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쌤 Mar 27. 2023

2023.03.27.


피로도가 높은 날.


피로도가 높은 날은 수업이 힘든날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힘들게 한 날도 아닙니다.

바로 오늘처럼 각종 행정업무로 아이들 기록도 못하고 집으로 오게된날이지요.

그래서 그 아까운 장면을 하루라도 버릴수가 없어 저녁을 먹고 올라와 기록을 남깁니다.



# 최고의 놀이는 너희들의 놀이.


매번 여러가지 활동들을 준비해두어요. 

하지만 아무리 아무리 봐도 아이들이 만들어간 놀이가 정말 그 누가 감독해도 나올수 없는 작품이라는 말이지요. 전혀 예상할수 없으면서 감동과 교훈과 아름다움이 모두 포함된 작품이요.

오늘은 시작부터 평소와는 다른 아이들의 무리 그리고 놀이가 발생하여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 색종이 놀이가 처음으로 등장하고(누군가가 리드했어요. 누군가가 먼저 제시했고 리드하면서 따라해봐. 알려주기도하고 또 따라하기도하고. 이게 의미가 있는거예요)


- 우리 막둥이들은 현수막 앞에서 뭐라 그리 즐거운가 다가가보니

스카치 테이프를 이렇게 저렇게 붙이며 둘이 꺄르르 꺄르르....(별것 아닌것 같지만 행복할수 있다는게 아이들이 가진 최고의 강점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이런 행복 잊은지 오래잖아요)


- 7세 우리 형님은 바닥에 앉아서 연관성 없는 놀잇감으로 여러가지 장면이 전환되면서 장장 2시간의 놀이가 이어지더군요.(아이들에게 집중력이 없다하나요. 자신들이 주인이되어 주도하는 놀이에서는 2시간의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이 집중력은 이후 집중하여 무언가를 했을때 느끼는 즐거움이라는 단단한 토양이 될것입니다.)


- 조금씩 색칠에서도 정교성에 관심을 가지고 색의 활용에 관심을 가지는 어떤 친구는 요즘 몇번이나 같은 그림을 시도하고 또 시도하면서 마치 도예가가 자신이 만족할수있는 수준의 도자기가 아니면 와장장 깨부시듯이 오늘도 아닌지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다 오늘도 씁쓸하게 그림을 접네.. 안쓰럽기도하면서저 아이가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저도 궁금하고 응원하며 기다려봅니다.(이럴때 '정말 멋져'라는 칭찬은 아이에게도 피부로 와닿지 않아요. '선생님이 보기엔 정말 멋진데. 니가 원하는게 있는가 보구나...너는 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니?와 같이 아이와 마음을 같이하는것이 더 중요합니다)


- 복도에서 세친구는 3분마다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이 다른 친구와 함께 놀이를 즐겁게 할수있는지 배워갑니다.

(3분마다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이렇게 시도하고 저렇게 시도하고 그래도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계속해서 놀이를 이어가는 모습이 기특하여 칭찬해주어요. 계속 놀이를 함께 이어가려고 한다는 말인 즉, 이 상황을 해결하려고 매우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거든요. )


- 오늘 처음으로 카드놀이를 성공한 친구는 성취감에 흐뭇해하네요. 이 카드놀이는 숫자 계산을 순식간에 직관적으로 해내야하는 고난이도의 놀이예요. 처음에는 같은 색으로 분류하는 분류작업이 이루어지고 그 다음 난이도로는 숫자까지 맞추어야해서 어려운 과제거든요. (이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여러번 시도를 했는지 저는 알기에 오늘의 성공이 하루의 기쁨이 아닙니다. 오랜 시도끝에 스스로 해낸거거든요. 기다려주고 아이는 해내고. 그리고 그걸 포착하여 격려해주었을때 아이가 느끼는 성취감. 자신에 대한 유능감. 이게 정말 중요한 요소랍니다)


- 5세 동생들이 옆에 있는 형님이 만든 구조물처럼 공이 굴러가지 않아 한참을 바라봅니다. 답답하겠지요 형님이 하는게 신기하기도하겠지요. 조용히 형님 옆으로 자리를 옮겨줍니다. 그리고 형님에게 시범을 보여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면 형님이 하는걸 오랫동안 바라봅니다. 그리고 형님은 그런 동생에게 선뜻 '도와줄까?'하며 만들어주기도합니다. 이 치구들 조만간 형님처럼 미끄럼틀 만들어낼꺼 같습니다.


