것이다.


같은 물건인데 A쪽에서 바라볼땐 이렇게 보이고 B쪽에서 바라볼때 이런것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어머님들의 말은 

때때로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아이들 마음의 사각지대를 보게 해주기도한다.






나의 선택은 이러했다.


아이의 마음이 지금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나 또한 몇달이 된 어떠한 사건으로 마음이 다친일이 있었는데 

그 마음이 그렇게 해소가 되지 않는 사건이 있다. 


이 아이도 그러할까?


나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선생님이 몇달전에 어떤일이 있었는데 그게 지금도 그렇게 마음이 계속 아프더라

그 사람은 다 잊어버렸을텐데 선생님은 생각하면 계속 마음이 아파.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여전히 화가 많이나. 그래서 지금도 문득문득 떠올리면 화가나. 그래서 자주 신랑한테 지금도 말해.

그 사람한테 지금도 가서 왜 나한테 그렇게 했냐고 따지고 싶기도해. 그런데 그 사람은 벌써 잊어버렸을꺼 같아서 말하지도 못하겠어. 사실은 용기도 없어.


민아도 혹시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이 났어. 

그러면서 선생님도 그일로 아직도 속상하니 민아도 속상한게 맞구나 라는 생각도 들어."


쉽지 않은 이야기다. 아이가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이야기일수도 있다.

하지만 진솔함과 마음을 담아 이야기한다. 


"그래서 마음은 당장 수호를 불러서 수호가 기억을 하던지 못하던지 사과하라고 하고 싶기도해.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게 민아를 위하는 길이까 고민도되"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은 그럼 어떻게 해요? 생각이 나서 속상하면 어떻게 해요?"


이 지점에서 나는 아이들의 힘을 느낀다.

어렵지만 이해가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듣는것이다. 나의 마음의 에너지를 온전히 받은 것이다. 

이 지점은 오롯이 아이들의 힘이다.  내가 지도하는것이 아니라 아이가 해내는것이다.


저 말이 나왔으면 아이는 이미 해낸것이다.


"너는 어떻게 하면 좋겠어?"


물론 아이는 대답하기 힘들것이다.

그것은 어른인 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말이다.

하지만 항상 아이에게 먼저 물어야한다.

아이들은 불쑥불쑥 정말 기발한 해결책을 만들어낸다.


"선생님도 아직 모르겠어. 선생님도 어떻게 이 속상한 마음을 해결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계속 방법을 생각중이야. 그래서 선생님이 무엇을 도와줄수 있을까 생각해보고있는데... 선생님은 너를 계속 위로해줄수있을꺼 같아. 너의 마음을 충분히 들어줄수있어.  선생님은 누군가가 내 편이 되어줄때 화남이 조금 풀리거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민아아 둘이 계속 이야기를 나눌때 수호가 근처에서 있었다.

나는 인지하였고 수호가 이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나는 수호를 인지하지 않은척 민아와 '민아를 위해 그리고 수호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거였다.


그리고 한참뒤에 수호를 조용히 불러봐야지 하고 두 아이들을 교실로 들여보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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