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덕후 마케터가 전하는 팬덤 마케팅 노하우 (2)
브랜드에 몸담고 있는 동안 대략 8-9명의 모델과 함께했다. 배우도 있었고 프로 모델도 있었지만 케이팝 가수와 함께하며 처음으로 '팬덤 마케팅'이라는 걸 시도했다. 그때 느낀 점을 브런치에 정리해 올린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독자분들이 공감하고 그 글을 공유해 주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024년, 뉴 모델과 함께하며 새로운 팬 마케팅 액션을 전개하게 되었다. 다양한 시도를 했던 프로젝트로, 팬덤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는 마케터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감상을 조금 적어본다.
*전편부터 읽고 싶다면
https://brunch.co.kr/@angiethinks/1
모델이 바뀌는 날은 내 플리도 바뀌는 날
뉴 모델이 가시화되면 플리를 바꾸는 게 습관이 되었다. 물론 모델이 가수라면 필수 단계다. 그동안 그가 냈던 앨범을 순서대로 정주행 하거나 인기곡 순으로 하루종일 그의 노래만 듣는다. 노래를 듣다 보면 비주얼 또는 콘텐츠 방향성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 가사를 카피에 적용해 볼까' 하는 소소한 아이디어도 샘솟는다.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며 편집감을 참고하거나 고유의 세계관을 공부하기도 한다. 시청각을 자극하는 일은 마케터의 몰입을 돕는다. 고객보다 먼저, 우리 모델에게 푹 빠질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Key Point!
- 킬링 파트로 유명해진 가사를 중심으로 공부하자. 대표곡을 검색해 보면 해당 구간만 편집한 콘텐츠도 종종 올라온다. (ex. 윈터 에스파는 나야 모음)
- 이미 유명한 대표 가사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모델이 그룹이 아닌 개인이라면 꼭 해당 멤버의 파트를 활용하자. 센스이자 일종의 예의!
고객에게 익숙한 문법으로 이야기하기
아이돌을 모델로 선정했을 때 자칭 케이팝 오따꾸로서 케이팝 콘텐츠를 브랜드 콘텐츠에 꼭 한 번 적용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타임 테이블(탐테)' 콘텐츠가 떠올랐다. 탐테는 일종의 스케줄러/캘린더로,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 앞으로 공개될 주요 에셋의 일정을 미리 알려주는 콘텐츠다. 티징1-티징2-티징3-컨셉 비디오-하이라이트 메들리-뮤비/음원.. 등의 짜인 순서를 기재한다.
마침 우리 브랜드에서도 새롭게 출시할 제품군이 여러 가지였고, 뉴 모델과 촬영한 에셋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정을 탐테로 만들었다. 비주얼 1, 비주얼 2 등 콘텐츠 공개일과 프로모션 데이+GWP를 적었다. 어떻게 보면 빅 IP의 스킴을 먼저 공개하는 게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었지만, 모쪼록 이 탐테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기대감을 심어 주고 싶었다. 모델을 애정하는 마음을 담아 열심히 준비한 콘텐츠를 진정성 있게 하나하나 차분히 공개하고 싶기도 했다.
타임 테이블을 올리자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이 브랜드는 탐테를 주네', '탐테 뭔데ㅋㅋㅋㅋㅋㅋ', '제대로 준비했나 보다', 'there's even a timetable"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반응이 국내외 고객을 통해 전파되었다. 케이팝 팬들에게 익숙한 문법의 콘텐츠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덕분에 하루하루 티징 콘텐츠를 공개하는 마케터의 마음도 매일 두근두근 했다. 매 순간 새로고침을 했음은 물론이고.
축하할 일을 함께 축하하기
“반드시 이 날 원데이 프로모션을 해야 합니다.” 영업팀에 비장하게 의견을 전달했다. 그날은 바로 모델의 생일이었다. 원하는 대로 프로모션 구좌를 잡기가 쉽지 않은 걸 알고 있지만 꼭 그날이어야만 했다. "Happy 00 day"라는 테마 아래 다양한 미공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었기도 했고, 추가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에게도 꼭 그날 가격적인 베네핏을 제공하고 싶었다. 다행히 영업팀에서 노력해 주신 덕에 행사를 할 수 있었고, 특별하게 준비한 비하인드 영상과 특별 판촉을 증정하게 되었다. (당연히 매출 성과도 좋았다!)
팬에게 최애의 생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많이들 알고 있을 지광(지하철 광고)이나 생카(생일 카페)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잠들지 않고 있다가 생일이 시작하는 0시에 맞춰 X(구 트위터)에 생일 해시태그를 실시간 트렌드로 올리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브랜드 마케터라면 우리 모델의 생일만큼은 꼭 기억하도록 하자. 그 외에도 데뷔일이나 모델의 팬덤이 탄생한 날 등 다양한 기념일에 특별한 콘텐츠를 준비한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너와 나의 거리
얼마 전 내가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트레바리 마케팅 클럽* 에서 팬덤 마케팅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나온 얘기가 바로 '고객과의 적당한 거리감'이다. 타깃 세그먼트가 점점 더 쪼개지고 취향이 나노단위로 세분화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마케터가 고객에게 과도하게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된다. 마케터인 내가 모델을 덕질하듯이 사랑하고, 모델과 모델의 팬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과시하듯 드러내고 바운더리를 침범할 필요는 없다.
"어느 브랜드에서 모델과 본인의 비하인드를 아주 세세하게 풀었는데.. 담당자의 tmi까지는 알고 싶지 않더라고요."
클럽 멤버분의 한마디가 크게 와닿았다. 팬덤 마케팅을 할 때는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디깅보다는 그저 담백한 마음만 담자.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진심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레바리 마케팅 클럽*
<마케팅-오구오구>라는 클럽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구오구는 시즌1이 곧 종료되고 3월부터 새로운 시즌 모집을 시작하게 될 것 같아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