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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힐러 소을 Nov 03. 2018

용서하기, 상대가 아닌 나를 위해서


용서라는 것. 정말로 힘들지요. 그런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줄 수가 있냐며 긴 시간을 분노하면서 보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시간이 얼마가 지났든, 그건 용서가 가능한 일이 아니라며 아직도 그 일만 생각하면 예전의 감정이 되살아나 며칠이고 기분이 안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어느샌가 우리의 삶은 지금 현재가 아닌 과거의 그 용서할 수 없는 일 위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과거의 고통에 함몰되어 내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고 얼마나 마음을 다쳤는지, 내게 그런 일을 한 사람이 얼마나 나쁜지를 곱씹으면서 매일을 보내게 되는 겁니다.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합니다. 법적인 구제방법을 알아보고 자신이 입은 손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마땅히 피해보상도 받아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물질적인 손해보다 더 큰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감정의 표출과 해소,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혹은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그 여파로 인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에 남을 비난하고 미워하면서, 그런 마음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인데요. 피해의식이 깊어지다보니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하고 내 마음을 정리할지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겁니다. 충분히 애도하고 분노하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어렵더라도 이제 마음을 추스리고 예전의 내 일상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해보고, 또 돌아오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가 저지른 잘못이나 죄를 용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죄값을 치른 뒤에도 내 안에 남아 있는 증오와 분노, 어쩌다가 내가 이런 일에 휘말렸을까 하면서 자책하는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으라는 뜻이에요. 정작 상대방은 나만큼 괴롭지 않을 수도 있어요. 왜 피해자인 내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보다 더 고통스러워야 하나요? 이야말로 가해자에게 내 인생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 그것이 남이든 가까운 사람이든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생각만큼 잘 되지도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릴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 마음의 짐과 내 안의 고통을 조금씩 옅어지게 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매일 조금씩. 이제 과거의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 지금 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그 일은 그저 내게 일어난 좋지 않은 일일뿐, 그로 인해 내 가치와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용서야 말로 정말 큰 결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큰 마음의 결단을 내린 만큼 우리는 더 성숙하고 단단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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