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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힐러 소을 Nov 04. 2018

이타적인 민감인 vs 이기적인 나르시시스트


나는 왜 이렇게 항상 남들이 걱정되고 안쓰러울까? 오늘도 스쳐 지나가는 장면과 이야기를 그저 흘려버리지 못하고 내 마음과 에너지를 남을 위해서 쓰고 있습니다. 나도 힘든데, 나도 피곤하고 지쳤는데도 늘 내 우선 순위는 친구들, 가족들, 지인들, 잘 모르는 세상 사람들의 평안과 행복입니다.  


애초에 동정심과 감정이입 능력이 최고인 채 이타적인 사람으로 태어난 민감인들은 자신이 힘든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주변 사람 위주로 내 생각과 마음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지요. 주는 게 당연하고 받는 건 어려워 하는 사람. 그래서 도움을 청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모든 걸 혼자서 다 감당하려고만 하는 겁니다. 민감한 우리의 DNA에 너무나 깊이 새겨진 희생과 봉사 정신은 남들 눈에 우리를 만만하고 이용하기 쉬운, 때로는 괴롭히기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합니다. 


한번 생각해 볼까요. 돈을 빌려주고 나서 받지 못한 경우가 있지 않았나요? 갚으라는 말도 상대가 미안해 할까봐 제대로 하지 못했을 거에요. 친구 전화 한통에 하던 일을 멈추고 당장 달려나가곤 하나요? 도와달라는 말, 급한 일이니 이것부터 처리해 달라는 말을 듣고 그저 상대가 해달라는 대로,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당연스레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나요? 민감하고 이타적인 우리에겐 즉각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시급한 일이라면 애초에 당사자가 서둘렀어야하지 않느냐는 건데요. 일의 시한을 고려하지 못하고 나한테 와서야 급한 일이니 당장 해달라고 하는 자에게 언제 한번 제대로 거절해본 적이 있었던가요?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정말 급한가보다. 상대방이 곤란해 지지 않게 내가 신경을 써줘야겠다. 이런 생각과 마음은 민감인에게만 가능합니다. 민감하지 않은 이들은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도 급한 일이라 말할 수 있고 강압적인 태도로 밀어부치는게 가능합니다.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또는 그렇게 하는 게 사회생활의 요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로 엮인 관계건,우정과 사랑이건, 모든 사람에게 좋은 면이 있음을 믿고 기대하는 것. 이런 마음이 지나치면 더이상 유지하다가는 내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해치는 사람과의 관계에 갇혀서 나올 수 없게 돼버립니다. 저 사람은 아마 상처가 많아서 그럴거야. 내가 좀 더 잘 대해주고 마음을 써주면 달라지지 않을까. 내가 뭘 더 해주면 좋을까. 이런 생각만 하다보면 내 민감성을 알아보고 조종하기 쉬운 사람임을 일찍이 간파한 나르시시스트의 표적이 됩니다. 


교묘한 말바꾸기, 잦은 거짓말, 몇초 만에 다른 사람이 될 만큼의 뛰어난 연기력, 혀를 내두를 정도의 자기 중심적인 태도와 이기심. 민감성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표적이 되지도 않을 것이고, 일찌감치 나르시시스트를 피하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싸움도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타심이 강한 민감인이 이기심이 최고의 정점을 찍은 나르시시스트의 시야에 들어온다면, 정서적 학대와 언어폭력, 소름돋고 두려울 정도의 교묘한 심리적 괴롭힘이 시작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라고도 불리는 나르시시즘은 심리치료나 상담으로도 개선되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기반성, 자아성찰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애초에 심리치료나 상담을 받으러 갈 일도 없을테지요.  


그러니 민감한 그대여! 모든 인간에게 애정을 갖고 그들 삶에 머물며 도와주고 보듬어 주려는 마음을 거두어들이기 바랍니다. 적어도 나를 이용하다 못해 불안하고 두렵게 하는 사람, 건강하지 못한 관계 안에 있다면 이제 그만 애쓰고 내 안전을 위해 관계를 끝내기 바래요. 뒤돌아보지 말고 미련도 갖지 말아요. 당신은 필요 이상으로 당신의 선한 마음과 좋은 에너지를 그들에게 주기만 했습니다. 더이상의 베품은 당신의 건강을 해치고 자칫하다간 학대적인 관계의 먹잇감이 될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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