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병원에서 함께한 시간

작은 너였지만, 큰 힘이 되어준 너

by 소망안고 단심

아빠의 병원 입원은 길어졌고,

엄마는 간병인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어.

엄마의 월급보다 간병인 비용이 더 비쌌거든.

그래서 아빠를 돌보는 일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 되었단다.


그렇게 우리 딸은 겨우 여섯 살에

오빠와 단둘이 집에 남겨져 있어야 했어.


그런데도 너는 한 번도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았지.

“엄마 보고 싶어”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전화하면 “언제 와?”라는 말도 하지 않았어.

혹시, 엄마가 더 속상할까 봐 그랬던 걸까?


그때의 엄마는 매일이 두려움의 연속이었단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고,

고칠 수 없는 희귀 유전병을 앓는 아빠를 보며

혹시 그 병이 너에게까지 전해질까,

그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어.


그 두려움 속에

엄마는 네 침묵을 돌아보지 못했어.

보채지 않는 네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조차 없었지.


그러던 어느 날,

잠시 아빠를 다른 보호자께 맡기고 집에 들렀을 때였어.


집은 어질러져 있었고,

추운 겨울날, 오빠는 너를 씻기고

헤어드라이어로 조심스럽게 몸을 말리고 있었지.

그 따뜻한 바람이 네 피부를 더 건조하게 만들었는지,

작은 몸엔 아토피가 심하게 퍼져 있었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엄마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단다.


그때 우리 집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외할머니가 살고 계셨지만,

단 한 번도 집에 들러보시지 않았고,

너를 돌봐준 적도 없었지.


그 서러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엄마는 너의 옷가지와 몇 가지 짐을 챙겨

너를 병원으로 데려갔어.


그때부터

아빠, 엄마, 그리고 여섯 살 너.

세 사람의 병원 생활이 시작됐단다.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너를 데리고 피부과부터 갔어.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너는 얼마나 신났던지, 손을 꼭 잡고 말했지.


“엄마! 엄마!”

그리고 또 묻고 또 물었어.

“오늘부터 엄마랑 같이 있는 거야?”


아마도 그 짧은 말들 속에

그동안 말 못 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다 들어 있었겠지.

그런데도 넌 한 번도 투정 부리지 않았어.


긴 병원 생활 동안

유치원에도 못 가고,

딱딱한 침대가 너의 놀이터가 되고,

낯선 병원이 너의 하루였지만,


너는 묵묵히, 조용히

엄마와 아빠 곁을 지켜주었지.


이제야 말할 수 있어.

그때 정말 고맙고, 너무 대견했어.


엄마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언제나 엄마 곁에서 조용히 힘이 되어준

너, 우리 딸 덕분이야.


앞으로도

함께 견디자.

서로 기대고, 서로 안으며.

우리는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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