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지루한 이들에게 추천하는 미스터리 어드벤처 예능
지난 1월, <여고추리반>을 보기 위해 티빙을 구독했다. 방탈출 마니아이자 추리 예능 처돌이인 내가 이런 브랜-뉴-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정종연 피디의 차기작, 게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성 셀럽들이 주축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니. 거기다 여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니! 모든 취향을 때려 박은 콘텐츠에 넉다운. 두 달 동안 두근두근 금요일만 기다리며 살았는데, 어느새 여고추리반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날이 왔다. <여고추리반>의 막방을 기념하며(?) 덕심이 흘러넘치다 못해 터져 나가는 리뷰를 적어보았다.
나도 새라여고 졸업생? 기억 조작 쌉가능 추리 예능, <여고추리반>
첫 단추를 잘 끼운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은 티빙이 선보이는 첫 번째 오리지널 (T ORIGINAL) 콘텐츠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여추반을 티빙 오리지널의 첫 주자로 선정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마니아층이 확실한 추리 예능은 시청층의 로열티가 높아 유료 구독의 허들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것이다. 일단 나부터가 거기다 탄탄한 스토리, 합이 좋은 멤버들은 물론 일주어터와 빠더너스 문상훈 등 유튜브 셀럽들을 조연으로 섭외해 '온라인 상에서 바이럴 될 요소들을 많이 갖춘' 것이 결국 성공적인 론칭을 이끌었다고 본다. 또한 초반에는 1개월 무료 체험권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유입을 부스팅 하는 전략적인 장치도 영리하게 이용했다. (무료 회차를 보다 보면 다음 화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걸 알 수 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결제를 하고 있는 나)
학교,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여고추리반은 가상의 학교 '새라여고'를 배경으로 하며, 다섯 명의 출연자들이 같은 반이자 같은 추리 동아리 소속의 여고생들이라는 설정이다. 다수의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NPC(Non-Player Character)처럼 출연하며 주인공들을 돕거나 훼방을 놓으며 스토리를 함께 전개해간다. 범죄 사건을 재구성해 롤플레잉을 하며 진행되는 <크라임씬>과 한 시즌에 다양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옴니버스 스타일의 <대탈출>과는 달리, 여고추리반은 여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일상적이고 친숙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교실, 매점, 도서관, 동아리방 등 학교 내 장소들과 시험, 환경미화, 동아리 활동 등 실제 학생들이 겪는 일들이 씬의 주축이 된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그때 그 시절 추억에 젖게 되는 듯. 얼마 전 굿즈로 노트, 학교 뱃지 등이 출시되었는데 왠지 하나 갖고 싶고 그런.. 나도 막 새라여고 1기 졸업생인 것 같고 막 그런.. (마스크도 있는데 그건 안 갖고 싶음)
사람도 많고, 카메라도 많고, 경우의 수도 많고
여추반은 학교의 모든 장소가 배경이다 보니 <대탈출>보다 더 많은 개수의 카메라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에피소드를 보면 출연자들이 문제를 풀며 다양한 곳을 자주, 또는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탈출>은 '탈출'이 메인인 어드벤처형 예능인지라 어찌 보면 next를 유추하기가 쉬운 편이다. 잠긴 문이 있다든지, 자물쇠나 터치패드가 있다든지, 혹은 공간감을 봤을 때 다음 공간이 눈에 보인다든지. 어쨌든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이동이라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단서가 명확하다.
반면 여추반은 행동할 수 있는 반경이 넓어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이 더욱 쉽지 않다. 등장인물도 엑스트라를 포함하면 삼십여 명이 넘는다. 하지만 그래서 정말 '진짜 우리 학교 이야기' 같고, 사건이 전개될수록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야만 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아직 최종 결말은 보지 못했지만 모든 등장인물의 비밀이 밝혀지고,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얼마나 흥미진진할지 기대하는 중.
반배정_잘_되는_법.tving
여추반은 멤버 간의 케미가 좋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며 흩어져있는 단서들을 모으고 어나더 레벨의 추리 능력을 발휘하는 리더 박지윤, 여추반이 예능이 될 수 있게 분위기를 띄워주면서 길쭉한 팔다리로 여러 가지 물리적 난관을 극복해주는 장도연, 극강의 암기력과 문제풀이 능력을 갖춘 브레인이자 강심장 재재, 예리한 관찰력으로 오랜 시간 막히는 문제의 힌트를 유일하게 발견하는 해결사이자 탱커 비비, 센스가 있어서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단서를 잘 기억하고 삑딱쿵 모든 것에 놀라는 하지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리고 언니들 마이쮸도 잘 챙겨주는 막내 예나까지. 예나 내가 낳을걸 이렇게 다섯 명으로 구성되니 멤버의 밸런스도 참 좋았다. 방탈출 팟을 짤 때도 이렇게 멤버를 구성하면 실패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출연진을 꾸리는 데에 제작진이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여고를 졸업했다면
뭐니 뭐니 해도 여추반이 탁월한 이유는 역시 '여고'추리반이기 때문 아닐까. 피디의 기획의도처럼 여고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더욱 매력적인 서사를 만들어주는 듯하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매점을 털던 기억, 수업보다 친목을 다지는 동아리 활동에 더 목숨을 걸었던 기억과, 학교 괴담에 꺅꺅 소리를 지르며 교실 안팎을 뛰어다니던, 그렇게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을 수 있었던 그 날들.
학교 친구들과 함께 모여 학교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는 설정은 마치 소풍 전 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설치던 그때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일상이 지루한 당신에게, 꼭 <여고추리반>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여고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기에 새라여고의 추억은 조금 색다르고, 조금 더 오싹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