- 레고놀이는 언제나 인기가 좋군요. 도안을 처음부터 주지 않는데 늘 탁월한 선택인라고 생각합니다. 도안 그 이상의 세상을 만들어 내니까요


- 5세 친구는 그들만의 무언가가 만들어지는거 같지요? 스카치테이프로 한참을 놀다가 피아노로 가서 멋지게 연주하고 다시 복도로 가서 꺄르르르르르^^ (아이들의 언어를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되요 저들만의 통하는 언어가 있거든요)


- 가위질을 한번 성공하고 이제 울지않고 스스로 시도합니다. 이렇게 잘하면서 울기부터 했던 녀석 맞을까요?


- 보석통장은 저만의 아이들 한글지도 교재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이름쓰기부터 할꺼고요 어떤 아이들은 선긋기부터 시작할꺼고요. 어떤 아이들은 바로 보석쓰기부터할꺼고요. 아이들마다마다 다 다른 속도로 개별맞춤형 한글지도합니다


- 저도 참 우주를 좋아하는데 저의 우주이야기 친구가 생겼네요^^ 저의 우주이야기를 함께 공유할수있는 제 친구입니다




# 꼬리잡기. 한일전 못지 않은 쫄깃함과 흥미진지함


-꼬리잡기는 일단 게임룰을 이.해. 해야하고요 내 꼬리를 잡히지 않기위해서 내 꼬리는 숨기되 달릴줄알아야하고요.

-지난번에 시도했다가 여러가지 요인으로 못했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공간을 좁히고 단체전이 아닌 1:1로 하면서 각자의 이해도를 먼저 점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해수준과 게임의수준 정도를 파악하며 게이해볼만한 게임짝을 형성해갔습니다. 처음엔 1:1 그리고 3명이서 하는 게임, 그리고 4명이서 하는 게임.

-결국은 2그룹으로 나누어지더군요. 횟수가 계속될수록 아이들도 어떻게 하면 유리한지도 파악해 갑니다.

-와~ 전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했어요. 특히 승부욕.그리고 끈기.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하려는 모습. 져도 인정할수있는 용기.

-매번 게임에서 빠지려든 친구들도 이렇게 팀을 작게 시작하여 스스로도 해볼법한 경기로 만들어가니 매우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합니다

-특히 몇명은 그 승부욕과 근성에. 와 저아이에게 저런모습이 있다니라는 발견도 하였지요.

-좀나간 다시한번 시도해보아야겠습니다^^



# 내일은 요리수업


아무리 행정일이 많아도 수업준비는 해야지요. 이것도 못하게 행정일을 내려보내주면 그건 반칙이지요. 씩씩 거리며 급한 업무들 해치우고 내일 수업준비를 합니다.


요리는 그동안 대집단으로 많이 했었는데 아이들 전체를 한번에 지도하다보면 결국은 통솔범위를 넘어서게되기도해요. 그래서 내일 요리는 점심먹고와서 오후 선생님이 계실때 선생님이 교실을 전체지도해주시고 저는 원무실에서 4명씩 불러서 한명한명이 충분히 직접 저어보고 찍어보고 먹어보고 할수있도록 해볼꺼예요.


수업준비를 마치고 뿌듯합니다. 내일 아이들이 기뻐해주면 피로도 따위는 한번에 물러갈겁니다^^



.

.

.


매일매일의 놀이기록

사진의 한장한장에 아이들의 성장이 고스란이 남겨져있습니다


이 장면은 정리하고 기록해두고 앞으로 어떻게 지도할지 고민하는 이시간은

더 세세히 적어두지 못해 늘 아쉽기만 한 시간입니다.


사진에 더 하지 못한 메모라도 해두어야겠어요^^


늦은시간 알람 울리게하는 눈치없는 교사의

긴글을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을 시샘합니다. 찬바람에 쌀쌀하네요

따뜻하게 하고 주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선생님! 저 속상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