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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김 Apr 29. 2024

왜 이민?

혼인 증명만 받아도 되잖아

내가 어머니에게 결혼을 결심했다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어머니는 전과 다를 것 없는 태도를 보이셨다. 애인이 믿음직스러운 사람이기는 하나, 밀려드는 세상의 혐오를 견디며 둘 사이 관계가 힘겨워질지도 모른다며 그냥 겉으론 좋은 친구인 양, 좋은 룸메이트인 양, 같이 살아갔으면 한다고 하셨다. 나는 어머니를 이해한다. 나처럼 모태 신앙 기독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 보수적인 삶의 태도를 배웠던 어머니가 지금까지의 나를 품어준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감사함을 느낀다. 자녀가 네 번째 학교 자퇴를 앞둔 것 같을 때 평범한 부모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그런 어머니에게 나는 또 대만에서 결혼 생활을 하며 아이를 낳고 기르겠다 말했다. 내 이야기에 대한 어머니의 첫 대답은 한숨이었다.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내뱉는 어머니의 숨처럼 나의 마음도 쿵- 떨어졌다.


우선 어머니는 주변 이들의 이민 생활을 잘 알 텐데, 그 어려움들도 어느 정도 알 텐데 왜 이민을 선택하려 하는지 되물으셨다. 일단 나는 부모님의 사회생활을 꺼내 들었다. 아무리 겉으론 좋은 친구 사이라고 치장을 하더라도 티가 날 수도 있는데 같은 사회에서 부딪히다 보면 부모님의 사회적 생활에 곤란을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혼인 관계가 증명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대만에서 혼인 신고만 하고 돌아올 수도 있지만 세상에 비치는 우리의 생활은 다시 연인 관계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싫다. 그와 이어진 맥락으로 우리가 아이를 낳아 기를 때에도 적어도 부부 관계를 인정받는 곳에서 지내고 싶었다. 그래야 아이도 혼란을 덜 겪을 것이고, 여러 가지 아이 정책들의 혜택들을 나눠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당연히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한국도 언젠가 변화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삶의 목표가 있고 우린 그 목표를 일정 사회에 맞추어 갈 필요는 없다. 결국 국가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완벽하지 않은 사회이고 우린 불완전한 사회들 속에서 우리에게 맞는 사회를 찾아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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