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인사이트>를 관람하다

하지만 하이브만 있고, BTS는 없고

by angie 앤지
C5BBE962-D8A8-449B-953B-6370C7681909 2.JPG <하이브 인사이트> 입구


얼마 전 용산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사옥에 있는 <하이브 인사이트> 전시에 다녀왔다. BTS의 아주 오랜 팬인 혈육과 함께했는데, 관람을 하는 와중에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인사이트가 떠올랐다. 프로 마케터의 자아와 케이팝 사랑녀의 자아를 오가며 느낀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본다.



보러 가기 전에

하이브 인사이트 예매는 '위버스 WEVERSE' 회원가입 후에만 가능하다. 위버스는 하이브 자회사에서 개발한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데, (사실 또 쓸 일은 없지만) 이 전시를 보기 위해서 일단 가입을 했다. 전시 입장 및 관람을 위해서는 '하이브 인사이트 앱'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입장 시 앱 내 QR code를 스캔해 입장하고, 도슨트 메뉴를 실행하거나, 층별 전시 제한 시간 혹은 기타 활동 알람 모두를 앱을 통해 받게 된다. 전시를 여유롭게 보고 싶다면 되도록 평일 애매한 시간대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16-17시대)



입장하기

입구부터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콘셉트 포토 영상이 펼쳐진다. 친절한 크루들의 안내를 따라 입장하면 먼저 카운터에서 닉네임이 적힌 포토티켓을 수령한다. (옵션 별도, 포함 시 입장료 총 2만 5천 원) 그 후 크루에게 간단한 OT를 듣고 미니 에코백을 받게 된다. 크루들은 이 백의 컬러로 관객의 입장 타임을 구분하고, 관객은 촬영 금지인 공간에서 휴대폰을 넣어두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나름의 기념품이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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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이 허용되는 공간만 몇 장 찍어보기


전시를 따라가며

강렬한 조명으로 이루어진 포털을 지나면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지하 2층은 하이브의 음악이 완성되는 과정에 따라 전시가 구성되어있다. 음악을 만드는 비트 메이커들의 인터뷰, 노래의 사운드 레이어를 각각 들어볼 수 있는 믹싱 장비, 아티스트들의 녹음실 클립, 스튜디오 360 영상, 대형 비전에 송출되는 안무 영상, 뮤직 비디오와 세계관을 시각화한 작품 등.. 개인적으로는 BTS의 블랙스완 안무 영상 콘텐츠가 제일 인상 깊었는데, 실제로 멤버들이 앞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섬세한 움직임까지 영상에 잘 담겨있었다. 커다란 스크린의 크기도 한몫했고.


다음 공간에는 거대한 트로피 월이 있다. 공간 전면을 따라 아티스트들의 수상 장면이 영상으로 펼쳐지면서, 8미터가 넘는 높이의 진열장에 약 180개의 트로피가 조명을 따라 번쩍였다. 혈육은 BTS가 받은 트로피를 직접 볼 수 있는 게 좋았다고 했고, 나는 하이브의 자부심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 같아 특히나 인상 깊었다.


지하 1층은 아트워크 전시와 다양한 체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는 BTS를 모티프로 작업한 제임스 진의 작업물이 대부분이나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라고 한다. 리듬게임, 모션 인터랙티브, 포켓몬 고와 비슷한 AR 게임도 마련되어있다. 관람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MD샵이 나온다. 화제의 뱅 앤 베이커스 Bang&Baker's의 에그타르트도 구매할 수 있고, 하이브 인사이트 관련 엠디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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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샵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조금은 솔직한 감상

하이브 인사이트의 테마는 '하이브가 믿는 음악의 힘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테마를 담기에는 전시를 구성하는 콘텐츠가 유기적이지 못하고 다소 단편적이고, 산발적이다. 유행하는 전시에서 체험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총집합했지만 그것이 진정한 하이브의 이야기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 사람들이 하이브가 궁금해서 하이브의 셀프 자랑을 보러 오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사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관람객은 하이브 레이블 아티스트의 팬이다. 소속된 아티스트가 다양한 만큼 모두 자신의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전시를 방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브 인사이트는 하이브의 헤리티지를 대표하는 BTS의 이야기를 절반도 채 담지 못했고, 다른 아티스트의 콘텐츠는 말할 것도 없이 너무도 부족했다. 일반 방문객에게 '하이브가 곧 음악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기에도, 아티스트의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는 말이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강점은 굳건한 팬덤과 창의적인 세계관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인즉슨 시각화할 수 있는 소스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전시관을 나누어 아티스트별 서사를 콘텐츠로 구성했다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하이브의 히스토리를 연대순으로 구성하는 고전적인 방법도 있을테고. 어쨌든 관객들이 웅장한 트로피 월에 물리적으로 도달하기까지, 그 트로피에 아티스트와 하이브가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더 보여줬다면 그 감동은 더 깊었을 듯 하다.


어떤 기사에는 "하이브 인사이트는 단순히 팬심을 극단으로 자극하는 엔터 기업 특유의 수익구조가 아닌 하이브가 추구하는 콘텐츠의 방향성 등을 담아낸 곳"이라는 감상이 있었지만 나의 생각은 정반대다. 하이브 인사이트에 가면, 하이브는 있다. 하지만 하이브'만' 있다. 커다란 화살표만 있고 그것을 그리기 위한 여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이브 인사이트를 찾는 관람객들이 총체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 약간의 와우 포인트와, 포토스팟이 있을 뿐.


앞으로 하이브 인사이트가 좀 더 파워풀한 콘텐츠로 그 공간을 채워나가기를 기대해본다.



@angiethink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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