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더랬습니다
2021년 1월, 벌써 작년이 된 해의 일이다. 8년째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문득 새로운 취미를 발굴하고 싶어졌다. 브런치도 그렇지만 뭔가 더 생산적인 취미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 우연히 알게 된 어떤 공모전에 지원해보기로 했다. 입상이라도 하면 배민으로 치킨 몇 번 정돈시켜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 뒤 발표가 났는데.. 결과가 글쎄, 최우수상! 배민 치킨 값보다 쬐금 더 많은 상금을 받고, 뜻깊은 삼십 대의 첫 상장도 받았다. 그렇게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면서 공모전 수상을 하게 된 스토리를 적어본다. 파워 어그로
왜 슬로건 공모전이었나
내가 도전했던 건 한 보건복지 관련 기관의 슬로건 공모전. '슬로건' 공모전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첫 번째,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아서. (쓸 시간도 없지만 생각할 여유도 잘 없으니까요) 두 번째, 본업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다 보니, 함축적인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에 조금 더 익숙해서. 세 번째, 짧은 시간 내에 다량의 후보작을 응모할 수 있어서. 글, 영상, 네이밍 등 다양한 공모전이 있지만 본인의 상황과 강점에 맞게 도전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어떻게 준비했나
도전했던 공모전 주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와는 전혀 다른 분야라 사실은 시작부터 너무 어려웠다.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슬로건에 어떤 포인트를 반영해야 할지 감도 잘 안 왔다. 그래서 다음의 순서로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1) 슬로건 공모전 팁 읽기
먼저 공모전 팁을 검색해보면서 전반적인 부분을 체크했다. 문장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길이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평가하는지 등을 공부했다. 당선작을 읽어보면서 감을 찾는 것도 추천한다.
2) 주최 기관의 홈페이지 독파하기
기관 홈페이지에서 소개 문구, 최근 보도자료 등을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이곳이 어떤 기관이며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시하는지,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무엇인지 등을 체크했다. 일반 기업 혹은 공공기관 등 단체의 성격에 따라 사용할 어휘나 어필해야 하는 점이 다르므로 그 부분을 고려하면 좋다. 마치 옛날 옛적 자소서 준비할 때의 그 느낌이랄까..
3) 키워드 나열해보기
2번에서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장에 꼭 들어가야 하는 키워드를 먼저 나열해보았다. 주최 기관이 바라는 이미지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키워드가 일치하는지, 키워드가 기존 CI에서 크게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지나치게 상투적이고 흔한 단어는 아닌지 등을 점검하면서 최종 키워드를 몇 개만 남긴다.
4) 문장 작성하기
3번에서 준비한 키워드로 문장을 작성한다. 슬로건은 많은 곳에 사용되는 문장이므로 직접 읽고 말로 내뱉어 보면서 보다 더 매끄러운 문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2번에서 정리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선함을 몇 스푼 넣을지도 고민한다. 진취적인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관이라면 '혁신', '개혁' 등의 단어를 좋아하겠지만, 비교적 딱딱하고 보수적인 단체라면 지양하는 것이 좋으니까.
5) 슬로건 설명 적기
네이밍, 슬로건 공모전은 그에 대한 설명과 취지도 함께 기재해야 한다. 이 역시 응모작의 일부이므로 2번에서 학습한 것들을 반영해야 한다. 한마디로 그 회사가 좋아하는 말들을 많이 넣어야 한다는 뜻. 되도록이면 기업의 소개글과 유사한 맥락으로 기재하는 것이 좋다. 그 고유의 결을 따라가는 것이 정답이기도 하고, 안전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나는 총 세 개의 슬로건을 응모했고, 그중 하나의 작품이 운 좋게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특별히 참신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을 하고 그에 어울리는 문장을 만들고자 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듯하다. 그리고 그 슬로건은 현재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에 멋진 캘리그라피로 적혀있다. (뿌듯)
어떤 제품에 카피를 붙이고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업을 꽤 오래 해왔지만, 이번 경험은 나에게도 참 특별했다. 긴 글을 쓰는 일에 약간은 지치고 무기력해지던 참에 좋은 전환점이 된 이벤트이기도 했고, 3n살에 상장을 받으니 조금은 쑥스러우면서도 어쩐지 또 다른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새로웠다. 물론 이 수상을 계기로 다른 공모전은 몇 번 더 지원해 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탈락..!
그래도 도전하는 삶이 즐거운 것 아니겠어요. 꽤 늦은 후기지만 브런치에 공유하고 싶은 경험이라 글로 남겨둡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새해를 맞이해 작은 도전 한 번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