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모든 것이 무너진 날
며칠 전부터 아빠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을 때,
문득 2016년 가을이 스쳐 지나갔어.
우리 가족에게는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간.
그날, 아빠와 함께 일하는 분에게서
아빠가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연락을 받았어.
급히 달려간 병원에서
의사는 뇌출혈이 너무 크고 중요한 부위라
수술도 불가능하다고 했지.
의식을 잃을 거라고, 가족을 불러야 한다고.
눈앞이 새까매졌어.
그 순간 엄마는 무너졌고, 모든 게 멈춘 것 같았어.
다행히도 아빠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지냈고,
생명은 이어졌지만,
고칠 수 없는 희귀 유전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지.
그 뒤로 엄마는
이 병이 혹시 너에게도 유전되지 않을까,
30살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는 그 말에
늘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너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엄마, 아빠가 병원에 가고,
하룻밤 사이에 아무 말도 없이 집에 돌아오지 않으니
여섯 살이던 너는 얼마나 놀라고 두려웠을까.
그런데도 엄마는
네가 그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어.
미안해.
너무 미안하고, 이제야 깨달았어.
그동안 엄마는
‘혹시라도 너에게 병이 유전되면 어쩌지’
그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거든.
딸,
그날을 잘 견뎌줘서 고맙고,
그때 네 마음을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
말 한마디 없이 참고 있던 너,
겁에 질려 있었을 너의 마음을
지금에서야 이해하는 엄마는
참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람인 것 같아.
이제라도 말하고 싶어.
엄마가 더 잘할게.
네 마음 놓치지 않을게.
우리 딸, 고마워.
그리고 항상 건강하길 간절히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