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 열차 마지막
모스크바로 다가서는 마지막 구간에서 우리가 맞이한 마지막 손님은 내 머리만큼이나 기름진 머리를 하였지만 귀엽게 청치마를 차려입은, 온몸이 동글동글한 여자와 그에 너무나 대조적으로 마르고 앙상해 등이 살짝 굽어진, 게다가 삶이 고단한 탓인지 입술이 터져 세 군데나 피딱지가 앉은 남자였다. 부부로 추정되었으나 남자의 눈빛이 언제나 허공에 맺혀있었던 것으로 보나, 불편한 청치마와 짧고 동그란 몸 때문에 힘겹게 이층 침대에 오르는 부인의 엉덩이를 짐가방 밀어 넣듯 무심히 받쳐 올리는 모양새로 보나 그리 살가운 부부 사이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들이 기차에 올라탄 이후로 오랫동안 나는 부디 이들 사이에 애정이 넘쳐 이층 침대에 함께 올라 손이라도 잡고 두런두런 이야기라도 나누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이 부부는 우리의 침대 발치에 거의 하루 종일... 앉아만 있었다! 식사 때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금발의 여성분과 합석하여 부부가 교대로 잠시 식사를 하거나 잠깐잠깐 신문에 있는 낱말퍼즐을 교대로 맞추는 소일을 한 것 빼고는... 화장실도 거의 가지 않은 채... 앉아만 있었다!
덩달아 우리도 거의 하루 종일... 앉아만 있었다! 활동이 가능한 낮 시간에 앉아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는 하나 발 밑 가득 쌓인 가방 탓에 바닥을 제대로 딛기 어려운 상황인지라 양반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세워 앉는 자세가 대부분인데 그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가방이 없는 발치 쪽 공간은 바닥에 발을 딛고 앉거나 다리를 종종 뻗어 무릎을 펴주는데 꼭 필요한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 그들이 하루 종일 앉아 있었으니... 나는 부은 다리를 어쩌지 못해 무릎을 주물럭거렸다가 맞은편, 남편의 허벅지 아래쪽을 발가락으로 파고들어 잠시 머물렀다가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자신들에게 허락된 공간을 두고 우리의 영역에 머무는 것인지, 기나긴 여정에 낮잠이 쏟아지지도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보다도 덩치가 훨씬 큰 남편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낸 탓에 저녁시간이 되자 얼른 저들에게 우리 테이블을 내주고 밥을 먹게 하자, 밥을 먹으면 올라가 잘 준비를 하지 않겠냐고 상기되어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불을 펴고 누워있던 건너편 금발 여인을 일으켜 이불을 걷어내게 하더니 그 자리에서 또 교대로 식사를 하고는 다시... 우리 발치에 와 앉았다! 무서운 사람들이었다!
다림질 자국이 날카롭게 선 채 곱게 씌워져 있는 그들의 침구와 이리저리 짓눌려 구겨질 대로 구겨진 나의 침구를 번갈아 바라보며 나는 드디어 인내심을 잃고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나는 내 구겨진 이불을 동글동글한 그 부인의 엉덩이에서 구출하여 뒤집어쓰고는 벌러덩 드러누웠다. 머리부터 엉덩이까지는 내 침대에, 그 나머지 몸뚱이는 거의 90도로 꺾은 채 허공을 가로질러 맞은편 남편의 침대에 걸쳐 얹는 기이한 모습으로 말이다.
내가! 이렇게! 불편하게! 눕는 것이! 누구의 탓인 줄! 아느냐! 이렇게라도! 누워야겠다! 이제 어쩔 것이냐!
그것은... 앙상하게 움푹 들어간 그 남편의 초점 잃은 눈빛 때문에, 내가 알지 못하는 그들의 고단할지도 모르는 삶 때문에 차마 올라가라 말하지 못하고, 발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 뒤로 파고들지도 못한 나의 소심한 최선의 몸부림이었다. 부디 그들이 내 몸뚱이의 고단함을 알아차려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아무 반응이 없다. 부인은 여전히 내 발치에 앉아있었다. 나는 더 소심해져서는 자세가 불편하다는 듯이, 당연히 불편하고 기이한 그 자세를, 몇 번이고 고쳐 잡는 시늉을 했다. 아... 내 마음이 드디어 전달된 것인가! 부인이 남편에게 속삭이듯 작은 소리의 말을 건네더니 짧은 다리를 올려 힘겹게 이층으로 올라갔다! 거의 떨어질 뻔한 부인의 엉덩이를 짐짝 밀어 넣듯 올려주고는 남편도 날 선 침구를 매만지며 내 머리 위로 올라갔다!
열두 시간만에 쟁취한 자유였다!
나는 마침내 등을 대고 반듯하게 누워서는 잠에서 깬 고양이처럼 발가락 끝까지 근육을 있는 힘껏 늘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도록 기지개를 켜보았다.
아... 달다....
이들과의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모스크바의 목전에 이르렀고 고단한 하루를 보낸 몸뚱이는 모스크바로의 빠른 입성을 희망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부부는 기차 안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자유의 시간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음을, 이제는 꿈에서 깨어나 새로운 아침으로 향해 가야 할 시간임을 알려줄 임무를 맡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흔들리는 기차와 자작나무의 풍경에 영원히 갇혀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앙상한 남자의 흔들림 없는 눈빛이 임무에 충실한 사자의 그것과 같았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