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너였지만, 큰 힘이 되어준 너
아빠의 병원 입원은 길어졌고,
엄마는 간병인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어.
엄마의 월급보다 간병인 비용이 더 비쌌거든.
그래서 아빠를 돌보는 일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 되었단다.
그렇게 우리 딸은 겨우 여섯 살에
오빠와 단둘이 집에 남겨져 있어야 했어.
그런데도 너는 한 번도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았지.
“엄마 보고 싶어”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전화하면 “언제 와?”라는 말도 하지 않았어.
혹시, 엄마가 더 속상할까 봐 그랬던 걸까?
그때의 엄마는 매일이 두려움의 연속이었단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고,
고칠 수 없는 희귀 유전병을 앓는 아빠를 보며
혹시 그 병이 너에게까지 전해질까,
그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어.
그 두려움 속에
엄마는 네 침묵을 돌아보지 못했어.
보채지 않는 네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조차 없었지.
그러던 어느 날,
잠시 아빠를 다른 보호자께 맡기고 집에 들렀을 때였어.
집은 어질러져 있었고,
추운 겨울날, 오빠는 너를 씻기고
헤어드라이어로 조심스럽게 몸을 말리고 있었지.
그 따뜻한 바람이 네 피부를 더 건조하게 만들었는지,
작은 몸엔 아토피가 심하게 퍼져 있었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엄마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단다.
그때 우리 집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외할머니가 살고 계셨지만,
단 한 번도 집에 들러보시지 않았고,
너를 돌봐준 적도 없었지.
그 서러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엄마는 너의 옷가지와 몇 가지 짐을 챙겨
너를 병원으로 데려갔어.
그때부터
아빠, 엄마, 그리고 여섯 살 너.
세 사람의 병원 생활이 시작됐단다.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너를 데리고 피부과부터 갔어.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너는 얼마나 신났던지, 손을 꼭 잡고 말했지.
“엄마! 엄마!”
그리고 또 묻고 또 물었어.
“오늘부터 엄마랑 같이 있는 거야?”
아마도 그 짧은 말들 속에
그동안 말 못 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다 들어 있었겠지.
그런데도 넌 한 번도 투정 부리지 않았어.
긴 병원 생활 동안
유치원에도 못 가고,
딱딱한 침대가 너의 놀이터가 되고,
낯선 병원이 너의 하루였지만,
너는 묵묵히, 조용히
엄마와 아빠 곁을 지켜주었지.
이제야 말할 수 있어.
그때 정말 고맙고, 너무 대견했어.
엄마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언제나 엄마 곁에서 조용히 힘이 되어준
너, 우리 딸 덕분이야.
앞으로도
함께 견디자.
서로 기대고, 서로 안으며.
우리는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