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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 Aug 17. 2023

내가 몽골에서 배워갈 것은…

나는 지금 몽골에 있다.


오늘은 고비사막 투어를 하는 첫날이다.

아침에 마지막일지 모를 따뜻한 물로 호사스러운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아침 9시에 로비로 나갔다.


사실 전날 늦게 도착한 탓에 환전도 못하고 유심도 못 샀는데 그것 때문에 아침에 시간을 지체해서 울란바토르에서 늦게 나왔다.


안 그래도 늦었는데 울란바토르의 교통체증은 서울못지않았고 설상가상 흐렸던 날씨는 결국 비를 토해냈다.


오늘 일정은 울란바토르에서 차강소브라가까지 차로 약 460km를 이동한 후 차강소브라가를 보고 게르를 갈 예정이었다.


우린 울란바토르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기 때문에

비도 와서 쉬는 시간 없이 내리 4시간을 이동했고,

점심을 먹은 후 다시 5시간을 내리 이동했다.


몽골 다녀온 사진들을 보면 다들 도로 한복판에서 멋진 사진 찍던데 그럴 도로도 그럴 날씨도 아니었다.


차강소브라가로 달려가면서 우리는 결정을 해야 했다.

차강소브라가를 갈 것이냐, 말 것이냐.

다행히 오늘 안 가면 내일 잠깐 들러볼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시간은 늦었고, 비는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정상적인 도로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돌을 이정표 삼아, 다른 게르들을 이정표 삼아 허허벌판의 초원에서 게르를 찾아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해가지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차강소브라가를 다음날로 미루고,

바로 게르로 가기로 결정했다.


우울하고 힘들었다.


말도 안 되는 비포장 도로를 10시간 걸려 달려왔는데,

결국 오늘 보기로 했던 차강소브라가도 못 봤고,

계속 그치지 않는 비도 야속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게르에 도착했는데..

차에서 먼저 내린 누군가가 탄성을 내뱉었다.


사람들이 놀라는 쪽을 바라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다들 짐은 던져두도

에어배드에 바람을 넣고 맥주를 들고 우선 누웠다.



그리고 맥주를 마시면서 노을을 보는데…

눈물 날 것 같이 좋았다.


오늘의 모든 일이 용서되었다.


난 오늘 이 한 장면을 위해 여기 왔던 것이다.




아무것도 할 것 없는 몽골 초원에 누워

노을을 바라보면 생각했다.


하.. 나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인데..

거창한 행복도 좋지만

이렇게 노을만 봐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제야 주위가 보였다.

비가 와서 우울하고 게르를 찾지 못해 초조한 마음을 내려놓고 보니 비 오는 날씨에도 서로 배려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여행 친구들이 있었고, 이 힘든 말도 안 되는 길을 해치고 운전한 기사님, 이 멀도 안 되는 길을 찾은 가이드가 있었다.


음..

항상 환경이 나쁘고 내가 우울하거나 화나면

주위를 잘 돌아보지 못한다.


이번 여행에 뭘 얻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런 담대함과 평정심을 얻고 싶다.


이런 몽골의 드넓은 초원 같은…


ps. 여긴 지금 인터넷이 안돼서 언제 이 글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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