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원시 그게 뭔지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였어.
너는 거실 TV 앞에 바짝 붙어 앉아 화면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지.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왜 저렇게 가까이서 보지? 눈에 이상이 있는 걸까?'
다음 날, 안과로 곧장 갔단다.
여러 검사를 마치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
"소아 원시입니다. 안경을 써야 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털썩 내려앉았어.
우리 딸, 그 예쁘고 깊은 눈.
쌍꺼풀 진 눈망울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그 눈에 안경을 씌워야 한다니, 미안하고 속상했어.
‘내가 좀 더 일찍 눈치챘더라면…’
스스로를 많이 탓했단다.
그때 왜 그랬는지도 몰라.
괜히 오빠에게 화를 냈지.
"동생 좀 잘 봐야지! 왜 TV를 그렇게 가까이서 보게 했어?"
지금 생각하면, 엄마는 그저 죄책감의 화살을 누군가에게 돌리고 싶었던 거야.
엄마는 늘,
오빠에게 했던 실수는 너에게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해.
하지만 그럴수록 더 조심스러워지고,
그 조심스러움이 또 다른 실수를 만들어.
너를 보면서 엄마는 가끔 오빠에게 많이 미안해질 때가 있어
오빠가 어릴 때 엄마가 많이 힘들어서 오빠에게 잘해주지 못했거든
그래서 어느 날 엄마가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자
그런 엄마에게
오빠는 이렇게 말했지.
“엄마도 엄마를 처음 해보는 거니까, 당연히 실수할 수 있죠. 괜찮아요.”
그 말이 얼마나 고맙고, 뭉클했던지 몰라.
엄마는 아직도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쪽이 따뜻해져.
그래서 너에게는 더 잘해주고 싶고,
실수하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그래도 또 실수하게 돼.
하지만 딸,
엄마는 너와 함께 자라고 있어.
조금씩 더 나은 엄마가 되어가고 있어.
그러니 우리,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자.
실수도, 사랑도, 함께 나누면서
우리 같이 자라 가자.
그리고
딸!
떨어져 지내는 오빠를 챙겨주어 고마워
네가 '우리 오빠가 최고로 좋아'할 때마다
엄마는 오빠와 너
서로 챙겨주고 위로하는 모습에 행복해져
사랑한다
아들, 그리고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