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식사 시간이 새벽 5시였다. 다시 우유니로 돌아가야 하는 길이 멀어 일찍 서둘러야 하기도 했고 오늘 들를 '솔 데 마냐나 Sol de Manana'라고 하는 간헐천이 '아침의 태양'이라는 이름답게 해가 뜨기 전에만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팬케이크와 따뜻한 차로 아침식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너무 추운 날씨에 차에 앉아 히터를 틀었지만 필터에 가득 내려앉은 모래먼지 때문에 숨을 쉴 수도 없어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온몸을 움츠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또 한두 시간을 달렸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쯤 도착한 곳에는 땅에서 유황 섞인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이 땅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거대한 증기가 하늘로 치솟고 땅의 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땅 밑으로 관을 하나 심어 증기가 거센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오는 곳이 있었는데 리노가 그곳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몸이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은 증기의 기세에 겁을 좀 먹기는 했지만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리노를 위해 용기 내어 증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순간적으로 후끈하게 몸이 뜨거워져 깜짝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몸이 날아가지는 않았다.
푸르스름한 아침 하늘의 색과 그곳의 풍경은 분명 지구보다는 화성 어디쯤과 더 닮아있을 것만 같았다.
투어에서 가장 기대한 것 중 하나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폴케스 온천(Termas de Polques)이었다. 아침부터 수영복도 챙기고 방수팩도 챙겨 단단히 준비를 해오기는 했는데 이른 아침 도착한 그곳은 너무! 추웠다. 옷을 갈아입을 곳도 마땅치 않았고 무엇보다도 물이 뜨겁지 않았다... 탕 문화가 없는 외국인들은 신기하고 신나서 뛰어드는데 남편도 나도 이 온도면 굳이 불편함 감수하고 몸을 담글 필요 없겠다 싶어 발만 좀 담가 녹였다.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조단과 우리 부부는 우유니로 돌아가는 일정이라 소피, 오스트리아 부부와는 칠레 국경에서 헤어졌다. 까미노의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인 것이 그냥 관광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었다. 깊이 이야기를 나누면 누구나 다 똑같이 마음을 열고 가까워질 수 있겠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한 겹의 어떤 벽이 까미노 이후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그런 마음에 더해 오스트리아 부인은 내내 아팠고 남편은 무뚝뚝했다. 나이가 어린 조단과 소피와는 이야깃거리가 잘 맞지 않아 두 밤을 함께 보내고도 데면데면했다. 심지어 내가 멀고 먼 눈밭 어딘가의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에 그들은 버스를 타고 가버려서 인사를 나누지도 못했다.
그 뒤로는 8시간쯤 황량한 사막을 달려 우유니로 돌아오는 것이 일정의 전부였다.
잠을 자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차가 흔들려 일기를 쓸 수도 없었다. 창 밖으로 이어지는 사막의 풍경에 지칠 대로 지친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일정이 모두 끝났다. 그 험난한 길을 혼자서 묵묵히 달린 리노에게 무척이나 감사했다.
물이 몹시 귀한 우유니인지라 기차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나름 번화가의 호스텔이라고 해도 샤워물은 졸졸졸 흘렀다. 3일 동안 뒤집어쓴 흙먼지를 씻어 내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별한 난방시설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는 여전히 옷을 있는 대로 껴입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아저씨의 말대로 지붕이 있고, 바닥이 있고 불빛이 있는 곳이라면 우리는 충분히 감사해야 마땅했다. 게다가 나름대로의 두터운 벽으로 바깥의 한기를 막아 입김이 나지 않는 우리 둘 만의 숙소는 지금의 우리에게 천국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