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계속되는 자작나무 숲의 풍경은 조금도 지겹지 않았다. 초록이 거의 없는 평지에 거의 같은 키로 늘어서 있는 나무는 볼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았다. 워낙에 나무를 좋아하는 데다가 정갈하고 촘촘하게 자리 잡은 나무의 무리들이 나의 정리벽을 충족시켜주는 것처럼 묘하게 안정감을 주었다. 게다가 가녀린 몸체와 하얀 목피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여성스러웠고 하얗게 쌓인 눈밭 위로 곧게 뻗어 올라간 모양새는 무척이나 단호하고 굳건한 것이 지극히 남성스러워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마치 남장을 하고 전투의 선두에 기꺼이 나선 소녀병 같은 매력이었다.
순수로 무장하고 하늘로 곧게 뻗어 올라가는 생명력.
분명 쉽게 부러질 것 같으나 굳건한 의지를 내뿜는 통에 쉽게 다가설 수조차 없게 만드는 강인함이 느껴져서 보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었다.
끊임없이 펼쳐진 곧은 나무의 무리들을 평생 보고 자라 왔을 러시아 사람들이 어쩌면 이 모양새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강인한 생명력, 혹독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사람들. 그것이 러시아의 매력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